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OpenDiary ] in KIDS 글 쓴 이(By): mitmir ( ) 날 짜 (Date): 2005년 9월 22일 목요일 오전 02시 40분 36초 제 목(Title): 2+2+2.5의 인스턴트 커피의 추억 돈이 없던 때는 정말 많이 걷기도 걸었다. 그러다 먼지와 바람에 낡아 보이는 철창이 달린 자판기 앞에 선다. 종이컵에 인스턴트 커피 , 프리마, 그리고 백설탕이 2:2:2.5로 배합되면 머리가 멍해질 정도로 진한 커피가 나온다. 날씨가 추운 날이면 작은 컵 속에 모락모락 피어 오르는 뜨거운 김에 얼굴이 따뜻해질 때 느끼는 가난한 행복이 문득 떠오른다. 비가 와서 시작한 파전과 동동주, 그리고 비를 피하기 위해 다시 찾은 오뎅바에서의 소주 한 잔을 마시고 일어나 집까지 걸었다. 찬 기운에 따뜻한 커피가 그리웠지만 삭막한 이 동네에서 자판기를 찾는 것은 쉽지 않다. 걸어오는 길에 문득 떠오른 아련한 추억. 순수의 시절로의 갈망. 하지만 모든 것은 되돌릴 수 없고 지워질 수 없다. 다만 감출 수 있을 뿐이다. 그것이 시간이고 그것이 추억이고 그것이 흔적이며 상처이다. 삶의 1/2도 못넘긴 시점에서 왜 자꾸 지나온 길들을 되돌아 보는 것일까. 나는 앞으로 나아가고 싶지도 제 자리에 있고 싶지도 않다. 아무런 꿈을 지니지 않고 산다는 무료함이 사람을 더욱 차갑고 외롭게 만드는 것일지도 모른다. 조금더 일찍 삶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면 아마도 훨씬 더 안정된 시간을 보내고 있으리라. 어쨌거나 술자리에서 취하지 않고 남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평정의 상태를 지키는 것은 술에 취했을 때보다 훨씬 즐거운 일이었는데, 왜 그렇게 나는 취기에 내 자신을 맡겼을까.. 이런 후회가 오래 가지는 못할 것이다. 또다시 알콜의 임계치를 지날 순간이 찾아올까 두렵다. 굽이 닳아 쇠뭉치가 튀어나온 힐은 '딱딱' 거리는 듣기 싫은 소리를 내며 내 발걸음을 더욱 재촉한다. 계절이 지나면 버려질 이 구두처럼 나의 지나온 길들도 깨끗이 덮어질 수 있다면 조금더 자유로울 것 같지만 쉽지 않을 것 같다. 머리가 아플 정도로 달고 진한 커피가 오늘따라 그리워진다. 달고 진한 커피만큼이나 열정적이었지만 빨리 식어버린데다 날파리 한 마리까지 빠져버려 더이상 마실 수 없는 벤치의 2/3쯤 지점에 버려진 종이컵은 쌀쌀한 가을 바람에 엎어진다. 아마도 버려져 나를 원망했던 종이컵의 저주를 받고 있나 보다. 무의미한 일상과 치열한 경쟁에서 술에 취해 도태되어 버린 한심한 몽상가여.. 총알을 피해 춤을 추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