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Diary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목록][이 전][다 음]
[ OpenDiary ] in KIDS
글 쓴 이(By): sss (없어)
날 짜 (Date): 2009년 06월 29일 (월) 오후 09시 50분 44초
제 목(Title): 주말..


1. 늦은 밤, 해수욕장에서 앉아 어설프게 더듬더리며 그녀에게 좋아하고 
있다고 말한 다음날, 그녀는 머물던 기숙사를 2주간 비우고 대구로 가야했다.

주말이 될때까지 그녀를 볼수 없게 되어서, 전화와 메세지로 대신했다.

휴대폰 베터리가 오래되서 전화를 하는 동안 충전을 해야했다.

내 전화기의 메세지 저장개수는 200개인것도 알았다.

(어이가 없게도 200개가되면 오래된것이 지워지는게 아니고 수신이 안된다.)

일주일이 지나고 이번달 통화량을 확인해봤는데 8시간 통화에 메세지 250개를 썼다.

허허..이럴수가..


2. 그녀가 대구로 가던날 오후에 회사 복지시설에서 뮤지컬을 했다. 

올댓뮤지컬 볼때는 배우들의 역량에 약간의 감동을 먹었으나

이번에 본 '넌센스'는 그런것도 없었다.

중간중간 빵터지기도 했으나 그게 전부였다.

뮤지컬은 보는 사람보다 하는 사람이 더 재미있는 장르인것 같다.

공연이 끝나고 밖으로 나올때는 비가 죽죽오고 있었다.

기대했던대로 여자의 가방에는 우산(작은)이 들어있었다.

비 몇방울 맞는다고 죽는것도 아니고, 

그 작은 우산 밑에 숨어본들 비를 피할수 있는 것도 아닐테지만, 

비는 피해야만 하는 것이었고, 

피할대라곤 우산 밑 뿐이라, 그녀의 어깨를 감싸고 차까지 걸어가는 동안 

손안에 따뜻한 사람의 온도에 얼굴이 붉히고 말았다.


3. 금요일에는 조직활성화 행사가 있었다.

칠포에 있는 팬션에서 고기와 새우와 조개를 구워먹었다.

배가 터지려 할 무렵, 먹기를 멈추고 젠가와 윷놀이를 하고 고스톱을 쳤다.

나는 분위기가 화기애애하고 재미있는 만큼 마음껏 웃으며 즐기지는 못했는데

웬지 회사생활이 이런식으로 즐거워서는 안되는것 같아서였다. 

회사 사람들끼리는 품질이나 생산성에 뭔가 문제가 있어서 어서 원인을 찾고 
해결책을 찾으려고 몸부림을 쳐야하는 것이지 마주보고 웃는게 아닌거다.

대략 입사후 5년동안 이른바 '비상 체제'를 계속해온 부작용이겠지.

호강도 해본 사람만이 할수 있는거겠지.

익숙해져야 하는 거다. 

좋은 얼굴로 실적이나 뽑다가 6시면 퇴근하는 것이 정상이다. 


4.그리고, 어제, 일요일.

일주일만에 그녀를 만나기 위해 대구로 나서는 길은 미묘하게 긴장되었다.

하지만 길을 몰라서 해매다가 진을 빼고 나서 마침내 그녀를 마주했을때는 

불과 1주일 사이에 몹시도 보고싶어 했음을 알았다.

그런고로 내가 이렇게 무더운 일요일 정오의 뙤약볕 아래 선 이유는 액면그대로 
그녀와 함께 있기 위함이었으니 무엇을 하겠다는 아무런 계획이 없음이라 -_-;

밥먹고 나서는, 별로 가보고 싶지 않는 동화사라는 절을 찾아 ㅎㅎ 가다가

아무렴어때 시원한 나무그늘에 멈췄다.

그리고 자그마치 5시간이나 6시간을 벤치에 앉아 수다를 떨었다. 

나중에는 허리가 아프다고 해서 두드려줬다.


저녁 시간이 되서는 저녁먹고 궁합을 보기로 했다.ㅋㅋ

앞에 온사람이 사주를 보는동안 지난 한달을 정리해봤다. 

30일동안 12번째 만나는거니 대충 2.5일마다 만난거다.

나는 무슨일이 있었는지만 기억하는데 그녀는 날짜까지 기억하고 있다.

쫌 똑똑하기까지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된다. 

기복이 쫌 있기는하나 크게 흥미진진하진 않다.

이 기간을 남들에게도 재미가 있을정도의 이야기로 풀어낼수 있을까?

좋게 말하면 잔잔하게, 나쁘게 말하면 믿믿한편에 가깝겠다.

가장 평범하고 무난한 길만을 걸으면서도 언제나 남들과 다르기를 바래왔지만

이번만은 남들 다하는 연애, 나도 안빠지고 하고 있어서 너무나 기뿌다.

물론 그녀는 우리가 평범하다는데 절대로 동의하지 않을테지만.

궁합이야 당연히 좋게 나오는거다. 

까칠한 내가 좋다고 쫓아다니는데 안좋을리가 없다.

문제는 내가 현금이 없어서 궁합비까지 그녀가 계산했다는거.

비싼 밥값도 계산했는데..


그리고 밤이 깊었다. 

우방랜드 앞 공원에는 밤바람을 쐐러온 사람들과 차로 가득하다. 

어어..시간이 너무 잘가는데 집에는 언제가는건가요?

오늘이 지나면 다시 일주일을 기다려야 한다. 좀 늦어도 되.

얼굴 좀더 봐두려고 마주보고 있다보니...얼래리 꼴래리..


5. 마지막으로 오늘.

2000년도에 군대에서 훈련받다가 오른쪽 쇄골위에 난 뽀드락지가 배낭줄에 
슬리다가 터진것에서 시작되어 9년이 지난 지금 제법 큰 혹이 된 것을 마침내 
제거하기로 결심했다.

피를 극도로 무서워하는 나로서는 믿을수 없을만큼 조용히 수술대에 누웠다.

수술실은 하얀거탑에 나오는 것과는 당연히 전혀 다르다.

횡~한게 오히려 납치해온 관광객 장기를 적출하는 -_-; 공사판에 가까웠다.

살을 잘라낸다는 섬뜩함에 혹이 조금씩 잘려 나갈때마다 더 아픈것 같지만

라디오에서는 음악이 흘러 나오고 있었고, 칼을 든자는 간호사들과 두런두런 
잡담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뭔가...비현실적인 느낌이었다.

나는 그저 아플때마다 내 맥박소리가 좀더 빨라지는 것을 듣고 있었다.

수술하고 나면 술은 언제나 다시 먹을수 있게 되는거지?

출국하기 전에 술로 보내야 할 사람들이 많은데.

아..이번 여름은 여러가지로 재미있는 일이 많이 기다리고 있는데 왜 하필 
지금이람..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 목록][이 전][다 음]
키 즈 는 열 린 사 람 들 의 모 임 입 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