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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penDiary ] in KIDS
글 쓴 이(By): sss (없어)
날 짜 (Date): 2012년 09월 13일 (목) 오후 06시 11분 56초
제 목(Title): 어른되기




맘 상하는 일도 있었지만 머 어떻게든 항목은 정해졌다.

반지와 목걸이, 내 예복, 여친 예복을 사는 것을 목표로 대구로 길을 나섰다.


나의 라세티는 산지가 어언 6년, 주행거리는 3만 ㅋㅋㅋ 

그래도 나이 좀 먹었다고 냉각수 세는거 정기적으로 물 체우고 ㅡ.ㅡ;

얼마전엔 엔진오일등이 들어왔길레 헉! 싶어서 보니 센서 고장인듯.

타이어도 다 닳아서 교체해야 하고, 며칠전엔 철편 쪼가리에 구멍이 나서

보험사 서비스를 불렀드랬지.

또 110키로 이상 달리면 헨들이 달달달 떨려서 빨리 가지도 못하지만

그래도 여친, 여친엄마 태우고 가는거임.


대구의 롯데 백화점도 참 편리하게 되 있다.

주차도 쉽고, 지하철과 연계된 입구도 찾기 쉽고, 안에 들어가면 

내가 찾는 물품을 한눈에 찾을수 없게 어디가 어딘지 모르게 해놨다.

덕분에 요리조리 많이도 돌아다니고 이쁜여자구경도 많이 했다.



내 예복을 고르며.

나의 슈퍼모델 체형에 맞는 정장이 있을리가 없다.

어깨는 잘맞지만 언제나 가슴이 붕뜨고, 엉뎅이 쪽도 치렁치렁하게 되 버린다.

2-3군데 메이커에서 각기 4-5벌의 옷을 입어보면서 

'마르셔서..' ;살좀 쪄야 겠..' 소리를 몇번이나 들었는지.

점원들 운 좋은줄 알아야 된다.

나정도로 남의 입장 생각 많이 하는 사람이니까 

내가 듣기엔 수십번째라서 짜증나지만 너는 한두번밖에 말안한거니까 

웃고 넘어가는거다.

안그랬으면 두번째 가게에서 이랬겠지.

'당신네 메이커에서 나한테 못맞추는거야, 내가 당신네 옷에 안맞는게 아니라'

어쨌건, 까탈스런 아줌마 옆에서 억장 무너지는거 참아가며 알랑거린게

불쌍해서 대충 샀다. 60만원.


허걱..그거 몇번 입어보느라고 3시간이 지났다.

점심은 칼국수와 보쌈 정식.


패물을 고르러 가기 전에 이불 매장에 들었다.

예정에 없던 코스.

여친은 극구 안된다고 하고, 여친 엄니는 보고만 가자고 하고.

티격태격하다가 결국 '보고만' 가기로 했다.

머 보고만 가지는 않겠지만.ㅎㅎ

마침 대구에 사시는 여친 이모님도 나오셨다.

솔직히 좀 후줄근한 시골 노인..이셨다. 

(물론 나중엔 깨닳게 된다. '현인' 이란걸 ㅎㅎㅎ)



내 물건 산거는 차에 두고 오기로 했다.

두분이서 먼저 이불매장으로 가셨다.

10분쯤 후에 가보니..두분이서 각기 이불을 하나씩 골라 놓으셨는데

여친 엄니가 골라논건 사극에서 자주 보는 양반댁 안방 침구,

(황토색 바탕에 몬드리안의 추상화 같은 무늬가 새겨진 그거. OTL)

여친 이모님이 골라논건 산뜻한 연분홍 신혼 이불.

내눈에도 이뻐보이고, 여친도 적당히 맘에 드는듯.

물론 엄청난 빨래가 될 연분홍색 이불을 사고 싶진 않았지만..

사놓고 안덥으면 되지머..덥던거 있는데머...



폐물은 롯데백화점을 나서면 길건너에 금은방 골목이 펼쳐진 곳에서 샀다.

