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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쓴 이(By): sss (없어)
날 짜 (Date): 2010년 09월 13일 (월) 오후 09시 04분 16초
제 목(Title): 함께살기


1년전 호주에 가기전에 나는 거의 신경쇠약직전이었다.

적응력과 학습이 매우 더딘 나는 당시 온통 낯선 것들을 접해야만했다.

비자용 서류 준비, 학교측과의 계약서, 연애질, 시작되지도 않은 호주에서의 
생활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까지.

하지만, 굳이 그런것이 아니더라도 거의 손대면 톡하고 터질것 같은 상태였다.

10평짜리 아파트에서 어머니와 함께 지내는것이 여간 괴롭지 않았기 때문에.

일찍자라, 밥먹어라, 양치해라 등등의 잔소리와 더불어

하나도 듣고 싶지 않은 어머니의 일상을 들어줘야 하고, 

집안이 쓰레기들로 가득차 가는걸 보고 있어야 했고,

날마다 어깨를 주물러 줘야 했고,

테레비를 틀어 놓으니 책을 볼수도 없고,

간만에 이마트에라도 가면 손을 잡고 가야했다.

짜증을 내면서도 이 모든 것을 생각하면 언제나 가슴이 얼마나 아픈지.

부모와 함께 사는 것이 온통 짜증 투성이에

부모의 일이 하나도 궁금하지 않고, 내 생각을 나누고 싶지도 않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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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간 호주에 있으면서 많이 후회했다.

나는 어머니나 아버지에게 그렇게 화를 내서는 안되었다고.

이제 돌아가면 상냥하게 대하진 못할지라도 절대 화를 내지는 않으리라.


하지만 귀국하고 한달여, 

1년간의 휴가로 푸근해졌던 내 마음은 다시금 ㅅㅂ을 내뱉기 시작하고 있다.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회사에서, 나의 일은 아직 뭔가 자리를 못잡고 있다.

따가운 눈을 깜빡거리며 집에 가면, 어머니가 자꾸만 이것저것 말을 걸어온다.

확실히 나에게 이것은 지속가능한 생활방식이 아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그것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자신이 없으면 아들이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할거라고 생각하고 있음이다.

함께 있어서 아들의 생활이 더 나빠지고 있다고는 도저히 상상이 안되겠지.



오늘, 9시에 퇴근해서 아파트 주차장에 차를 대 놓고, 차안에 잠깐 앉아있었다.

잠들기전까지 3시간의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오늘 하루, 내 자신이 발전했다고 느끼기위해 내가 무엇을 해야할지 생각했다.

모르겠다. 

할수 있는 일은 있지만, 그걸 한다고 내가 발전했다고 느껴질것 같지는 않다.

오직 턱걸이나 팔굽혀펴기만이 의미를 가질 것이다.

테레비나, 노래연습이나, 오늘 회사에서 있었던 일을 가지고 어머니가 만들어 
내는 소음에 화가 나지나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주제로는 대화가 성립하질 않으니까, 해결책을 찾을수 없다.

어느새 또 사방이 꽉 막혔다.

시끄러워서 공부를 할수가 없고, 손이 가는 공부가 없다.

맘편히, 조용히, 혼자 있을수 있는 곳은 어디에 있을까.

다시 부모에게 짜증을 부리게 되기전에 회사에서 늦게 퇴근해서 부모와의 
접촉을 줄여야 겠다.

어머니의 자리에 젊은 여자가 있더라도 비슷할까?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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