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쓴 이(By): yung (이 정영) 날 짜 (Date): 1993년04월06일(화) 22시57분32초 KST 제 목(Title): 음악에 관한 독백 - 부활 - * 구노, 미사곡 - 세실리아를 위한 장엄미사 - 며칠 있으면 교회나 성당을 다니는 분들에게 큰 명절이 다가옵니다. 부활절을 맞게 되는 것이죠.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혀 죽은 지 사흘날에 부활한 날이 되는 것입니다. 아마 성탄절보다 더 큰 축일이 아닐까 하는데 많은 교회나 성당의 성가대가 이날 부를 성가곡을 몇달 전부터 연습을 하죠. 서양의 작곡가들도 나름대로 많은 미사곡을 남기고 있는데 대표적인 곡에는 베에토벤이 작곡한 장엄미사가 있읍니다. 저에게는 부활이 다가오면 생각나는 곡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구노의 세실리아를 위한 장엄미사입니다. 구노는 우리에게는 아베마리아로 잘 알려진 작곡가이죠. 군대에서 제대를 하고 복학하기까지 약 7개월 가량 쉰 적이 있읍니다. 그 때 부산 서대 성당 성가대에서 활동을 했었읍니다. 뭐 특별히 노래를 잘해서가 아니라 성당이란 곳이 워낙에 젊은 남자들의 활동이 드문 곳이어서 마침 시간도 남고 영세받은 지 얼마되지 않아 아는 사람도 없어서 사람도 사귈 겸해서 청년 성가대에 들었읍니다. 그 때 부활절에 대비해서 연습을 하고 있었는데 그 곡이 바로 구노의 미사곡이었읍니다. 연습을 꽤 열심히 하고 부활절을 맞이하였읍니다. 워낙에 어려운 곡이라 전곡을 다하지 못하고 대영광송(Gloria), 거룩하시다( Sanctus), 천주의 어린 양(Agnus Dei) 등 부분적으로만 불렀는데 미사를 드리며 노래를 부르는 도중에 머리 끝까지 짜릿해지는 벅찬 희열을 느꼈읍니다. 경험해 본 사람은 알 수 있는 진한 감동이었읍니다. 그 후 진짜 프로들은 이 곡을 어떻게 부르는가 싶어서 음반을 구해보려고 알아보았는데 우리나라에는 라이센스음반이 안 나왔다고 하더군요. 이윽고 복학을 해서 서울로 갔고 우연히 신림 4거리에 있는 목신의 오후라는 카페에 들렀읍니다. 주인이 예술을 사랑하는 분이어서 군에 가기 전에 자주 들렀던 곳이었는데 주인은 바뀌었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그대로였읍니다. 친구와 차를 마시고 있는데 구노의 미사곡이 나오는 것이었읍니다. 참 신기하더군요. 그 이후로도 몇 번 찾아서 구노 곡을 들어 보았는데 옛날 직접 부를 때의 그 감격은 좀처럼 살아나지 않더군요. 포항에 와서 바쁜 핑계를 대다 보니 1주일에 1번 주일 미사도 자주 빠지곤 하는데 이번 부활을 계기로 그동안 소홀했던 신앙 생활을 반성해볼까 합니다. 1993. 4. 6 밤에 이 정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