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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penDiary ] in KIDS
글 쓴 이(By): sss (없어)
날 짜 (Date): 2009년 05월 10일 (일) 오전 12시 49분 35초
제 목(Title): 영천일주


12시나 되서 일어났다.

회사에서 쓰다만 보고서를 마무리하고, 오천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올 요량으로 
길을 나섰다.

오천도서관이 P도서관 보다 읽을 책이 더 많다. 

나는 이래서 포항에 살지만 포항을 나의 도시로 인정하기가 싫다.


보고서를 마무리하고, 책을 빌리고 나니 1시반.

이제 선재미술관이 개관했을까?

ㅇㅋ. 개관했다. 현대 조각전을 한단다.

표를 파는 풍성한 아가씨는 졸다가 깨서 전시가 2층에서 열리고 있다고 매우 
친절히 안내해 주었다. 

선재미술관은 작다. 

하지만 이해하기 어렵게도, 장식으로서 이외에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인간의 노력이 매우 많이 투입되었을 조각들을 보고 선 기분이 몹시 좋다. 

사람이 없어서 더 좋았다.


포항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갑자기 노래 달팽이가 생각났다.

나는 2001년 이후로는 뙤약볕아래 서면 항상 달팽이를 흥얼거리면서 어디론가로 
발걸음을 옮기게 되는 것이다. 

내가 가보지 못한 도시중 포항에서 가장 가까운 도시는 영천.

영천으로~

기차역 주변에 가면 보통 관광안내소나 지도가 있으니 그거 보고 돌아다니면 
되는거다. 


영천. 촌구석.

돈 나올 구석이라고는 논, 비닐하우스, 유명하지 않는 관광지밖에 없다. 

내가 자란 밀양하고 똑같다.

밀양에 온 기분이다. 

영천에는 서원 몇개랑, 시안미술관, 풍락지, 오리장림, 영천댐이 있다.


풍락지에서는 수상스키를 탈수 있다.

6마넌이면 초보교육마치고, 호수를 2바퀴 돌아볼수 있다.

이번 여름에...아마 오지 않겠지만 일단은 적절한 시기에 좋은 아이템 
발견한거다.

아찔한 소개팅을 하게 된다면 이곳을 제 1단계 코스로 하고 싶다. 

20살 남짓의 애들 3-4명이 모터보트를 운전하고, 교육도 하고 있다.

애들이 너무 부러웠다. 


시안미술관은 오늘의 보물이다. 

2004년에 폐교를 개조한거라는데 완전 대박이다. 

내가 영천에 살면 매주 여기와서 노는거다. 

전시 구경하고, 카폐에서 쉐이크 한잔 하고 넓은 잔디밭 거닐고, 나무그늘에서 
담소를 나누는 하루.

데이트 코스로도, 가족나들이로도 아주 좋다.

이제, 좋은데 보면 이런 걸 생각하는거다..



오리장림. 5리에 걸친 숲이라고, 나무 나이가 400년이 넘는다는데.

둘러보고 자시고 할것도 없다. 

'오지관광개발 사업'의 일환으로 정체성이 매우 흐린 커다란 건물이 덩그라니 
섰다. 

뭐지? 이건 도데체 뭐지?

겉모습은 예쁘장한데, 안쪽은 완전하게 텅~ 비었고, 문도 없이 은행셔터같은 
셔터가 닫혀있다.

어차피 할당된거 남은 예산 긁어서 아무거나 만든거거나, 지역 유지 노릇하는 
건설업자에게 공사 물량 밀어준거거나 둘중 하나다. 

민주주의에 대한 아무런 개념이 없을 지자체에서 그냥 돈 나눠먹기 한걸로 
보인다. 

몹시 씁쓸하다. 



영천댐. 

댐을 본적이 없다. 

제대로된 '인공폭포'가 보고싶어서 가봤다.

가뭄이 너무 심해서 인지 수문이 닫혀있었다.

바닷가도 아니거시, 강가도 아닌거시, 댐가는 뭔가..이상하다.

그 밑에 마을이 잠겨 있어서 그런가?

해지는 어스름에 댐가에 서있으니 으스스..

상류로 갈수록 경치는 더욱 아름답다.

긴~ 다리를 지날때는 잠시 멈춰서서 다리 난간을 붙잡고 섰는데 돌연 뛰어 
내리고 싶은것이 아닌가.

화들짝 놀라서 얼른 차에 올라탔다. 



포항에는 9시가 가까워서 도착했다.

저녁으로 초밥이나 사먹으려고 이마트에 가는 길에는 뒷모습이 몹시 아름다운 
암컷을 발견하였다.

예쁘게 차려 입었길래 토욜밤에 나이트라도 가시나? 했더니 이마트로 간다.

뭘 사나 따라 가봤다.

찬거리를 사고 있다.

일화가 생각나고 말았따.

꽤 예쁘장한 K의 친구는 ㅅㅂ포항에서 살게된 이후로 답답해질때면 예쁘게 
차려입고 이마트를 뱅뱅돈다고 했다. 

한 날은 포항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스타일 좋은 사람이 저기 서 있길레 냉큼 
다가갔는데, 권상우 실물 패킷이더란다.

그녀는 패킷 어깨에 기대어 한참을 울고, 그 얘기를 들은 K도 울고, 그 얘기를 
들은 나는 여기저기 떠벌리고. 하하.

그녀 주위를 맴돌면서 보니 표정이 어둡다.

위로해주고 싶다.

하지만 내가 맥주와 천하장사와 초밥10개와 기스난 범퍼에 바를 페인트를 사고 
돌아섰을때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혹시나 하고 이마트 입구에서 기다려봤다.

K의 친구처럼 매장을 뱅뱅돌고 있는건지, 먼저 간건지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어둠속에서 밴치에 앉아서 팔굽혀펴기 50개를 하고는 집에와서 초밥을 먹고, 
맥주를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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