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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penDiary ] in KIDS
글 쓴 이(By): arucard (거적때기)
날 짜 (Date): 2007년 7월 27일 금요일 오전 09시 37분 28초
제 목(Title): 남의 행복


내가 싸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그 이유가 참 그럴 듯 하다. 남이 행복한걸 
보고 싶지 않아서. 뭐랄까 상실감이 든달까.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너무도 
많이 가지고 있는 것 같아서. 그래서 다른 사람의 페이지에 못들어간다. 아니 
들어가고 후회하는 편이지. 아니나 달라 친구 한녀석의 생사가 궁금해서 싸이를 
찾아봤더니, 너무도 잘 살고 있더라. '그러면 그렇지 후후'와 함께 한숨이 
나왔다. 이녀석도 밝은 녀석이라 머 어디 딱히 탈이 있을 것 같지 않았거든. 
근데 그게 또 부러웠던거다. 흐흐. 밝고 활기찬 사람을 부러워하면서도 밝고 
활기차게 행동하는건 매우 피곤하다. 아니 가끔은 보는것도 피곤하다 푸하하.

뭐 근데 당분간은 그냥 이렇게 살 것 같다.
나 쁘지 않거든. 나름 바닥치는걸 즐기고 있거든. 여기서 더 아래로 내려가면 
인간의 생활이 아니기 때문에 이 아래의 생활은 상상할 수 조차 없거든. 그러면 
인제 올라가야 하는데, 올라갈 일만 남았는데, 올라가고 싶은데. 근데 
안움직인다. 엉덩이가 의자에 붙었다.
바로 이 기분.
한심함과 좌절과 약간의 화남, 외부에서의 의도적인 웃음 주입. 야 이거 좋지 
않냐. 어두운 인간의 한 표본이 아닐까.

원래 난 애정결핍이라는거 인정을 못한다. 친구랑 얘기를 하다가 이런 말을 
했다. '나이를 스무살 넘게 처먹었으면 주위 사람이 자기 때문에 피곤해 
한다는거 정도는 알아줘야 하는거 아닌가?' '...그래 넌 참 어릴 때 사랑을 
많이 받았나보다.' 호오. 그럴듯 한데. 내가 첫째 아들이고 할머니 고모 등등등 
있었고. 정말 피곤할 정도로 애정을 받아서 외로움 따위를 모르나? 야 이거 
정말 그럴 듯 하잖아. 하기야 외롭다고 느낀적이 살면서 단한번도 없으니. 이거 
하나 좋다 그래. 근데 외로움이라는 단어의 뜻은 잘 모르겠다 푸하하.

다른 사람들은 기본 행복 수치가 높은가봐. 그래서 덜어지면 불행하고 더해지면 
행복하고 그러는데, 난 여기서 더 떨어질데가 없...아니 있긴 있는데 상상하고 
싶진 않은걸 ㅋㅋ. 나는 이 아래쪽이 없어서 올라갈 것만 남아서, 그래서 
부담을 쉽게 느낀다. 다른 사람이 다 누리고 있는것임에도 불구하고 - 빌어먹을 
거지병에 걸려서 - 괜찮을까? 관두지 뭐 이따위로 안해버리고 만다. 안해버리면 
기본이 0이니까. 후. 이건 좀 아쉽다. 더 행복해 질 수 있는데. 있었는데. 
있을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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