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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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usic ] in KIDS
글 쓴 이(By): drago ()
날 짜 (Date): 2003년 3월 30일 일요일 오후 11시 45분 21초
제 목(Title): Re: Kirov Orchestra


>제가 실제로 연주해본 경우는 어려운 코드를 쉽게 연주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특이한 음색을 얻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말러였던 것 같은데 무슨 곡인지는
>잘 기억이 안 나지만 곡중에 악장의 독주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독주 부분은
>G-D-A-E가 아니라 G#-D#-A#-F로 조율된 바이올린으로 연주됩니다. 악기가 반음
>높게 조율된 대신 악보는 반음 낮은 조로 기보되어 있습니다.

scordatura 얘기가 나와서.. 
scordatura는 이태리어로 잘못 조율했다는 의미라네요. 정상적인 조율로 
돌아올 때는 accordatura를 쓴다 합니다.

아마 위에 곡은 말러 교항곡 4번 2악장을 말하는듯 합니다. 다만 여기서 수석 
바이올린은 반음 올려서 조율하지 않고 온음을 올려서 조율하지요. 말하자면
A-E-B-F#으로 조율한 악기를 쓰지요. 대신 악보는 flat이 두개 더 붙지요.
유명한 소절인데, scordatura를 쓴 이유는 싸구려 시골 깽깽이 소리를 나게 
하기 위해서라나요..

아마 제일 유명한 것은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5번에서 A를 G로 낮춘 것일것 
같습니다. 이 외에 생상 "죽음의 춤(danse macabre)"이나 스트라빈스키 
"불새"에서는 낼 수 없는 자연 하모닉스를 위해서 E선만 내리기도 하구요.

연주 용이성을 위해서라면 모짜르트의 Sinfonia Concertante (K.364)에서 
비올라를 반음 올려 튜닝하고 D조로 연주하는 예가 있다 합니다. 헌데,
E flat조가 그다지 어려운 조는 아닌데.. 다만 시대를 참작해 보면 그럴수 
있으리라 추측도 됩니다.

현대로 가까와지면서 힌데미스나 백스 등 어려 작곡가들이 저음을 위해서 
scordatura를 사용하셨지만 가장 대표적인 사람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의 오페라 "살로메"에서 그는 세컨 바이올린에게 낮은 
"미"를 요구합니다. 리허설 때 파트보를 보던 바이올린 주자들이 악보가 잘못된 
것을 지적하자.. "그럼 내가 거기에 '솔'이라고 쓸 줄 알았냐"고 쏘아 
붙였다지요.

그런 슈트라우스도 나이를 먹으면서 좀 순해지자 이렇게 말했다 합니다.
"당신들이 만일 그 연주할 수 없는 음을 충분히 '생각'하고, 마치 그 음을 
연주하고 있는 것처럼 열심히 노력한다면, 청중들은 그 음이 빠진 것을 절대로
몰라요.."

마지막으로 하이든 교향곡 60번에서는 기이하게도 연주를 하면서 scordatura를 
요구합니다. 긴 코드에서 F가 G로 바뀌며 우스운 소리가 나지요.

여하튼간에 scordatura가 작곡가들에게는 창작의욕을 불태울지 모르지만 
연주자에게는 거부감을 주는 것은 분명합니다. 핑거링도 흐트러지고, 장력이 
달라지며 악기에 부담도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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