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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penDiary ] in KIDS
글 쓴 이(By): sss (없어)
날 짜 (Date): 2008년 05월 13일 (화) 오전 01시 38분 41초
제 목(Title): 거제도


1. 그렇다. 이번 주말에도 놀러를 간거다.

ㅎㅎ 태어나고 30년동안 돌아다닌것보다 더 많이 놀러다니구나.

하지만 오늘은 거기에서 보았던 뭐가 좋더라는 얘기를 하려하는게 아니다.

2박3일의 그 여행에서 몹시나 절망스러웠던 심정이 답답해서 그저 
토로해보려는거다.



2. 5명이서 갔는데 우연히 성이 다 다르다.

조(나31),장(남30),이(남29), 전(여25),김(K,여25).

한달전쯤..전-이 연휴에 2박3일짜리 여행을 제안했다는 얘기를 듣고서 꿈을 
꾸고 있는것만 같았다.

지금껏 모인자리의 태반이 김-아니면 전-이 사람들을 주워모은 자리였긴하지만 
설마 여행을 제안할 줄이야.

듣자마자 이게 꿈인가하는 기쁨과 함께 웬일인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알수가 
없어서 숨이 막힌채로 고통스러웠던 대학 첫 MT가 생각나는거다.(그 후로는 
MT를 한번도 가질 않았지..)

그래서 선뜻 가자~ 고 할수없었지만 그동안 몇번 같이 밥을 먹거나, 가까운 
곳에 드라이브를 가거나 하는 동안에 찌질해보였을 내 표면상태와 무례한 
언행에도 불구하고 같이 가자고 해줘서 내심 너무나 기쁘고, 고마워서 
거절할수가 없었다.



3. 약속을 하고 한달동안 진짜로 갈거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딴 애들은 무지 
기대하고 있겠지만)

재미있게 놀수 있을것 같지 않아서 사실 가고싶지 않았다. 

연휴이긴 하지만 3일을 통째로 쉴수 있도록 공장의 상황이 녹녹치 않기 때문에 
'못가서 미안하다, 초대해 줘서 정말 고맙다'고 얘기하면 될줄 알았고 또, 
상대방에게는 이상하게 들릴지라도 고맙다는 말은 꼭 하고 싶기도 했다.

그렇게 되길 바랬다.

하지만, 2주일은 족히 질질끌줄 알았던 공장의 문제가 여행 전날에 극적으로 
해결되면서...그렇게 되지를 못했다.



4. 그래서, 여행을 가서 노는 동안에 힘들고 괴로웠냐고? 

설마.

포항-> 거제도 -> 포로수용소 -> 팬션 -> 바람의 언덕 -> 팬션에서 바배큐 & 
겜해서 술마시기 ->숙박 -> 외도행 유람선 탑승시도(줄이 길어서 실패) -> 
오리보트 -> 진주 -> 진주성 관람 -> 포항 -> 셀프 세차체험(여성을 위해-_-;) 
-> 김-의 집 -> 고스톱&벌주 -> 수다 -> 마지막날 아침 귀가로 이어지는 코스가 
꽤 재미있었다.

사진을 찍어야하는것이 쫌 괴롭긴했지..(사진찍자고 우기는거도 술 억지로 
권하는것 만큼 폭력적인거다. 나도 아름답고 싶은데 사진빨이 잘 안받는단 
말이다.)

여행의 상당부분을 차지했던 자동차로 이동하는 시간동안 조수석에 편하게 
앉아서 불편하게 앉은 뒷자리의 수다에 동참하지 않았다고, 여행의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쿠사리를 여러번 먹은 것도 
가슴이 많이 아팠고..ㅎㅎ

관광지에서 사진찍는다고 깔깔거리지 않으면 재미없거나, 기분이 나쁘거나 한것 
같이 보여지는 것도 불편했긴하다.



5. 하지만 나의 절망이 고작 그정도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어떤 이유로든 힘들게 살아온 사람은 쉽게 절망하지 않는다.)

돌아다니는 동안 내가 인간적으로 얼마나 미숙한가에 대해 가슴에 슬피 
덧칠하고 있는 위에 전-너의 한마디.

'조대리는여~ 여자친구랑 놀러다니려면 연습 많이 해야될것 같아여.' 
전-> 셀프 세차장 사장(내 직속상관) ㅋㅋㅋㅋ

그로써 너는 내가 좋다고 쫓아다니면 결혼할수도 있는 후보에서 
팬션에서 술마시다가 올려다 본 하늘에서 난생처음 본 북수칠성이 된 거다.

그리고, 그보다, 유난히 고스톱을 잘 치는 너때문에 자꾸 꼴찌를 해서 벌주를 
퍼마시고 혼자서 알딸딸해서는 이것저것 떠벌리다가 해버린 여러 마디의 말실수 
때문에 오늘 하루 종일 머리를 벽에다 쿵쿵 찍어야만 했다. (네 표정이 
생각나기 때문에 찍는 속도를 25%증가시켜야 했지.)

그리고 지금은 잠이 들지 않아서 혼자서 또 술을 퍼마시고 있는거다.

차라리 필름끊겨서 스트립쇼를 해버린 편이 나을지도..

(아닐려나-_-;;;;아닐수도 있겠다.)



6. 나는 나만의 이유로 뭔가 뒷맛이 굉장히 쓴 이 여행이 끝나고 조용히 노래를 
띄우니

여기까지가 끝인가보오. 
이제 나는 돌아서겠소.
억지 노력으로 인연을 거슬러 괴롭히지는 않겠소.

하고 싶은말, 하려했던말
이대로 다 남겨도고서 혹시나 기대도 포기하려하오.
그대 부디 잘 지내시고.

기나긴 그대 침묵을 이별로 받아 두겠오.
행여 이맘 다칠까 근심은 접어두오.
오 사랑한 사람이여 더 이상 못보아도

사실 그대 있음으로
힘겨운 날들을 견뎌왔음에 감사하오.

좋은 사람 만나오. 
사는 동안 날 잊고 사시오.
진정 행복하길 바라겠소. 
이맘만 가져가오.

김광진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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