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OpenDiary ] in KIDS 글 쓴 이(By): hl1sul (생선전) 날 짜 (Date): 2008년 12월 16일 (화) 오전 12시 05분 09초 제 목(Title): Re: 사는 몇가지 낙 공돌 geek에게 있어서 삶의 낙은 여려서 부터 전자회로, 무선통신 이런 것 이었습니다. 진공관 수신기를 통해 들려오는 머나먼 곳의 소리들. 당시에 인터넷이 있었다면 이런 것은 아무 것도 아니었겠죠. 컴퓨터가 대중화 되면서 물론 컴퓨터 관련된 장난도 많이 하게 됐지만 전자/통신을 대치한 것은 아니었죠. 음악, 운동, 애완동물, 애완식물 이런거에 비하면 참 답답하거나 정말 geek스럽게 보이는군요. 결혼하고 유학가고 하면서 컴퓨터가 본업이 되고 취미는 다 접었습니다. 수 년전에 한국에 갔을 때 먼지가 쌓인 장비들을 끌어내어 수리를 하여 전파를 내보았습니다. 오래 머무는 것이 아니었기에 빨리 고쳐야 했죠. 한 사람과 교신을 하고 일지를 펼치니 딱 10년이 되었더군요. 나의 취미, 삶의 낙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온 그것을 10년 동안 끊고 살았던 것입니다. 더 재미있는 것은 그 10년간 여전히 그게 나의 취미라고 생각하며 살았던 것이죠. 10년이 지난줄은 짐작하지 못했습니다. 요즘은 취미라고 하기엔 그렇지만, 자그마한 밭에 농작물 심고 거두는 것, 자동차 고치는 것 (돈아끼느라 시작한 것인데) 정도랄까요. 그런데, 이것 자체가 낙이라기 보다는 가족과 함께하는 활동이 삶의 낙이라고 해야겠습니다. 밭을 개간할 때도 마누라님과 함께 해서 좋았고, 옥수수 싹이 나온 것을 볼 때나 알찬 옥수수를 거둘 때도 아이들과 같이 해서 좋았죠. 물론 삽과 곡괭이로 혼자서 비틀거리며 밭을 갈 때도 즐겁지만, 그 옆에서 아이들이 뛰어 놀고 있다면 더 좋을 것입니다. 그리하야, 공돌 geek이 커서는 드디어 기계가 아니라 사람과 함께하는 즐거움을 배우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되는군요. 옛날에 목숨걸던 취미도 이제 별로 심각하게 여겨지지 않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