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Diary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목록][이 전][다 음]
[ OpenDiary ] in KIDS
글 쓴 이(By): zilch (non)
날 짜 (Date): 2008년 10월 22일 (수) 오전 12시 07분 23초
제 목(Title): Re: 쓸데없는 이야기


청첩장을 보내려고 엑셀을 띄운 다음 목록을 만들고 있었는데,
기대와는 달리 너무나 금방 끝나 버렸다.

참 단촐한 인간 관계다. (그나마도 대부분이 "주소불명")

다들 그렇게 살아가는 것인가?
아니면 나만 왁자지껄한 도시의 삶을 위성 TV로 보며 무인도에서 살고 있었던 걸까?

회사에서 새로 들어온 경력사원의 멘토가 되었는데,
그에게 이만저만하여 다음달까지는 좀 정신이 없다고 일러 두었다.

그는 다른 부서 사람들에게 내 이야기를 했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 외에는 아직 이야기하지 않았음)

반응은,
"설마, 다른 사람을 잘못 아신 거 아녜요? 그럴 리가.."

청첩장 목록을 만들라치면 받을 사람의 꿀꿀한 기분이 떠올라
미안한 생각도 많이 들지만, 이 정도 반응이라면
엘리베이터에서 해외토픽 정도의 화제거리를 제공하는 역할은
충분히 되겠다 싶었다.

--

> [ OpenDiary ] in KIDS
> 글 쓴 이(By): zilch (_)
> 날 짜 (Date): 2007년 8월  1일 수요일 오후 07시 52분 56초
> 제 목(Title): 쓸데없는 이야기


> 저번에 본 사람하고도 잘 안돼서 주말이면 뒹굴거리고 있었는데,
> 지난 주 토요일에 어머니께서 병문안 갔다 오시더니 난데없이
> 전화번호가 적힌 종이를 하나 내 놓으시는 것이다.

> "이게 뭐에요?"

> "왜, 지난번에 네가 약국에서 봤던 아가씨가 참하고 인상이 좋다고
> 했었잖니, 그 아가씨 전화번호다."

> "네?? 무슨 조화를 부려서 전화번호를 알아오신 거에요?"

> "이번에 뭣좀 사려고 약국에 갔더니 그 아가씨가 없더구나. 그래서
> 내가 주인한테 물어봤더니, 아르바이트 하던 아가씨인데 준비하는
> 시험이 있어서 그만 두었다는구나. (약대 아님)"

> "주인이 선선히 전화번호를 주던가요? 나이도 안 맞을 것 같은데..
>  (어려 보여서)"

> "나이도 맞고, 주인한테 이야기 잘 해서 얻어냈지."

> 작년 어머니께서 쓰러져 아무것도 못 드실 때에 유동식을 찾으러 헤매던
> 일이 있었다. 그때 병원 앞 약국 전화를 걸었다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 아버지와 찾아갔던 것이다. 유동식이 일본에서 제조돼서 가나를 좀 읽어야
> 했는데, 내 더듬더듬 읽는 모습을 보고도 칭찬을 해 줄 정도로 붙임성이
> 좋은 아가씨였다.

> 그 다음 번, 어머니께서 많이 나으셔서 유동식을 사서 다른 사람 선물
> 하려고 아버지와 같이 그 약국에 들르셨는데, 그 아가씨가 아버지 얼굴을
> 기억하며 "좋은 아들"은 잘 있냐고 물었었다는 것이다.

> 사람이 상상을 시작하면 끝도 없는 법이라, 혹.시.나. 하는 마음에
> 전화를 걸었다.

> 예상대로 당황하는 빛이 역력하였지만, 잘 엮어볼까 하는 내 마음은
> 거의 상상에 불과했던 모양이다.

> 그런 사람이 있다. 창구에 앉으면 빛이 나는 미소와 친절함으로 사람을
> 대하는 여자. 그래서 괜히 뭇 남정네들이 가슴을 설레기도 하며, 혹시
> 자신에게 관심이 있지는 않을까 하고 망상을 일으키게 된다.
> (우리 회사에도 그런 사람이 하나 있다. 넌지시 동료들에게 물어보았더니
> 자기에게 관심있는 줄로 착각하는 사람이 많더군.)

> 아마도 그녀도 그런 사람이 아니었을까. 개인적으로 무척 존경한다.
> 그 미소가 나만을 위한 게 아니라는 것을 알면 조금 서운할 수도 있겠지만..
> 그 단서는 "제가 웬만한 사람은 기억 하는데, 언제 뵈었었죠?"라는
> 질문에서 깨달았다. 약국 창구에서 웬만한 사람을 기억하기는 .. 보통
> 사람이 아니다.

> 어쨌든 될지 안될지 잘 모르겠지만, 다음 주에는 시간이 날 것 같다고
> 해서 다시 연락하겠다고 말을 했다.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드는 기분이었다.

> 창구의 요정을 차지하는 행운의 남자는 어떤 종류의 사람일까?
> 코난 도일의 "잃어버린 세계"에 나오는 글라디스는 누구와 결혼했더라..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 목록][이 전][다 음]
키 즈 는 열 린 사 람 들 의 모 임 입 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