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Music ] in KIDS 글 쓴 이(By): HAYANNIE (축복의이슬) 날 짜 (Date): 2003년 9월 1일 월요일 오후 11시 42분 46초 제 목(Title): FAZIOLI 없어서 못 치나? 이건 한 예만 보고 판단할 수 있는 성질은 아니지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FAZIOLI라... 없어서 못치는 건가?' 9월 7일 베레초프스키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전곡 연주회에서 파찌올리(원어에 제일 가까운 한글 표기가 뭐죠?)를 한국 무대에 처음 선보인다는 이야기는 홍보를 과장해서 하다 생긴 건지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건지 모르지만, 아무튼 이제 사실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정명훈 지휘 도쿄필 서울 내한에서 백혜선 협연시 (이게 처음인지 아닌지 모르지만) 이 녀석이 등장했습니다. 전 뜻밖의 수확(?)에 기분이 좋으면서, 베레초프스키의 연주회가 더욱 기대가 되었습니다. 원래 도쿄필 연주회의 피아노 협연 곡은 라흐마니노프 콘체르토 3번이었다 브람스 1번으로 바뀌었는데, 협연자가 어째 악기를 소화하지 못하는 느낌을 받아서 (기대를 너무 많이 했는지) 다소 불만족스럽지만 전반적으로는 자연스러운 느낌을 받았습니다. 차라리 스타인웨이였으면 이번엔 더 낫지 않았나 싶기도 하는 생각이 들면서요... 브람스 콘체르토는 하도 길렐스 거만 들어서 그랬는지도요. 아무튼 파찌올리의 힘을 좀 제대로 느껴볼수 있는 기회가 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죠. 그래서 베레초프스키가 기대되는 겁니다. 파찌올리의 소리는 확실히 스타인웨이와는 우열을 가리기야 불가능한 거고 음색에서 차이가 많이 났습니다. 스타인웨이에서 제가 강렬하게 받은 소리의 특징이란 쫙쫙 시원하게 뻗는 울림을 바탕으로 청명한 느낌을 주는 그런 색깔들인데, 파찌올리는 그런 느낌은 못받았지만, 굉장히 색깔의 표현 폭이 큰 악기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전반적으로 음색도 따뜻한 감이고요. (이건 곡이 그래서 그랬는지도. 좀 나쁘게 말하면 약간 중간중간 잠도 오는...) 이번 공연에는 리허설을 참관했는데요, 제 영어가 딸리는지 자리를 잘못 잡았는지 정명훈씨 말하는 소리는 둥둥 울려서 들리다가 안들리다가 해서 말러 교향곡 리허설 때는 다소 괴로워했는데, 이후 협연곡 차례가 되어서 구석에 있는 피아노를 공연할 때 놓이는 자리로 가져다 놓는 걸 봤지만, 조명이 그리 밝은 편은 아니고 시력도 좋지 못해 피아노 오른쪽 면에 적힌 브랜드가 스타인웨이 & 손즈가 아니고 짧은 한 단어인 것만 확실히 구분이 갔는데, 이게 듣도 보도 못한 녀석이었습니다. E로 시작하는 걸로 보였기 때무인데, 이런 피아노 중에 아는 이름은 들어본 일이 없어 단어 길이로 볼 때 아마 파찌올리에 가까울 것 같아 얼른 피아노의 길이를 느껴보고 페달 쪽을 봤는데 페달 갯수는 3개인지 4개인지 구분 안가는 자리였고, 길이는 275cm로 보기엔 약간 긴 듯 했습니다. (앞뒤 좌우 기준 모두 중앙쯤 되는 좌석이었음.) 소리로도 분명 스타인웨이는 아니었고요, 결국 리허설 끝났을 때 잠시 앞쪽에 가서 확인한 결과 파찌올리가 맞더군요. 어수선해서 자리 이동들 하느라 피아노엔 아무도 신경 안 쓰는 틈을 타서 무대 올라가서 건반을 눌러보고 싶더라고요. (지휘자가 피아니스트 출신 아니랄까봐 (전성기만 못하지만) 리허설 끝난 뒤 파찌올리 가지고서 잠시 놀았습니다. 쇼팽 발라드 4번 도입부를 치다가, 1번의 앞부분과 중간, 뒷부분 골라서 치다가, 그날 연주곡인 브람스 콘체르토 앞부분 조금 치다가 흐... 정말 혼자서 논 건 아니고, 취재사진을 위해 요청을 받은 건지, 주위 동료들이 해보라고 해서 그런 건지 잘 모르겠지만 (왜 너 피아노 좀 치니까 뭐 하나 쳐봐라는 분위기 있죠?), 그런 평범한(?) 장면도 관찰하게 되었습니다. 리허설 끝나고 막 나가려는데 지휘자가 피아노 건반을 하나 둘 자꾸 딩동댕동 하다 말다 그러길래 발길이 안떨어져 문앞 좌석에 앉아서 지켜본 거죠. 아, 이거 뭐 쓰잘데 없는 소리가 이리 길어지다니...) 그런데, 이번 공연이 투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파찌올리는 없어서 못치는 피아노가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베레초프스키 공연이 초연이라고 하도 강조들을 하고, 도쿄필 공연도 협연자는 이전 장소(부산 등지)에서는 분명 파찌올리는 아닌 피아노, 십중팔구 스타인웨이를 썼을 텐데 굳이 서울 공연에서 파찌올리를 골랐다는 건 파찌올리가 그만큼 귀한 피아노란 이야기로 해석이 되었습니다. 다른 이유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요... 파찌올리를 전설의 피아노라고 한다든데, 도대체 (특히 한국의) 피아노계에서는 이 악기를 어떻게 보고 있는 건가요? 이 날의 인상만으로는, 베레초프스키라면 전혀 다른 파찌올리가 들려올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