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OpenDiary ] in KIDS 글 쓴 이(By): acduck (熙月,月影) 날 짜 (Date): 2006년 3월 14일 화요일 오후 11시 07분 34초 제 목(Title): 소식 3. P형께 봄소식 전하려고 펜을 들었더니만 찬란한 햇살 사이로 흰눈이 펄펄 내립니다. 외국에서 올 친구가 어떤 옷을 준비해가야하느냐고 묻는데 말문이 막히는 날씨입니다. 잘 계신가요? 고속열차를 타고 가자면, 한나절이면 가는 거리이지만 정작 만나러 가기는 저어됩니다. 왜냐구요? 기다리는 것도 그윽한 즐거움이라는 걸 그대는 아시는지 모르겠네요. 여독없이 우리가 만날 수 있는 날을 기다리는 일도 가슴에 새기는 즐거움입니다. 어떻게 지내셔요, 요즘은? 멀리 지내니 일상이 궁금해져서 편지에 쓸 말이 많아지네요. 가까이 지낼 때도 자주 소식을 전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멀리 계시니 하고 싶은 말이 많아져서 수다스러워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요즘 순간에 대해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짧은 순간도 다가올 미래를 위해 희생할 수 있다 생각했습니다. 오늘 준비한 미래가 내게 다가올거라는 어리석은 고집이었지요. 그래요. 시간은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흘러갑니다. 운명도 그러합니다. 왜 그래야만 하는지 당위성없이 어쩌지 못하게 흘러갑니다. 알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 저는 그동안 집착하고 있었나봅니다. 요가를 다시 시작했답니다.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이긴 하지만 三人行必有我師의 마음으로 흩어지는 말들을 담아두고 있습니다. 그중 관계에 대한 말이 제 머릿속에 남습니다. 수많은 관계 속에서 無心하는 방법은 그것에 대해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는 일이 아니라 온힘을 다하여 마음에 담아두지 않도록 노력하는 일이라고 요가사부님께서 가르쳐주셨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무심이란 마음이 아예 없음이 아니라 마음에 담아두지 않는 것일듯 합니다. 마음에 아무것도 담아두지 않기란 온힘을 다해서 노력해야할 일인듯 합니다. 순간 역시 그러합니다. 잡으려 발버둥을 친다고 잡아지는게 아니라 지나도 무심하도록 마음에 담아두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것입니다. 순간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땅끝까지 꺼져들어가던 절망의 시간도 햇빛 아래 빛나던 보석같은 나날들도 영원하지 않습니다. 결코 돌아올 수 없는 날들이지요. 마음에 후회가 없도록 순간에 대해 최선을 다해 느끼고 노력하는 것. 이것이 시간과 운명을 거스를 수 없는 존재가 그나마 타협할 방안일까요? P형께서 서울에 오시면 이것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군요. 건강하게 잘 계시고요 꼭 다시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2006.3.14. 서울에서 하연 드림 밤이 들면서 골짜기에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