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Music ] in KIDS 글 쓴 이(By): guest (lokjh) <y.glue.umd.edu> 날 짜 (Date): 2003년 4월 9일 수요일 오전 03시 03분 29초 제 목(Title): [문화] 한국재즈 메카 끝내 침몰하나 "문화일보"에서 퍼 왔습니다. <객원기자 이은미의 좀 다른 생각>한국재즈 메카 끝내 침몰하나 한국재즈의 메카이자 산 역사인 서울 청담동의 재즈클럽 ‘야누스’가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해 있다. 25년째 ‘야누스’를 지켜온 재즈보컬리스트 박성연(57)씨가 7년째 앓아온 지병(신부전증)과 경영난으로 더 이상 ‘야누스’를 유지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를 곁에서 지켜본 문화일보 객원기자인 가수 이은미씨가 ‘야누스’지키기 운동에 발 벗고 나섰다. 그는 이 기사를 시작으로 인터넷 등을 통해 ‘야누스’ 살리기 운동을 시작한다. 누군가 이름 석자만으로 모든 것을 말할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이름에 붙인 한두 단어의 수식어로 모든 것이 설명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 단어들은 그 사람이 끼친 영향이 지대함을 의미한다. 하지만 ‘박성연’, ‘야누스 박성연’하면 대개 잘 모른다. 아니 거의 모른다. 그가 쓴 한국 재즈 역사가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그가 홀로 지켜온 이 나라 재즈의 메카, 클럽 ‘야누스’가 얼마나 의미있은 곳인지 많은 사람이 잘 모른다. 그런데 지금 박성연이 삶 전체를 통틀어 일군 ‘야누스’는 이제 알려고 해도 알 수 없는 곳이 될지도 모를 절체절명의 위기 앞에 서 있다. 올해로 재즈에 입문한 지 30년, ‘야누스’를 가꿔온 지 25년이 되는 박성연은 가히 역사적인 재즈 뮤지션이다. 춥고 헐벗은 이 땅의 문화 불모지 시절부터 무대를 만들어 재즈를 즐기는 사람들과 호흡하면서 30년을 보낸 이 시대의 가수다. 그는 한때 우리 사회가 ‘재즈’라는 단어로 과열될 때, 그래서 ‘야누스’가 관객들로 미어터질 때에도 기쁜 기색없이 초연하게 어제처럼, 시작한 그 날처럼, 매일 마지막 공연인 것처럼 당대 최고의 그 스산한 목소리로, 귀가 아니라 마음을 울리던 뮤지션이었다. 또 그는 뮤지션들에게 더 좋은 대우를 해주기 위해 자신의 지갑을 털었으며, 인기에 영합하지 않고 재즈의 기본을, 그리고 그 진화를 쫓는 작업들을 해왔다. 그는 잘 나갈때에도 ‘야누스’를 통해 자신의 무언가를 이룩하고, ‘야누스’를 앞세워 자신이 어떤 일을 도모하는 데는 서툴렀다. 아니, 서툴다기보다는 아예 관심조차 없는, 말 그대로의 ‘뮤지션’이었을 뿐이다. 7년간 이어진 신장 투석작업으로 보통 사람은 일어나기조차 힘든 순간에도 그는 무대에 매일 섰다. 그랬던 그가 이제 자신의 인생보다도 소중히 여겼던 ‘야누스’를 놓으려 하고 있다. 썰물같은 유행이 빠져나가고 돈자랑으로 치장하지 않은, 영혼의 현을 잡아당기는 음악이 있는 재즈 클럽은 이제 고즈넉하기 만하다. 그게 지금 한국 재즈 클럽의 현실이다. ‘그는 왜 더 상업적이지 못했는가’, ‘그는 왜 클럽을 운영하는 사업가로서 더 약삭빠르지 못했는가’하는 질문을 해서는 안된다. 한 나라의 재즈 역사를 썼던 그는 왜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야만 했을까. 무엇이 그가 혼자 이 버거운 짐의 무게에 눌려 살게 했고, 이제는 흔들리는 눈동자로 ‘야누스’를 포기하겠다는 말을 하도록 만든 걸까. 그의 공명심이 대단해서? 그의 자기만족이 워낙 견고해서? 아니다. 그렇게 평생 재즈로 고단한 삶을 산 그는 아직도 “다시 태어나도 재즈를 하겠다”는 사람이다. ‘야누스’는 자칫하면 이제 이 땅에 전설로 남게 될 상황에 놓여있다. 음악인으로, 동시대를 사는 젊은 사람으로, 문화가 보다 다양해져야 한다는 생각을 버릴 수 없는 사람으로 ‘야누스’는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에게도 그 정도의 클럽은 가질 만한 자격이 있다. 그런 뮤지션도 있고, 그런 문화적 유대감도 있다. 각자 모두 좋아하는 음악을 충분히 즐길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자랑할만한 재즈 클럽이 있었으면, 충심으로부터 존경해야할 만한 재즈 뮤지션이 다른 것으로 옹색해지지 않고 연주만 할 수 있어도 되는 정도의 ‘문화적 토양’이 있었으면 싶다. 재즈를 좋아하는 사람이든 그러지 않든 말이다. ‘100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 클럽’, 그래서 지금부터 75년후 이은미란 가수가 오늘 썼던 이 글이 그저 웃긴 해프닝으로 남을 수 있는 클럽, 그 클럽이 ‘야누스’일 수는 없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