아무리 봐도 거기서 거기인 반지 수십개를 껴보고, 껴보고, 껴보다가

결국 내가 최초에 찍은 넘으로 낙찰.ㅎㅎㅎ 뿌듯.

목걸이는 2개 하기로 했다.

하나는 내가, 하나는 이모님이 골랐다.

이불 고를때도 어렴풋이 보는 눈이 좀 있으시네..했는데 

보석을 보는 눈도 센스쟁이시다.


어쨌든 어느덧 저녁 6시.

다시 여친 예복을 고르러 롯데백화점으로 향하는 길에

문득 무릎이 시큰거림을 느낀다. 자그마치 7시간을 돌아다닌셈.

이모님이 자애로운 소리로 하시는말.

'어른되기 힘들제~'

어른이 뭔지 정의부터 내리시는게 좋겠는데요 라고 하지는 않았다..

이모님에게 어른이란 결혼을 해야 어른인 모양이지.

폐물 고르는게 이모님에게도 어지간히 힘들었던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결혼하려면 이런 힘든 일들 다 겪어야 하는 거라고 토닥여 주신거니

까칠하게 생각할 필요 없다. 

사주에다가 버니어켈리퍼스를 들이델 필요가 없듯이.



여친의 예복..

마음의 각오는 단단히 하고 있었다.

백화점은 백바퀴 돌기 때문에 백화점이라는데.

여성복 매장이 몰린 층을 돌다가 눈에 띄는 옷이 보인다.

심플한 검은색 원피스가 심심해 보이지 않게 정면에 굵은 세로 줄무늬가 하나

있는 거였다.

여친 눈치를 슬쩍 보니 별 흥미가 없어 보여서 지나쳤다.

근데 뒤 따라 오시던 이모님이 '야들아~'하고 부르셔서 돌아보니

내가 본 그 옷을 들고 입어보라고 하셨다.

과연 잘 어울렸다.! 

그 가게에서 6-7벌을 더 입어 보고서, 처음 골랐던 그 디자인에 와인색으로 색

깔만 바꿔서 선택했다. (감사요 이모님 ㅜㅜ)

계산 할때즘, 이모님은 매장을 슥- 둘러보더니 '가격은 좀 쎄겠네..'

하셨는데 아니나 다를까 90만원. 

쓰리피스는 '무지 싸게 나왔어요~' 하는 점원의 말이 무색하게 110만원.

할인, 상품권 어쩌고 해서 79만원에 낙찰.

여자옷 가격 모르는건 아지만 내 옷값과 반지가격을 보니 예상외로 저렴해서 

혹시나 하는 마음이 있었다.ㅎㅎ



마지막으로 가방 매장에서 가격만 확인하고 가기로 했다.

루이비통은 매장에 들어가려면 줄서야 되네..ㅈㄹ한다.

대구에 오기전에 돈 없다고 군시렁 거려놓은 효과가 있었는지

여친이 애시당초 봐 놓았다는 가방의 가격은 75만원 -_-;

구찌 매장에서 하나 찝어서 확인해본건 145만원.

헐..별로 안비싸네..내가 너무 지레 호들갑 떨었군...했다.

여친은 빙긋이 웃더니 돌아서서 옆구리를 쿡쿡찌르며 '엄청나져?'하는 표정으로

'들었어요? 가격?' 이러는데 세삼스레 여친이 이뻐보이더라능 -_-;;;;

매장을 나오면서 여친 엄니가 하는 말이 

이모님이 찝은건 1000만원이더라며. 

과연 이모님의 안목이 남다름을 재확인.


귀포는 9시.

피곤하다.

이런게 어른되는 과정이냐.

이미 어른인 사람들만 주위에 없으면 이런거 안하고도 여친이랑 나랑

한 순간 조차도 즐겁기만 하면서 살수 있는데.

결국 어른이란 기존 질서의 틀속에 맞춰진 인간이란 말이 되는건가.

어차피 매고 다니지도 못할거긴 하지만 가방은 좀더 비싼걸 사줘도 되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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