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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penDiary ] in KIDS
글 쓴 이(By): feelsg (미쉘린)
날 짜 (Date): 2008년 12월 29일 (월) 오후 07시 03분 29초
제 목(Title): 미싱질 첫날



드디어 기다리던 오리지널 미싱질을 배우게 되었다.
의외로 요즘 최신식(?) 미싱은 자동이라서 걍 실만 잘 끼고 북실만 잘 껴 주면 
되는 간단한 세팅이였다. 더군다나 학원의 미싱은 공업용이라 무지 편하다고 
한다. (가정용을 써보지 않아서...-_-) 무려 중고가가 80만원이라는!
집에 두고 쓰기엔 거하긴 한데 이 미싱 쓰다가 가정용 쓰면 속터질거라고 하니 
걱정이다. 눈만 높아져서리 ㅠㅠ

어릴때 처음 배운 선긋기, 삼각형, 사다리 , 원 등등을 미싱으로 처리하는게 
첫날의 미션이였다. 다들 초보다 보니 드르륵이 아니라 드드드르르르륵 혹은 
드륵 (이건 힘조절을 못해서 확 나가는 소리)으로 소리가 난다.
근데 생각보다 이 미싱 소리가 꽤 크다. 그냥 살살 박을땐 그럭저럭인데 잘하는 
사람이 드륵하고 박을때는 소리가 장난이 아니다. 

공장에서 미싱질을 하는 사람들은 다 이정도 소리로 계속 듣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니 조금 마음이 찡했다. 빨강꽃 노랑꽃~~~~미싱은 잘도도네 돌아가네~~
사계 노래를 머리속으로 흥얼거리면서 미싱질을 하다보니 이번엔 엉덩이가 
베겨서 힘들었다. 플라스틱의자였는데 이게 미싱질을 하려면 일반적으로 의자에 
앉듯이 반듯하게 앉는것이 아니라 의자를 45도 돌린 상태의 마름모꼴로 앉아야 
해서 더 힘들었다. 익숙하지 않은 자세에 대한 거부감이 근육을 꽤 뻐근하게 
만들었지만 그래도 할수록 느는 작품(?)을 보면 그런건 별 문제가 안되었다.

미싱질을 살살 한다고 해도 바늘로 찔리고 (바늘 어딨나 확인하다가 -_-;) 손이 
바늘 근처로 가면 무서워서 휙 빼기도 하고...모든게 서툴다. 그래도 나름 기계 
만지는걸 무진장 좋아하다보니 꽤 즐기게 되었다. 이야~ 이게 이렇게 되는구나 
하는 신기함도 많았다. 내가 기계를 쓰면서 그 기계를 익숙하게 다른다는 그 
경이감+우월감은 꽤나 크다. 이참에 포크레인 자격증에 도전을 할까? -_- 
왜 남자들이 파일럿에 로망을 가지고 있는지 조금 더 이해가 간다.^^

미싱질도 미싱질이지만 손바늘질하는데 근 3시간을 보냈더니 갑자기 또 
규방공예에 대한 호기심과 매력이 화악 느껴졌다. 미싱 다 배우면 이참에 
규방공예나 배워볼까???? 정말 나는 진정한 하비콜렉터로 거듭나게 될런지도 
모르겠다. 이러니 연애할 시간도 필요도 못 느낀다고 생각들을 주변에서 하는데
정말 오해십니다라고 말해주고 싶다.
� 시대의 진정한 '낙랑공주'라고 PR하고 다닌다. -_-;

미싱질을 배우는데 역시 여자들이 다인데 딱 한분 아저씨가 계신다.
그 아저씨는 기러기 아빠라서 캐나다 있는 가족들에게 가기 위해서 미싱질을 
배운후에 수선으로 가서 일하시실거라고 한다. 잘 생각한거 같다. 오히려 이런 
손재주들이 외국에선 더 인정받는게 사실이니깐. 군대에서 오버록 몇번 
해봤다면서 숨겨진 재능을 발견한거 같다면서 웃으시면서 배우시는 모습이 
좋아보였다. 억지로 배워서 먹고 살아야 되니깐 하는거라고 해도 그래도 더 
좋은 생각으로 긍정적으로 보려고 노력하는게 많은 힘이 되니깐. 얼른 뭐라도 
더 하나 많이 배우셔서 가족들과 함께 사는 날이 오시길 바란다. 아저씨 홧팅!

각자 무슨 나름의 사연들이 있지만 (옷수선집을 내던지, 의상디자인쪽으로 
하던지, 이민을 가던지 등등) 나처럼 쿠션&커튼 만들 생각으로 간 배우는 
사람은 없는거 같다. 뭐 언제는 내가 그런 거창한 계획을 가지고 시작한게 
있었는가? 그래도 자신컨데 제일 악착같이 꼼꼼하게 할 사람은 나 일거 같다. 
언제나 그렇듯이 쓸데 없이 불타는 승부욕이 미싱질을 배우는데서도 발휘될듯 
싶다. -_-;; 마치 누가 보면 취미로 밥벌이 할 사람인양. ^^

미싱질 하루 했는데 월요일 아침에 회사에서 의자에 앉자마자 엉덩이가 
아프다.ㅠㅠ 딱딱한 플라스틱 의자에 앉았다고 이렇게 티가 나나????
너무 편하게 살았다 싶다. 고작 8-9시간 의자에 앉았다고 이렇게 아프다니 ㅠㅠ
대체 고딩때 그 딱딱한 나무의자에 앉아서 공부할땐 어떻게 참았었나 싶다.
아...내가 앉아서 별로 공불 안했던가? -_-;;; 친구랑 이야길 해보니 맨의자엔 
앉지 않았었다고 한다. 여고생이 맨 의자에 앉았을리가라고 묻던데...그랬나?
나름 나 곱게 자란건가??

어쨋든 첫 미싱질의 두근거림은 지름신의 영접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고 중고 미싱 80만원짜리 산다고 하면 집에서 뭐라고 할지 원...
같은 미싱을 사더라도 연애하고 날 잡아 놓았으면 아마 혼수 차원에서 
120만원짜리 새것을 사주실지도 모르지만 지금 이라면 내가 내돈주고 사더라도 
좋은 소리 못들을거 같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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