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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penDiary ] in KIDS
글 쓴 이(By): hammer (메멘토모리)
날 짜 (Date): 2010년 01월 27일 (수) 오전 11시 11분 19초
제 목(Title): 비에 젖은 책.



두번째로 지어진 건물이라 2동.

거의 20여년만에 리모델링을 하기로 하고 급히 쓸 책이나 짐이 아니면

3동 지하창고에 넣어두기로 했었는데.

리모델링을 마치고 지하창고의 책을 꺼내어보니.

올 겨울 유독 심했던 한파로 배관이 동파되어 책박스가 홀랑 젖어버렸다.

우리 팀 중에 두 명이 유독 짐이 많이 젖었는데 그 중 한명이 나.

그리고 그 많은 책박스 중에서 유독 40권짜리 Ullmann's 시리즈만 골라서. 

사실 젖었다는 핑계로 아쉬운척 하며 버려버려도되는 책박스도 있었건만.

울먹이며 책을 꺼내서 일단 말린다고 늘어놓았다.

다들 비싼 책 젖었다는 소문에 구경온다.

'에긍 버려야겠네. 일단 잘 살려보긴해봐요.'

펑 젖어버린 종이가 서로 붙지 않도록 한장한장 넘겨가며 말리고 있다.

일단 절반 정도는 건조완료되선 한쪽에 쌓아두고 상태가 심각한 책들은 아직도

돌보고 있다. 출근하고 제일먼저, 그리고 제일 자주 하는 일이 책의 펼쳐놓은

종이가 말랐는지 보고 한장한장 넘기기.

건조되어가며 쭈글쭈글해지고 거의 책의 형태를 기하학적으로 무시하는 모습이

되어가고 있지만, 글을 읽을 수 있는 상태라는 것만으로도 감사해 하고 있다.

좋은 점이 있다면, 미처 바쁘다는 핑계로 펼쳐보지 않았던 부분도 있었었는데,

본의 아니게 한장한장 넘기다 보니 알짜배기 내용을 발견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 부분은 다 마르고 나면 마킹.

오늘 아침 청소할머니 말씀이 다리미로 다려보면 쭈글쭈글 종이가 펴질거라고.

빨래할때 옷과 함께 빨래하고난 돈이 그리 험상궂어져도 말려 다림질하면

곱게펴지더라고.

어느정도 마르고 나면 다리미를 가져와봐야 겠다.

옷도 거의 다림질 안하는데 이럴때 쓰려고 갖고 있었나보다.

그리고 한켠 돌아앉으니,

온통 젖어서 쭈글쭈글해진 책이 종이가 요즘 내 마음같아선 한숨이 푹 나온다.

지하창고에서 젖어가는 동안 나 역시 그렇게 젖어가고 있었고.

지하창고에서 꺼내어보니 나 역시 그렇게 젖어버린, 손댈 수 없으니 버리라는

소리만 들을법한 상태가 되어 버렸고.

이젠 울먹울먹 말려가면서 회복해보겠다고 다림질이라도 해봐야 하는.



@ 보스턴리걸의 한 대사가 떠오른다 "심장에도 주름이 있는 사람이 있다면서요"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고,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우고,
잡을 수 없는 하늘의 별을 잡는다.                      ... 동키호테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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