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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쓴 이(By): sss (없어)
날 짜 (Date): 2010년 08월 14일 (토) 오후 05시 06분 32초
제 목(Title): 모래성


얼마전에 입사 7주년이 자났다.

7년전에 쓴 글을 읽어보았다.

글을 읽으면서 잊고 있었던 그때 기분이 살아났다.

그당시 나는 매우매우매우매우 우울하고, 어둡고, 외로운 사람이었더라.

하지만, 3-4년전부터 회사에 좋은 친구들이 몇몇 생기고 나서부터 

조금씩 밝아지는 모습도 보였다.(밝아져서 이정도야..OTL)



호주에서 돌아온뒤, 2주전부터 다시 출근하기 시작했다.

출근하면서 순식간에 많은 것이 변했다.

내가 개인의 발전을 위해 하는 거라고 생각하던 모든것을 할수 없게되었다.

하지만, 이제 그런 것들도 사소한 문제가 되었다.



하는 일이 바뀌었다.

새로 배우면 되겠거니 했다.

그런데 그렇지가 않았다.

일이 아니라 사람이 문제였다.

새로운 사람과 알고지내고, 친해지는것.

나에게 이것만큼 어려운게 없다.

회식자리..아버지뻘되는 사람들 모인자리에서 좋은 말 한마디 하고 건배를 
외치는 것은 언제나 진땀이 쭉 빠지는 일이다.



알게되었다.

내가 이미 알고 지내던 사람을 활용할수 없게되면, 아무것도 할수 없다는 
사실을.

이 큰 조직안에서 7년을 살며 마련한 내 자리가 작지만 공고하다고 느꼈다.

붙임성은 없지만, 내 지성은 그럴만한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렇지 않았다.

내 자리는 모래로 만든것이었고, 그 자리는 파도치는 해변에 있는 것이었다.

내 자리는 그 자리에 서 있는 누구에게라도 주어지는 자리였을 뿐이었다.

그 자리를 떠난 나는 호주에 1년이나 갔다와서도 영어로 인사 한마디를 하지 
못하는 모난 돌일뿐이었다.

이제 모래방석이 물을 먹어 자꾸만 발이 뻘속으로 빠져들어간다.
 
나는 발을 제게 놀려야 빠져죽지 않을수 있을것이다.

나의 팔, 다리는 그리 강건하지 못하므로, 남들보다 더 숨이 찰것이다.




그 옛날 처럼, 나는 아무것도 할수 없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주말이라고 10평짜리 임대아파트에서 허리를 펴고 누워있을수 있다는 
것따위조차도 다행인것같다.

하루를 버텨내고, 눈을 감는 순간에 내일 다시 눈을 뜨는 시간이 아주 오래 
오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게 된거다.



적성에 안맞는 일이지만, 용기를 내어 열심히 하다보면 잘 하게 되는것일지,

우연히, 내가 원래 서 있던 자리로 돌아가게 될때까지 고통받기만 할지알수없다

내 생각엔 후자가 더 가능성이 높다.

멍석말이를 당하면서 굳은살이 박혀 맞아도 아프지 않게 되는 일 따위는 
없으니까.


지금 내가 할수 있는 것은 부디 이런 생각이 쓸대없는 것이었길 바라는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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