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Music ] in KIDS 글 쓴 이(By): guest (dpdp) <ns.nownuri.net> 날 짜 (Date): 2003년 6월 9일 월요일 오후 03시 40분 37초 제 목(Title): 짐머만 마스터 클래스 후기 5시반 시작이라 조금 일찍 퇴근할랬더니 PI가 5시 넘어서 내려오는 바람에 늦었다. 연휴 전이라 또 왜 이리 차가 밀리는지 아무튼 밀려밀려 끝나기 1시간 가량만 남겨놓고 도착. 갔더니 마스터클래스 출연자 연주 중이라 당장 못들어가고 (로비의 화면에 소리 없이 나오고 있었음) 끝난 다음 들어갈 수 있다고 하는데, 나중에 보니 쇼팽 프렐류드 24곡을 다 친 것 같습니다. 아, 그 전 게 리스트 단테 소나타(편의상 이렇게 부르기로 하죠) 하고 또 한곡 있었는데 프로그램이 지금은 기억은 안나고요. 마지막에는 라흐마니노프 소나타 2번이었고요. 마지막 출연자는 깨끗하고 거의 완벽한 수준으로 연주했다고 해서 별 이야기가 없었고, 결국 저 위의 쇼팽 전주곡 부분만 짐머만의 레슨을 구경하다 왔습니다. 사람들 진짜 열심히 노트필기 하더만요. 중간에 나가는 사람도 있고(원래 3시간 계획이었는데 짐머만이 말 한번 시키면 말이 안 끊어지는 사람이라는군요. 다음날 새벽 6시 비행기 탄다는데 밤 9시 반에 끝났습니다.) 기억나는 거 대강 적어보면, 1) 다이내믹에 관하여 이건 절대적인 게 아니고 밸런스의 문제라고 하면서 직접 자신이 고양이 울음 소리와 오케스트라 tutti가 나오는 일부분을 학생들에게 녹음해서 들려준 예를 들어 이야기하더군요. 아무리 음량 자체가 커도 작은 건 작게 들리고, 큰 건 크게 들리므로 밸런스의 문제라는 이야기입니다. 곧, '야옹' 하고 살짝 우는 고양이 소리를 떠나가라 큰 볼륨으로 놓고 들려준 다음 이게 소리가 크냐 작냐 물어봤더니 작다고 하던데, 오케스트라 tutti (아마 ff쯤 되는 부분이겠죠) 소리는 같은 오디오에서 볼륨을 들릴뚱말뚱 하게 작게 해서 들려준 다음 이게 소리가 크냐 작냐 물어봤더니 크다고 하더랍니다. 호로비츠 연주회 이야기도 해줬습니다. 옆에 학생이 녹음하려고 녹음기 가져왔는데(여기서 그렇게 녹음해봐야 쓸모가 거의 없다고 생각하는 쪽이라는 의견도 밝혔는데요) 연주하는데 틀어놓아도 녹음이 안된다고 또 고장이라고 해서, 자기가 왜 고장이라고 생각하냐고 했더니 왜 그 음량 레벨 보여주는 램프가 어떤 한 수준에서 계속 머물러서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었다고 하더랍니다. 그 때 호로비츠는 스크리아빈 에튜드를 연주하던(op. 8-12였나? 이건 가물가물한데 아무튼 F# minor 에튜드 유명한 거 있습니다) 순간이었다고 하네요. 여기에 배음과 관련한 설명도 했는데, 통역이 시원찮은데다 제 영어 실력으로도 이 부분은 놓쳤습니다. 2) 손가락 컨트롤에 관하여 대개 사람들이 손등 주변으로 피아노를 친다고 합니다. 전공하는 학생들도 그런 모양인 것 같은데요, 손가락으로 건반을 컨트롤해야 아름다운 소리가 난다고 합니다. 쉬운 예로, 막대를 하나 들고 길게 쥐었을 때와, 짧게 쥐었을 때 건반을 누르면 어떻게 다르게 소리가 나는지 들려주면서 진짜 손가락으로 피아노 건반을 다루고 있는지 항상 손가락 긴장을 유지하라고. 특히 약한 악상, 곧 ppp 같은 데서도 손가락은 강한 손가락으로 유지하고 치는 거라고 친절히 설명해주더군요. 또, (이건 많이 들을 수 있는 이야기이긴 한데요) 건반을 치는 게 아니고 피아노 현을 직접 뜯는다고(연주한다고) 생각하래요. 자기는 피아노 칠 때 그 뚜껑 안에 들어가서 연주한다고 상상한다고 합니다. 또 주멜로디 부가 아닌 부분 (왼손이든 오른손이든) 연습할 때도 따로 연습하더라도 항상 음악을 만들면서 해야 한다고. 곧 한음을 치더라도. 그러면서 겹화음을 칠때는 아주 빠른 아르페지오를 친다고 생각해야 한음한음 신경쓰는데 좋다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3) (특히 빠른) 도약이 있을 때는 연습할 때 연주자가 생각하는 것보다 실제 더 빨리 움직여야 제 속도가 나온다고 합니다. 들을 때 느끼는 거랑 다르다는 거죠. 4) 기타 - 몇가지 황당하면서도 프로의 자세를 배울 수 있는 이야기들 * 학생한테 왜 이 곡을 가지고 마스터클래스에(라흐마니노프 한 학생 - 연주를 시작하기 전에 대화를 좀 나누더군요) 나오게 되었느냐 했더니, 음악회 가서 듣고 좋아서라고 했더니, 자기 생각에는 그렇게 하지 말고 그 작곡가의 곡을 다 공부하고서 선택해야 한다고. * 그 전날이 한국 첫 독주회였는데, 피아노 자기거 들고 오긴 했지만, 다른 작곡가들 곡을 한 곡으로 연주해야 한다는 건 무척 괴로운 일이라고 했습니다. 자기가 직접 작곡가마다 어울리는 건반을 만들었기 때문에 유럽에서 연주할 때는 여러 개를 다 대동하고 다니면서 계속 바꿔서 연주한다고 하네요. * 학생들 연주하는 걸 비디오로 찍는데 얼굴을 찍습니다. 그래서 학생들한테 보여주고, 음악 안듣고 얼굴만 보고도 자기가 무슨 연주하는 지 알 수 있어야 한다고. 위에서 음악 만들기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과 상통합니다. 굉장히 체계적이고 아는 게 많은 레슨자이면서도, 학생들이 스스로 음악을 찾고 만들도록 하는 거를 제 1순위로 둔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자질구레한 것들 몇 개 더 있는데 대강 흥미로운 내용들은 이 선이면 될 줄 압니다. 피아노 좋아하시는 분들 도움되길... 같은 기획사 주관으로 10월에 부닌 온다는데 그 때도 마스터클래스 하면 좋겠네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