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목록][이 전][다 음]
[ Music ] in KIDS
글 쓴 이(By): guest (lokjh) <z.glue.umd.edu>
날 짜 (Date): 2003년 2월 20일 목요일 오전 09시 52분 46초
제 목(Title): [시네21] 마일스 데이비스


"시네21(198호)"에서 퍼 왔습니다.


모든 재즈 양식의 아버지

Miles Davis(1926∼1991) 

<버스 오브 더 쿨>(Birth of the cool) 때문일까, 마일스 데이비스의 트럼펫은 
언제나 차갑게 느껴진다. 우리는 흔히 재즈를 두고 ‘영혼을 울리는 
소리’라느니 ‘가슴 깊은 곳에서 솟구쳐오르는 소리’ 같은 수식을 
사용하지만, 솔직히 마일스 데이비스의 수많은 음반 가운데서 그 수상에 걸맞은 
음반은 별로 없다. 

물론 아예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당장 <마일스톤>(Milestone)을 들어보라. 
마일스 데이비스뿐만 아니라 모던 재즈의 명인들에게 찬란한 황금시대였던 저 
50년대 후반의 빛나는 보석 가운데 하나인 이 앨범의 4번째 트랙 
<마일스>(Miles)는 그야말로 ‘영혼을 울리는 소리’가 무엇인지를 단박에 
느끼게 해준다. 그러나 아주 섬세하게 접근하면, 다시 말해 그가 자신의 수많은 
대표 앨범에서 과연 어떤 역할을 떠맡고 있는지를 고려하며 듣는다면 역시 이 
곡에서도 마일스 데이비스는 캐논볼 어들리와 존 콜트레인의 배후에서 일종의 
냉철한 조율사 역할을 침착하게 수행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줄리어드 음대 출신의 이 트럼페터가 멜팅 포인트까지 자신이 가진 내면의 
에너지를 끓어올려 순식간에 모든 것을 연소시키는 장인의 기질을 갖지 
않았다는 것은 재즈사의 입장에서 볼 때 매우 행복한 경우라고 하겠다. 만약 
그가 장인의 길로 걸어갔다면 재즈의 수많은 양식 가운데 절반 이상은 태어나지 
않았다고 봐도 좋다. 그러나 장인의 역할은 마일스 데이비스말고도 얼마든지 
있었다. 그의 선배격인 찰리 파커가 그렇고 존 콜트레인이 그렇고 소니 
롤린스와 클리포드 브라운이 또한 그렇다. 그리고 수많은 별들… 영혼마저 
연소시켜버리는 뜨거운 장인의 대열에 마일스 데이비스까지 포함시킬 필요는 
없다. 오히려 그 많은 별들의 운행과 명멸이 과연 어떤 의미를 갖는지 소망해 
줄 수 있는 하나의 공식, 뚜렷한 계보, 실측에 의한 지도가 필요한 참인데, 
바로 그것이 마일스 데이비스의 역할이자 운명이다. 그는 재즈의 거의 모든 
계보도에 빠지지 않고 등장할뿐더러 실제로는 재즈의 새로운 자식들을 낳는 데 
기꺼이 아비의 역할을 하였다.

1926년 일리노이주 얼튼에서 태어난 그는 19살 때, 뉴욕 52번가에서 당대의 
명장 찰리 파커와 만났으며 줄리어드 음대를 마치고 난 뒤 1945년부터 
본격적으로 찰리 파커 밴드에서 활동을 개시한다. 그는 1949년 길 에반스의 
편곡과 존 루이스, 제리 멀리건을 비롯한 9중주의 역사적 앨범 <버스 오브 더 
쿨>을 발표하여 50년대의 재즈를 개척하였다. 그후 얼마 동안 마약중독으로 
침체하였으나 1959년 뉴포트 재즈 페스티벌에서 화려하게 복귀하여 캐논볼 
어들리, 존 콜트레인, 빌 에반스 등과 함게 <카인드 오브 블루>(Kind of 
blue>를 만들어냈다. 그는 이 앨범의 멤버 및 이후 빛나는 황금기를 함께 
구가하게 되는 필리 조 존스, 레드 갤런드, 폴 챔버스 등과 어울리며 수많은 
걸작을 남겼다. 그러던 그는 1964년부터 히비 행콕, 웨인 쇼터, 토니 윌리엄스 
등의 후배들과 <Nefertiti> <Dorcerer> <‘Fore’ & more> 등을 발표하더니 
1969년에는 칙 코리아, 잭 디조냇, 존 매크러플린 등과 함께 희대의 실험작 
<비치즈 브루>(Bitches Brew)를 발표하여 퓨전 재즈라는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는 1992년 <두 밥>(Doo-bop)에 이르기까지, 다소 
지루하지만, 어쨌거나 실험적인 시도로 가득 찬 퓨전의 길을 걷게 된다. 

이상의 간략한 이력으로 우리는 그가 어떻게 주류의 핵심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길의 개척자였는가를 잘 알 수 있다. 그러니까 그는 빅밴드 편성의 스윙 재즈가 
2차대전과 더불어 소멸된 후 소수의 아웃사이더들이 뉴욕의 지하로 몰려들던 
시대로부터 출발하여 장인의 시대였던 50년대의 한복판을 질주한 뒤, 재즈가 
인도, 브라질 등의 민속음악과 만나고 동시에 일렉트릭 사운드와 결합하던 
60년대 이후부터는 이 모든 실험의 중심에서 탁월한 음악적 중매쟁이 역할을 
하였던 것이다. 간단히 훑어보아도 40년대 후반에는 찰리 파커와 버드 파웰이 
있었으며 50년대에는 클리포드 브라운과 존 콜트레인이, 그리고 60년대에는 
찰스 밍거스와 에릭 돌피가, 그리고 70년대 이후에는 키스 자렛이 있다. 그들은 
모두 자기 시대의 명장으로 시대를 자기 이름으로 기록하도록 만든 
기린아들이다. 

그렇다면 마일스는 모든 시대에 자기 이름을 올려놓은 사람이다. 그가 다른 
이에 비해 현저히 부족한 폐활량과 기교의 핸디캡을 커버하기 위해 모드 주법을 
선보였더니 그게 모던 재즈의 길을 열었다,는 식의 에피소드적 관찰은 전혀 
부적절하다. 그는 이성적 관찰자였으며 냉철한 실험가였다. 그는 어렵게 얻은 
자식을 끝까지 보살피기보다는 금세 다른 아이를 낳으러 새로운 시대를 훌쩍 
떠나곤 했다. 그렇게 해서 그는 재즈의 모든 양식의 아버지가 되었다.

정윤수/ 66년생·문화평론가·대중문화계간지 <리뷰> 편집위원


마일스 데이비스

1926년 5월25일 미국 일리노이주 얼튼에서 마일스 다우니 주니어 데이니스 출생
45년 <First Miles>
46년 <Bopping the Blues>
49년 <Birth of the Cool>
50년 <Ballads and Blues>
55년 <Round About Midnight>
56년 <Workin’> <Steamin’> <Relaxin’>
57년 <Miles Ahead>
58년 <Milestones> <Porgy & Bees> 
59년 <Kind of Blue> 
66년 <Miles Smiles>
69년 <Bitches Brew>
91년 <Doo-Bop> 
91년 9월28일 캘리포니아 샌타모니카에서 사망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 목록][이 전][다 음]
키 즈 는 열 린 사 람 들 의 모 임 입 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