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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쓴 이(By): sss (없어)
날 짜 (Date): 2005년 10월  9일 일요일 오후 06시 45분 10초
제 목(Title): 비행기 타는 법


지난 9월 27일은 태어난지 거의 30년 만에 (ㅜ.ㅡ 벌써) 처음으로 비행기를 탄 
날이라 그 과정을 잊지 않기 위해 그 과정을 정리해 두어야 겠다.

1. 태어난다.

2. 고통을 견디며 자란다.

3. 정규교육과정을 이수한다.

4. 추가로 대학에서 공부를 더 한다.

5. 졸업하기 전에 취직을 위한 면접을 본다.
(한번쯤은 떨어지고 나서 괴로워 해주는 센스)

6. 취업을 한다.(못하면 낭패)

7. 언제 그만두나...생각하면서 일을 열심히 한다. 

8. 2년쯤 지나면 이제 어디 외국에 갔다올 기회가 있으니 갔다 오라고 한다.

9. 출국 며칠 전에 필요 서류를 준비, 여권을 만든다.
(여권 발급 절차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10. 출국전날 밤, 11시 까지 뭔가에 쫓기면서 정신을 못차린다.
 
11. 그 와중에 비행기 예약이며, 예약 발권까지 마쳐준다.
(이땅위에 통신망을 수도관 보다 조밀하게 깔아주신 김대중 선생의 탁견에 
대한 감사를 잊지 않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예의다.)

12. 퇴근 후 짐을 싼다.

13. 짐을싸다 예약 발권 서류며 여권을 회사에 두고 왔음을 인지한다.

14. 대략 1시간을 투자, 스산한 가을 밤길을 걸어 회사에 갔다온다.

15. 갔다오는 길에는 여자친구를 바래다 주고 돌아오는 친구를 만나 닭과 맥주 
한잔씩을 한다.

16. 결혼 적령기인 남정네 2명이 닭한마리를 못먹어서 반마리를 싸들고 방으로 
돌아온다. (내일 아침에 먹지 못하면 내가 일본에 있는 1주일 동안 닭고기에 
곰팡이가 슬어서 돌아왔을 때 방안에 퀴퀴한 냄새가 날거라는 것을 알지만, 
방금 튀긴 닭을 버릴수는 없다.  라스베가스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17. 잔다.

18. 깬다.

19. 일어나기 싫어서 딩굴거린다.

20. 일어난다.

21. 택시를 타고 포항 공항에 도착한다.
(두리번 거려주는 것은 처음 가는 공항에 대한 예의)

22. 발권한다.
(발권해주는 아가씨가 이뿌다고 생각해주는 것도 이뿐아가씨에 대한 예의)

23. 잠시 앉아서 늦지 않아 다행이라고 한숨을 셔 준다.

24. 아가씨에게 말을 걸어 보기 위해 돌아오는 비행기편의 예약을 
취소한다. (능숙한 업무 처리로 인한 너무 짧은 대화에 서글퍼 해주는 것도 
이뿐아가씨에 대한 예의)

25. 내가 상당히 껄떡거리고 있음을 인지하고 오늘의 이 사안에 대해 어나니에 
문의해보아야겠다고 생각한다.

26. 탑승시간까지 발권해주는 아가씨 정면의 벤치에 앉아있는다.

27. 타라는 방송이 나오면 어디서 타는지 모른다는 것을 들키지 않게 나는 그 
비행기 안타는 것 처럼 다른 사람들이 움직일때 까지 그냥 앉아 있는다.

28. 비행기에 탄다.(좌석에 앉기전에 거쳐야하는 과정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29. 출발을 기다리면서 스튜어디스가 총 4명인것과 그 중 한명이 눈웃음과 
보조개로 인해 유난히 착함을 인지하고 유심히 관찰한다.

30. 지속적인 관찰하여 안면에서 보조개가 사라진 순간에도 눈 웃음이 사라지지 
않는 것으로 보아 저 착한 눈 웃음은 인위적인 것임을 알아낸다. (가만히 
있어도 웃는 눈을 하고 있고 진짜로 웃으니까 눈이 완전히 감기는 것으로 보아 
수술이 성공적이지는 않았던 것 같지만,  결과가 직업상 유리하게 작용하므로 
클레임을 걸지는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31. 비행이 시작되기 전에 각종 안전교육이 실시되는 동안 보조개가 착한 
아가씨의 시범이 화생방 훈련 조교가 방독면 쓰는 시범보다 능숙함을 인지한다. 
구명조끼의 끈을 잡은 아가씨의 가지런한 손가락에서 저 아가씨가 
스튜어디스로서 수행해야할 업무와 그 업무 수행을 위해 필요한 교육에 대해 
생각한다. (착한 아가씨는 착하게 생기기 위해 스스로를 가꾸어야 할것이고 
작업 표준에 있는 대로 끈을 잡은 손가락이 가지런하게 45도가 되도록 연습했을 
것이다. 상냥하게 말하는 연습, 기내에서의 몇가지 수칙들을 몸에 익히기 위해 
실전같은 연습을 반복했을 것이다. 나는 따라서 저 착한 아가씨들이 꽤 멍청할 
수도 있겠다고 추정해보았다.)

32. 아무도 듣지 않는 안전교육이 끝나고, 비상구 앞 좌석에 앉은 내 맞은편에 
착한 아가씨가 앉으면 살짝 긴장해준다. (눈을 둘대가 없으므로 신문으로 
시야를 가려주는 센스. 사람과의 사이에 아무것도 없이 마주보고 앉아있는것이 
이렇게 부담스런 것일 줄이야. 하물며 호감이 가는 상대라면야..)

33. 비행기가 땅에서 떨어질때의, 앞뒤가 아닌 상하로의 가속도가 주는 
짜릿함에 잠시 감동해준다.

34. 하늘 높은 곳에서는 차며 집이며 사람이, 심지어는 강과 산조차도 아주 
작아서 아무것도 아닌 것 처럼 느껴짐에서 새삼스래 충격을 받는다.(나의 최종 
목적지는 히로시마, 핵폭탄이 떨어진 곳이다. 사람이 빼곡히 들어차 살고 있는 
그 곳에 폭탄이 터지는 그 순간, 사람 하나하나가 당연히 무기력하게 한낮 
고기와 뼈가 되어 처음부터 거기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 처럼 그 흔적조차
사라질 것을  알면서도  거기에 
폭탄을 하나 떨구라고 결정을 내릴수 있는 이유를 깨닭았기 때문이다. 얼굴을 
마주보고 한 사람, 한 사람을 죽여야 했다면 1000명을 죽이라고 하지 못했을 
것이다. 높은 곳에서, 먼 곳에서 보았더니 일본 사람들은 그저 꼬물거리는 
내버려두기에 성가신 것이기만 했을 것이다. 높은 곳에서 나를 보는 사람들에게 
에지크랙에 대한 나의 고민이 어떻게 보일 건가에까지 생각이 미쳤을 때는 그냥 
비행기를납치해서 다시 출발지로 돌아가고 싶었다.)

35. 비행기의 하강은 소리 소문이 없다. 내려온지도 모르게 내려온다.

36. 아무렇지도 않게 비행기에서 내리고, 짐을 받아들고, 출구를 나온다.
(태어나서 한번도 격어보지 못한 일을 이렇게 무덤덤하게, 스튜어디스 말고는 
설레임도 없이 지나옴에 놀란다.)

내가 비행기를 타는데는..30년이나 걸렸구나. 아직 30살이 덜된 것에 감사할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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