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OpenDiary ] in KIDS 글 쓴 이(By): acduck (熙月,月影) 날 짜 (Date): 2004년 6월 23일 수요일 오전 10시 53분 55초 제 목(Title): 빨간모자의 비극 현장조사를 다니다 보면 별별 일이 다 있게 마련이다. 사람을 만나서 제보를 들어야 하는 나의 경우에는 주로 사람들과의 재미있는 일이 기억에 남는데 이번에는 사람이 아닌 동물과의 일 때문에 우황청심환을 먹어야겠으나 이제는 소만 생각해도 가슴이 떨려서 소고기도 당분간 먹지 말아야할 일이 생겼다. 나의 제보자 중에 서울에서의 생업을 접고 고향으로 낙향하여 소를 여러마리 키우시는 분이 계시다. 여러마리라 하면 수십마리가 아니고 민노당의 강기갑 의원보다 더 많은 120여두의 소를 키우는 어른이 계신데 그분댁에 가서 소와 함께 사진을 찍을 일이 생겼다. 여느때처럼 그분 대문간에 기웃거리면서 “어르신 계십니까?” 라고 소리쳐보았는데 무반응이다. 들에 일하러 가셨는지 차도 안보이고. 돌아오실때까지 기다릴 맘으로 대문간에 쭈그리고 앉았다가 심심해서 집앞 우사를 구경하기로 마음먹었다. 동네에서 그집 소 이쁘다고 소문이 자자하여 도저히 참을 수가 없기도 하였다. 터덜터덜 우사 쪽으로 발을 옮기니 정말로 무지하게 많은 소들이 앉아 있었다. 의외로 조용한 것이 식사를 하고 쉬고 있는 듯 아주 평화로운 광경이었다. 역시 소들은 예뻤다. 깨끗하게 손질된 털에 멋진 뿔..그리고 그 순한 눈이라니...가까이 보고 싶어서 울타리 쪽으로 다가갔다. 그런데 갑자기 어디선가...뭔가가 후다닥 튀어나오는 것이었다. 아니 이게 도대체 무엇인가 하고 튀어나오는 물체의 정체를 보니 큰 개만한 송아지였다. 태어난지 며칠 되지도 않은 듯 뽀얀 것이 큰눈을 굴리면서 발발 떠는 것이었다. 내가 조금만 움직여도 그 파장은 그 송아지에게 전달되어 더 큰 움직임으로 반응을 보였다. 송아지가 튀어나와 내 앞에 서기까지 30초나 걸렸을까... 이어지는 반응은 어미소의 움직임이었으니 아무리 울타리가 있다 해도 여러마리의 소들이 동시에 울타리를 머리로 받는데...‘움머어~~’ 소리와 함께 다른 울타리에 있던 소들도 함께 울면서 울타리를 머리로 받는 것이었다...축사의 울타리는 천장을 받치는 기둥과 연결되어 있었는데 천장이라는 것이 비닐과 그물로 얼기설기 걸쳐놓은 것이라 그 안전을 보장할 수가 없고 따라서 그 우사 전체가 마구 흔들리기 시작하였다..120여마리의 소들이 동시에 울면서 우사를 받으니 우사는 흔들흔들...나는 걸음아 살려줘라...면서 동료가 기다리는 집으로 뛰어갔다. 평소 100미터를 18초에 끊었던 내가 당시에는 아마 14초쯤 끊었을까...여튼 동료가 조사하는 집으로 가서 “황선생님~~살려주세요.”라고 했으니 녹음테잎 다시 들어보면서 내동료가 얼마나 웃을까? 서울로 돌아오는 기차안에서 전후사정을 동료에게 이야기해주었더니 원인은 “빨간모자”란다. 투우에서 소가 투우사의 붉은망토를 보고 흥분해서 덤비는 것처럼 나의 빨간모자를 보고 덤볐다나. 이번 조사가기 전에 너무 예뻐서 산 모자인데.. 당분간 소있는 마을에 들어갈때는 파란색 모자를 쓰고 가야할듯^^ 밤이 들면서 골짜기에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