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목록][이 전][다 음]
[ Music ] in KIDS
글 쓴 이(By): flexable (플__)
날 짜 (Date): 2003년 7월 29일 화요일 오전 05시 19분 42초
제 목(Title): Re: 콘서트에 의해서만 생존 가능이라...




roybgood님이 한 포스팅에서 흥미로운 포인트들을 한번에 많이 짚어
줘서 한번에 다 답글 쓰기가 어려웠습니다. 지난번 답글에 이어 좀 더
적어보지요.


> 즉, 마돈나가 앨범을 내면서 10만장 단위, 5만장 단위 
> 조금씩 내용을 바꿉니다. 하나의 노래도 take1, 2, 3 ..
> 로 나가게 되지요. 그날 그날의 기분에 따라서 조금씩
> 다른 연주가 되기도 할 겁니다. 즉, 현재까지의 음악 레코딩은
> 한번의 제일 뛰어난 연주가 수천수만번 반복재생되는
> 초인간적인 음악감상법 이었습니다. 서태지의 filler없는
> 레코딩 전략에 대해서 언급하셨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 고객 중에는 filler성 음악이라도 모으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는 것이고
> 그렇다면 서태지는 앨범을 내면서 '오리지날 버전'과 '필러도
> 있는 버전' 이렇게 낼 수 있는 거죠. 
>
> 유통이 문제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만, 근본적으로 CD유통의 중심이
> 온라인으로 옮겨가는 와중에 있으므로 큰 문제 없다고 생각합니다.

왜 제일 뛰어난 연주가 반복재생되는 게 "초인간적인" 감상법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하군요. 비단 음악 뿐만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예술 작품들이 탈고의 진통을 겪어서 창작자가 흡족한 (또한 작품
가지고 장사하는 사람들이 보기에 흡족한) 수준이 된 다음에 공개
되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습니까?

일단 잘된 작품이 대량 소비되고 나면 특정 아티스트의 팬 중에서도
일부 열렬 팬들이 잘 알려지지 않은 다른 작품들을 찾게 되는 거고 
그렇기 때문에 부트렉 앨범이라는 게 존재하는 거겠지요. 물론 이건
어느 정도 이상의 대중적 성공을 거둔 소수의 아티스트에나 해당
되는 이야기입니다. 온라인이건 CD건 과연 대중들의 구매 행태가
전부 이런 쪽으로 변화하리라 믿으십니까? 신곡 마케팅 하기도 어렵고.

개인적으로 음악 팬 입장에서는 물론 님의 견해대로 된다면 굉장히
해피할 것 같습니다만.. 현실적으로 볼 때 그렇게 될 가능성은
솔직히 낮다고 봅니다. 다만 본격적으로 온라인 음악 배급이 활성화
되면 alternative take들이나 라이브 버전등 다양한 버전 등이
곡 단위로 판매/다운로드/스트리밍되리라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 해도 제가 보기에는 절대 다수는 현재와 같은 "best version"
이 될 것이고 이런 alternative take들은 소수의 열성 팬들을 위한
(어느 정도는 돈 되는) 서비스 수준에 머무를 것 같습니다.


> 이렇게 되면 모든 CD가 하나하나의 스페셜 에디션 CD가 될 것 입니다.
> 최근 김윤아가 시집과 CD를 묶어서 낸다던지, 웬만한 사진집 뺨치는
> CD 북렛을 (물론 크기가 CD크기가 아니고 훨씬 크죠) 포함한 
> CD를 내는 핑클 등이 이러한 움직임을 반영한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김윤아의 솔로 앨범은 아티스트의 에고 트립이 심각한
수준에 이른 범작이었다고 봅니다. 특히 그 시집 파트는 웃기지도 
않는 수준이고. 화려한 부클렛으로 무장(?)한 핑클의 앨범은 다양한
매체를 통한 artistic expression이라기 보다는 좀 더 CD 구매욕을
자극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보고요. 물론 이런 게 꼭 나쁘다는 건 
아닙니다만 알맹이가 따라가지 못하는 상태에서 포장만 멋들어지는게 
꼭 음반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더군요. 

요컨대 이런 패키징들이 시대적 흐름이라고 생각하는 건, 역시 너무 
앞서가는 거 아닌가 라는 겁니다.

(자꾸 미국의 예를 들어서 죄송합니다만) 미국에서 CD 사다가 한국
에서 가요 음반 사려고 나가보면 그 패키징의 화려함에 놀라게 됩니다.
한 두 곡 말고는 들을 곡 없다고 사람들이 그렇게 아우성 치는 음반
들이 패키징은 왜 이리 화려한지.. 한 번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 느낌은 '음반이 안 팔리긴 안 팔리나 보다. 이렇게
까지 해서라도 일단 사람들 눈길을 끌어보려고 하니'였습니다만. :^d


Tony님이 roybgood님의 글에 다음과 같은 답글을 달으셨는데요..

> 마지막으로 CD는 가고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음악 산업과 문화가 필요하다는
> 앞의분의 말씀 너무도 잘 읽었습니다. 새 시대엔 새로운 산업과 새로운
> 사회구조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음반회사들도 언제까지나 지금처럼
> 누워서 떨어지는 돈을 받아먹으며 100년을 바라보는 안정적인 기업이
> 되어야한다고 생각치는 않습니다. 변모하지 않으면 망해야져.

한국 음반 시장은 확실히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선진국들)과는
다른 면이 강합니다. 기회가 되면 그쪽도 한 번 짚어보고 싶군요.
제 포인트는 '한국 시장의 변화를 가지고 세계가 한국 정도
속도/수준로 변화하리라 예상하는 건 지나치다'는 겁니다. 세상에
이미 working하는 시스템이 있다면 거기에는 반드시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고 변화라는 게 그렇게 쉬운 게 아닙니다.

한가지만 더 첨언한다면.. 제가 보기에 셀린 디온의 라스 베가스 
쇼가 어떤 트렌드를 대변한다고는 생각하기 힘들더군요. 가장
큰 동기는 셀린 디온 본인이 전미 투어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투병중인 남편과 아이와 보낼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고 싶어서)
이고요, 쇼 자체도 전미 투어와 비교해서 얼마나 많은 돈을 벌고
있는지도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또 라스 베가스라 하면 
'한물간 가수들' 이미지로 연결되는 경향이 매우 강해서 셀린
디온이 어느 정도 그 이미지를 깰 수 있을런지도 의문시되고요.

결정적으로 셀린 디온 앨범이 예전만큼 팔리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여기에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셀린이 투어를 하지 않는
것도 매우 큰 부분을 차지하리라 봅니다.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 목록][이 전][다 음]
키 즈 는 열 린 사 람 들 의 모 임 입 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