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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yongJi ] in KIDS
글 쓴 이(By): himan (juris)
날 짜 (Date): 1998년 10월 14일 수요일 오후 06시 20분 51초
제 목(Title): 한편의 시를 당신에게..


지식인의 변명을 읽다가 인상깊은 시 귀절을 여기에 올립니다.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   김수영

왜 나는 조그만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오십원 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하고

한 전 정정당당하게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삼십원을 받으러 세 번씩 네 번씩
찾아오는 야경군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
아무래도 나는 비켜 서 있다 절정위에는 서 있지
않고 암만해도 조금쯤 옆으로 비켜 서 있다
그리고 조금쯤 옆에 서 있는 것이 조금쯤
비겁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한다
이발쟁이에게
땅주인에게는 못하고 이발쟁이에게
구청직원에게는 못하고 동회 직원에게도 못하고
야경꾼에게..이십원 때문에 십원 때문에
우습지 않느냐 일원때문에

모래야 나는 얼마큼 적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적으냐
정말 얼마큼 적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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