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OpenDiary ] in KIDS 글 쓴 이(By): sss (없어) 날 짜 (Date): 2008년 09월 23일 (화) 오후 08시 48분 38초 제 목(Title): 부산 비엔날레 추석연휴가 시작되던날 저녁. 몇달 만에 부산에 있는 아버지를 만나 저녁을 먹었다. 대학입학직후부터 나를 만나면 언제나 하던 말들. '머리 꼴이 그게 모냐','옷 쫌 정장 깔끔하게 입어라','왜 이렇게 말랐냐', '내가 너네 엄마랑 결혼한 과정을 생각했을때 결혼은 말이다 어쩌고, 저쩌고..' '여자가 말이다..','딸이란게 있는게 코쟁이하고 결혼하는 바람에 친척들이..' 여기서 말대꾸하면 '너는 왜 매사가 그렇게 부정적이고,배타적이고..','고리타분해가지고 부모가 좋은 얘기를 하면 들을 줄 알아야지' 1년에 2번 얼굴 보는데 그때마다 반복했으니 최소 10번은 들었던 얘기들을 이번에는 참지 못했다. 부모 살아계실때 효도안하면 후회한다, 후회한다, 후회한다고 참아보려 했는데 이제 얼굴 보지 말자는 생각으로 나와 버렸다. 슬프게도...집에서 멀어지는 발걸음이 너무나 개운했다. (실제로 별로 부끄럽지는 않지만 부끄럽다고, 남사스럽다고 밖에 묘사할 말이 없는 집안일을 주저리면서 웬지 후련해지는듯..) 포항으로 바로 돌아가면 엄니가 몹시 걱정하실것이다. 찜질방에서 자고 가야겠다. 연휴니까..내일은 범어사에 함 가볼까? 부산 오간지가 20년이 넘었는데 아직 부산진역 근처 이외에 가본대가 별로 없다. 놀러 다닌적이 없기 때문이다. 아직 이른 시간이었으므로...밤구경을 좀 해바야겠다. 유흥겔보니까 부산에서는 광안리가 밤에 쫌, 심란한 일들이 많다던데. 그리고 이 큰 도시에서 찜질방을 찾는것도 사실 보통일이 아니다. 바닷가에 가면 있을지도 모른다. 해수탕 머 이런이름으로 있을거다. 광안리에 가니 예상대로 찜질방이 있었고...비엔날레가 진행중이었다! 오~대박이다. 해변을 따라 별로 이뿌지도 않고, 쓸모도 없는 물건들이 작품이라고 널려있었다. 코쟁이들이 길거리에서 섹소폰을 불거나 기타를 치고 있었다. 해변을 따라...모래밭 끝에서 끝까지 오고가다가 밤이 깊었다. 심란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다음날에는 시립미술관에 갔다. 유료전시장이 3군데인데 시림미술관이 그중 하나 이다. 입장료 7000원이면 3군데를 다 볼수 있다. 이제 보니 비엔날레 주제가 '낭비'다 ㅡ.ㅡ; 어쩐지 작품들이 싸그리 장난이고, 의미가 없고, 쓸데없는 짓거리들이었다. 그냥 쓰레기를 모아논 것도 있었다. 그런데 나는 왜 그렇게 그게 재미있냐. 불쌍한 예술가들. 독창적이기 위해서 스스로 바보가 된 척 해야 한단 말이냐. 내용으로 독창적이기에는 예술가가 너무 많아서 어려울 거야. 머리도 아플거고. 그러니 형식에 치중해야지. 그래도 이런 국제적인 행사에 작품이 번듯이 내걸려서, 내가 그걸 보고 ㅋㅋ거렸으니 가슴을 펴도 좋으리. 작품수도 많고, 이쁜 아가씨 뒤쫓아 가느라 본거 또보고 본거 또 봤더니 시간이 모자란다. 다음주에 마저 보기로 했다. 1주일을 기다려 다시 간곳은 2번째 전시장이 있는 '수영요트 경기장'. 경기장이 경기장이 아니었다. 거기는 취미가 항해인 사람들의 배가 정박해 있는 곳이었다. 영화를 많이 봐서 그런지 배가 그렇게 많은 것은 처음인데도 별로 낯설지 않다. 그러나 돈. 이 배를 가진 사람들은 돈이 정말 많을것 같았다. 반짝거리는 배를 보니, 얼마전에 세차하던 생각이 났다. 배는 도데체 세차를 어떻게 하는거냐. 세차 한번하는데 돈이 졸라 많이 들고, 힘들것 같았다. 모텔을 가지고 있는 공장아저씨가 타고다니는 에쿠스 풀옵션은 별로 부럽지 않았지만 저 배에는 몹시 주눅이 든다. 아마 저 배 운전사가 지나가야 되니까 비키라고 크락숀을 빵빵거리면 나는 몹시 성이 날것이다. 가끔 오가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옷차림은 변변찮았지만 저 사람들이 다 이 배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니 웬지 대단해 보였다... 그냥 바닷가에 침 한번 뱉고 전시장으로 들었갔다. 제기랄. 머 이런 허름한 전시장이 다 있냐. 시멘트 냄세. 커다란 창고 하나를 빌려 거기다 칸막이를 만들었다. 안내하라고 고용한 알바 2명은 뒷짐지고 어슬렁거리고 서서 안내도 안해준다. 전시되어 있는 작품에서도 별 감흥이 느껴지지 않았다. 제기랄. 