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Music ] in KIDS 글 쓴 이(By): limelite (dorosolo) 날 짜 (Date): 2003년 1월 1일 수요일 오후 03시 07분 32초 제 목(Title): Re: 그날이 오면... "밤뱃놀이"를 기억하는 분이 계시네요... ^^ 방금 찾아보니까 같이 창을 한 분은 조주선씨라는군요. 이분 좀 유명한가요? 검색해보니 많은 사이트에서 언급되고 있던데요... 저도 이 테잎을 가지고 있었고, 밤뱃놀이도 좋아하던 곡이었지요. 지금은 테잎이 어디로 갔는지... 기억과 검색 결과를 조합해 적어보면... 78년에 서라벌레코드에서 "거치른 들판에 푸르른 솔잎처럼"이라는 양희은 앨범의 첫번째 곡이 우리에게 상록수로 알려진 동명 타이틀 곡 "거치른 들판에 푸르른 솔잎처럼"이었습니다. 두번째 곡이 "밤뱃놀이"... 이 앨범에서 재밌는(?) 것은, 작사작곡자 김민기가 김아영 등 다른 이름으로 채워져 있다는 것... 당시 치졸한 핍박을 엿볼 수 있다는... 상록수에는 김민기가 공장에서 일할 때, 어느 노동자 부부의 결혼 축가로 만들었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김민기는 "늙은 군인의 노래"를 군시절 제대하는 나이든 상사를 위해서 만들었다는 등, 천재성을 보여주는 일화들이 많지요. 그의 "아침이슬"은 1971년(아마) 나왔을 당시 한국 가요사 100년의 한 획을 그었다고 평가되었을만큼 훌륭한 노래로 인정받았고, 아직도 그의 1집 음반은 소장 자체만으로도 가치를 높이 받고 있다고 합니다. 훌륭한 우리가요였던 아침이슬은 김민기의 이력이 시대의 핍박과 저항으로 채워지면서, 소위 말하는 운동권가요로 점차 자리매김하게 되었습니다. 상록수에 대한 일화처럼, 노래를 아름답게 만드는 또 다른 중요한 요소는 노래와 얽힌 사연이나 추억이겠지요. 아침이슬에 대해서는 저도 잠시 추억이 있는데... 아마 86년 늦은 5월쯤 되었을 겁니다. 그 전 해까지 상주하면서 교정의 잔디밭을 짓밟던 전경들의 군화발은 물러갔지만, 여전히 학생들의 집회만 있다고 하면 전경들이 학내로 몰려와서 학교를 최루탄 범벅으로 만들던 시절이었습니다. 무장하고 몰려오는 전경들한테 평범한 학생들인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고, 그날도 쏟아지는 최류탄에 이리저리 몰리던 학생들은 결국 건물 속 여기저기에 몸을 피할 수 밖에 없었고, 그러면서 잠시 소강상태가 되었습니다. 갑자기 어디선가 노랫소리가 들리더군요. 돌아보니 매케하고 자욱한 최류탄 연기 속에 학생회관이 보였습니다. 아침이슬... 노래는 점점 크고, 어떻게 저렇게 소리가 맞을까 싶게 아름답게 교정에 퍼져갔고... 밖에 있던 우리는 잠시 멈춰서서 노래가 끝날 때까지 학생회관을 바라보았습니다. 같이 노래를 따라 부르는 사람도 물론 있었지요. 나중에 거기 있었다는 친구를 만났습니다. 자기가 불렀던 노래 중 가장 아름다운 노래였다고 하더군요. 그 친구... 그냥 대학원 가고 지금은 어디 교수하는 정말 평범한 학생이었습니다. 본인이 그러던 적이 있었나 지금 기억할까도 갸웃한... ^^ 동고리님에게 노래를 추천한다다고 적기 시작했다가,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가 길어지네요. ^^; 제가 고등학교 때까지, 척박하던 우리가요 토양에 형편 없는 가사의 우리가요를 듣느니 가사 이해 못하더라도 팝송이라는 것을 듣는게 낫겠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어처구니 없지만, 당시는 이런 사람들이 적지 않았네요. 그런 제 생각을 바꿔놓은 것이 김민기의 노래들입니다. 가사를 음미할 수 있다면, 더 많은 김민기의 노래들이 좋아질 것 같네요. 웬만한 가요들하고는 정말 격이 다르지요. 개인적으로 김민기의 직접 육성(70년도에 나온 것이나, 8~90년대 나중에 나온 것이나)은 별로라고 생각합니다. ^^ 아무래도 김민기 노래에 맞는 목소리는 양희은, 지금처럼 목소리에 기름기가 끼지 않고 카랑카랑하고 맑던 젊은 시절 양희은이 제격 아닐까... 김민기에 이어 추천할 사람은, 안치환... 그리고, 노찾사 노래 들도 추천합니다. "그날이 오면"이 실려있는 노찾사 2집에서도, 제 군대 시절인 87년에 신병에게 노래 하나 불러보라니까 이걸 불러서 놀라게 했던 "광야에서"나, "이 산하에" 같은 노래도 팬들이 많습니다... 제가 오늘 특별히 추천할 곡은, 소박하면서도 감성이 흘러 넘친다고 아직도 놀라와하는 노찾사 1집 중 "그루터기"라는 노래입니다. 노찾사 이후 김광석 등이 음반화했고요. 학교 방송제에서 이 노래를 듣고 제가 방송반에 들어가기도 했던 개인적인 추억도 있죠... ^^ 노래풍처럼 이 노래는 실제로 어느 야학의 교가 혹은 그 비슷 하게 쓰였다고 합니다. 촌스러운 시절이었지만 또 나름대로 멋지지 않나요? 이런 노래가 야학의 교가였다니... 그루터기 - 노래를 찾는 사람들 천년을 굵어온 아름 등걸에 한 올로 엉켜 엉킨 우리의 한이 고달픈 잠 깨우고 사라져 오면 그루터기 가슴엔 회한도 없다 하늘을 향해 벌린 푸른 가지와 쇳소리로 엉켜 붙은 우리의 땀이 안타까운 열매를 붉게 익히면 푸르던 날 어느새 단풍 물든다 대지를 꿰뚫은 깊은 뿌리와 내일을 드리고 선 바쁜 의지로 초롱불 밝히는 이 밤 여기에 뜨거운 가슴마다 사랑 넘친다 http://myhome.hanafos.com/~limelite/노래를%20찾는%20사람들%201집%2005%20-%20그루터기.mp3 ********************************************************* * 꿈★과 희망 찬 밝은 새해가 되세요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