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Music ] in KIDS 글 쓴 이(By): staire (강 민 형) 날 짜 (Date): 1995년03월29일(수) 05시48분12초 KST 제 목(Title): 베토벤 9번 - 좀더 자세히... filler님처럼 자세히 알고싶은 분들을 위해 이 글을 씁니다. 우선 별로 비싸지 않으니 스코어를 한 권 사서...(악보사에 흔히 팔지요.) 직접 들어 가며 살펴보기로 할까요? 1악장 34-35마디 : 잘게 썰어가던 바이올린과 비올라의 32분음표의 긴장감은 36마디부터 나오는 트레몰로로 받기에 역부족입니다. 바이올린의 위력은 멜로디 라인을 장악하고 있는 경우 전 오케스트라에 대항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합니다. (베토벤 7번 2악장의 처음 나오는 forte 부분 참조) 이 긴장감을 현의 pp 트레몰로로 받을 수 없다는 건 상식이죠. 베토벤이 긴장을 해소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얻고자 했다면 모를까, 이 장면에서처럼 긴장을 이어가려는 목적이었다면 부적절한 용법이 아닐까요? 115마디 : 반음계의 상승은 절묘합니다. 그러나 베이스를 제외한 모든 현의 유니즌에 비해 화성적 배경이 부족해서 그 정교한 반음계 진행이 공허하게 들립니다. 비올라 정도는 화성을 담당하는 편이 낫지 않있을까요? 102마디 : 매너리즘의 표본이라고 할 만하지요. 같은 시기에 실내악에서는 계속 새로운 것을 추구하던 베토벤이 왜 이런 진부한, '너무나 베토벤적인' 패시지에 집착할까요? 150마디에서도 그렇습니다. 267-270마디 : 베토벤은 관악기를 당대의 누구보다도 잘 다루었습니다. 그러나 이 부분은 악기 배치가 무리하고 (특히 바순...) 병진행 음정이 뚜렷이 들려 웬만한 화성법 교수라면 당장 체크를 해버릴 부분입니다. 이런 진행을 굳이 쓰고 싶으면 적어도 스타카토는 생략해서 소리를 좀더 감싸야 하지 않을까요? 531-539마디의 고집 저음 (basso ostinato) : 고집 저음은 들리면서 들리지 말아야 합니다. 멜로디와의 충돌을 완화시킬 수 있을 정도의 세기가 좋지요. (멜로디와의 화성적 충돌이 전혀 없는 고집 저음은 단순히 건반화성적 반주에 불과하며 이 경우 고집 저음으로서의 매력은 찾을 도리가 없습니다.) 베토벤 7번 1악장 말미의 고집 저음은 대단히 뛰어난 것인 데에 반해 이 장면의 그것은 무리가 많습니다. 우선 너무 음역이 넓어 고집 '저음'이라기보다는 멜로딕한 움직임이 너무 드러납니다. 더우기 관악기의 멜로디는 움직임이 적어 마치 고집 저음이 멜로디인 것처럼 들립니다. 최악의 조합이죠. 베토벤은 고집 저음이라고 썼지만 청중의 귀에는 변화 없고 단조로운 멜로디처럼 들리는 현, 그 '멜로디'와 맞지 않는 화성적 배경처럼 들리는 관... 2악장은 9번 전곡을 통해 가장 잘 씌어진 부분입니다만... 2악장 272마디 : 옥타브로 조율되어 멜로디를 연주하는 팀파니에 대한 감탄이 가실 때쯤 해서 이 어처구니없는 팀파니의 용법이 나옵니다. 금관이 으뜸 화음을 담당하고 베이스가 그 화음의 밑음을 받쳐주지만 나머지 악기들은 유니즌으로 멜로디를 연주합니다. 이 장면에서 제 3음을 미친듯이 난타하는 팀파니... 제 3음의 폭풍같은 위력은 금관을 덮어버릴 정도입니다. 힘차고 당당한 주제를 한껏 펼쳐보일 장면에서 쏟아져 나오는 제 3음... 이 처참한 부조화는 들어보시면 당장 느끼실 수 있습니다. 근음이나 제 5음을 쳤어야지요. 안 되면 아예 팀파니를 생략하든가. 503마디 : '혼 5도'라는 말도 있듯이 금관의 은복 5도는 묵인됩니다. 그러나 이 대목의 트롬본이 연주하는 5도 음정은 묵인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나 있습니다. ... 3, 4악장에도 많지만 지루하실 듯해서 이만 줄입니다. 사실 청력 소실에 의한 음량 불균형의 문제는 이미 8번에서 드러난 바 있습니다. 거의 모든 전문가가 인정하는 그의 실수... 8번 1악장 재현부의 주제는 첼로가 담당하는데 첼로만으로는 역부족이라 이 장면에선 멜로디가 들리질 않는 거죠. 그러나 이런 문제점을 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베토벤 9번은 거대한 음악이라는 사실 또한 부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 ----------- Prometheus, the daring and enduri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