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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penDiary ] in KIDS
글 쓴 이(By): acduck (熙月,月影)
날 짜 (Date): 2006년 1월 27일 금요일 오전 02시 03분 32초
제 목(Title): 사랑, 晩時之歎.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그분이 이제 이 세상에 계시지 않는다는 사실이. 
지금이라도 전화를 드리면 내 걱정부터 해주실, 
내 생명의 근원인 그분께서 이제 더 이상 계시지 
않는다는 사실이- 아직 놀랍지도 않고 인지할 수도 없다.

무언가? 이 어리벙벙한 상태는. 
마치 나 혼자 전 우주의 유일한 고아인듯한 이 느낌은. 
언제나 받기만 했을 뿐.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언제나 
그분께 받는 걸 당연하게 여겼다. 

제 혈육 귀애하기는 사람마다 정성을 다하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처음으로 그분께 글을 배웠고, 회초리로 종아리를 
맞으며 자랐다. 어른이 되어서 그분은 내게 한번도 하대하여 
이름을 부르신 적이 없었다. 그분께서 불러주시는 ‘선비’라는 
명칭이 어찌 그리 좋았고 어깨가 무거웠는지. 그분 앞에서는 
행동거지 하나하나 조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약해진 그분의 모습을 보고도 연세가 드셔서 그러려니 
했건만 이렇듯 갑자기 가시다니 나는 아직도 믿기지가 
않는다. 멀리 있던 탓에 임종도 못 뵈었다. 
생전부터 기부하길 좋아하셨는데 조의금마저도 
기부하게 되었고 장례는 간소하고 엄숙하게 치러지니
당신께서 원하시던 바가 이루어진 것인가. 

그래도 나는 믿을 수 없다.  
새벽마다 나를 위해 기도를 해주시던 
매서운 질책을 해주시던 그분을.
내생명의 근원이자 내 지식의 첫 눈을 뜨게 해주신
그분의 부재를 아직도 나는 믿을 수가 없다.  

믿기지 않는 현실 앞에서 후회는 사치스럽다. 
마음이 황량해서 춥고 
눈은 아픈데 눈물은 흐르지 않는다.
가슴은 조여드는 듯 아픈데 신음은 낼 수가 없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에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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