시림미술관 하나 믿고 비엔날레를 하는거냐. 세번째 전시장은 해운대에서 가까운 '미월드 놀이공원' 대부분이 영상 작품이었다. 아주 작은 극장이 굉장히 많은 꼴이니 방향치인 내게는 완전히 미로찾기다. 본거 또보고 본거 또보고. 샤워장 같은데서 상영되는 걸 보고 이거 혹시 컨셉이가 싶어서 내용이랑 어떻게 역어보려고 하다가 알고보니 그냥 욕실에다가 상영하고 있을 뿐이었다.ㅡ.ㅡ; 어디선가 에픽하이의 'one'이 들려 왔다. 어느 젊은 한국 작가가 재기발랄한 작품을 만들었나 싶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냥 옆에 있는 놀이공원의 '템버린'에서 흘러 나오는 소리였다. 계집애들이 꽥꽥거리는 소리도 들렸다. 다보고 나오니 비가 오고 있었다. 왜 미술작품은 별로 없지? 또 오기 싫은데. 부산 문화회관에서는 '미술은 지금이다'라는 주제로 전시가 있다는데 늦었지만 가보기로 했다. 미술전시는 기꺼해야 7시까진데..이미 7시가 넘긴했지만 셔틀봉고가 8시까지 다니니까 혹시 모르지. 가보고 끝났으면 그냥 오면되지. 끝났다. 부산문화 회관은 무식하게 큰데 안내판이 변변찮아서 전시실을 찾는데 한참 걸렸다. 이거 디자인 한놈은 안내판 붙일때 시뮬레이션 해본거냐? 문화회관이라고 집과 안내판이 이뿌게는 생겼건만 그 본질적인 역할에 충실한지는 검토한거냐?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란 말이다. 안내판 보고 전시장을 바로 못찾겠잖아. 내가 방향치이긴 하지만 ㅡ.,ㅡ 킁 다행히 비는 그쳤다. 포항으로 돌아오는 버스에는 사람이 몇명 없었다... *기억에 남는 것들. -. 찰흙으로 두상을 만들었는데 대~충 만든 걸 봉다리에 담아 둔것. 봉다리 보고 ㅋㅋㅋ 했다. -. 내 책상 위에도 몇개 있는 플라스틱 책꽂이에 조명을 비춘것. 아마 그림자가 대충 그럴듯 하게 보여서 작품이라고 올려둔듯. -. 일본애가 만든 '그림자의 아이들' 이란 흑백 애니. 독립애니가 보통 그렇듯이 작화는 예술적인데 등장 인물들이 다 나체라. 또 핵심은 다 표현을 했네. 아이들의 아버지가 퇴근해서 집에 와서 와이프 보자마자 흥분하니까 도끼자국 선명한 와이프 다리 사이에서 국물이 흘러 내리는 장면이 있다. 내 옆에 초딩 아들을 포함한 가족이 같이 보고 있었고, 저쪽 벤치에는 여고생들 한무데기가 앉아 있었다. 여고생들이야 ㅋㅋㅋ거리고 말지만, 정서불안이던 초딩이 조용해지길레 힐끔보니 부부가 아주 얼어붙은듯.ㅎㅎㅎ -. 영상작품이 유난히 많았다. 만들기 쉽지. 영상. 길에서 뻘짓한거 그냥 찍어도 작품이 되니까. 하수도관에 내시경을 넣었는지 하수도관 내부를 흐르는 물을 따라 찍은것. 제목이 'coner'였는데 건물이 많은 곳에서 코너를 보고 서 있는 게 전부였다.-_-;;; '나는 무엇을 하고 있나' 라는 작품에서는 얼굴만 클로즈업한체로 계속 '@$%$#%#^&$' 만 반복하고 있었다. 일본애 하나는 '작은 동작과 조각들' 이란 제목으로 출품했는데 그 동작들이란 것이 사다리를 타고 지붕에 올라 갔다가 내오는 것, 식빵을 높이 쌓다가 바람에 날려 무너지게 하는것, 제자리에서 빙빙돌면서 주전자의 물을 바닥에 뿌려 원형을 만드는것 따위였다. 나는 이걸 보고 어찌나 웃기는지 아무래도 저놈이 대상을 차지할것이라고 생각했다. '모두 잘될꺼야'라는 작품에서는 눈덮인 바다위를 한 사람이 천천히 걷고, 그 뒤를 굉장히 큰 쇠빙선이 얼음을 부수는데, 시원한 에어콘 바람에 기분까지 좋아지더라. '호수' 에서는 그냥 원자폭탄 터진자리같은 커다란 웅덩이에서 검은 물이 광장히 천천히 차올라 마침내 온화면을 다 덮었는데...이건 정말 쓰레기 였다. 'Natural Law'에서는 길거리에서 초록색으로 칠한 박스를 뒤집어 쓴 수놈 나무가-_- 역시 박스를 뒤집어쓴 암놈나무를 쓰러뜨리려고 발버둥치다가 마침내 JK에 성공하는 과정을 묘사했는데, 그걸 지켜보고 섰는 동료인듯한 아가씨가 참 예뻣다. 정말 뻘짓인 작품이 하나 있었는데 제목은 모르겠고, 그냥 쌀자루를 뒤집어 쓰고 바닷가에서 슬금슬금 기어 나와서는 모래밭에 잠시 머물렀다가 다시 슬금슬금 마을쪽으로 쪼그려뛰는 것이었다.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 한국애가 아크릴로 그린 밥. 그림은 몇개 안됐기 때문에 그림이 참 반가웠기 때문이가도 한데 나는 역시..그림이다. 어서 포항 시립미술관이 완공되야 할텐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