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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penDiary ] in KIDS
글 쓴 이(By): acduck (熙月,月影)
날 짜 (Date): 2005년 9월  5일 월요일 오전 11시 50분 51초
제 목(Title): 소식



문득, 전합니다. 

안녕하세요? 
바람은 언제나 스스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사물을 통해 현현하는군요. 
오늘도 밤나무의 잎들이 어찌나 춤을 추는지 단박에 가을바람이 온 것을 
알겠더군요. 
그리고 밤나무 꼭대기의 그 초록빛은 이제 盛夏의 빛과는 다른 초록빛을 
내는군요. 
우리가 견디어낸 여름이 가을을 데리고 왔는지 그 빛이 한층 더 깊어진 것 
같습니다. 

잘 지내시는지요?  

저는 이 숲으로 둘러싸인 銅瓦家에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가끔 비가 오면 
낙숫물을 세면서 도대체 이 집의 기와는 몇장일까를 헤아리고 뒤뜰의 복숭아가 
익기를 기다리면서 여름을 보냈답니다. 이제 복숭아는 다 익었고 도라지꽃이 
피었군요. 아직 복숭아는 너무 어린나무라서 열매를 땄다가는 가지가 상할까봐 
그저 두고 보고 있답니다. 뜰 앞의 모과나무는 언제인지 없어져버렸네요. 
모과나무를 두고 한 맹세도 없었으니 설마 벼락을 맞지는 않았겠지요. 그래서 
이제는 投我而木果하지도 못한답니다. 하기야 담장밖에 紅顔의 미소년이 
지나가는지 살필 겨를도 없이 지나간 여름이었네요.   

그대가 계시는 그곳의 여름도 더웠겠지요. 어떻게 견디셨나요? 여름의 더위와 
세월의 무상함과 시간의 지루함을요. 일상의 반복 속에서 소소한 즐거움을 
찾으려고 발버둥을 치지만 결국엔 수레바퀴 밑이라는 걸 느낀답니다. 이 지겨운 
인식의 한계를 벗어나야 해탈을 할텐데 저는 아직은 고해에서 허우적대는 
중생인가 봅니다.  모쪼록 그대는 해탈을 하시기를. 

그리하여 이 고해에서 벗어나시기를 멀리서 앙망하나이다.   

                                               2005. 9. 5.
                                        熙月堂主 霞淵 拜上.  


 
 밤이 들면서 골짜기에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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