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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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usic ] in KIDS
글 쓴 이(By): Lyle (라일)
날 짜 (Date): 2002년 12월  1일 일요일 오후 10시 13분 37초
제 목(Title): 악기 자랑


작년 9월쯤인가 독일에 클래시컬기타를 주문했고 그것이 약2주 전쯤에 도착
했습니다. 1년에 10 대 미만으로 제작하는 사람인지라 주문하고 기다려야 하죠.
아직 이름값이 많이 붙는 제작자는 아니기 때문에 1,2년 기다리는 건 별로 오랜
기간도 아니고요, 유명 연주인들이 써주는 악기는 주문하고 5년쯤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많으니까... 이름 값이 많이는 않붙어도 꽤 고가라서 세관에서
통관절차 밟을 때 무지 떨었더랬습니다. 세금을 물긴 물었네요. 구라쳐서 많이
덜물었지만... (어쨌든 물었으니깐 고발하기 없기!)

현장, 플랫 수, 헤드머신, 전/후/측면 나무까지 지정해서 주문했는데 그렇다고 
특수하게 생긴 기타는 아니고 도착할 때쯤 되니까 8현기타로 주문할껄 하는 아쉬움이
남긴 하더라고요. 자랑도 할겸 기타란 악기에 대해서 써보겠습니다.

앞판은 cedar 라는 나무로 만들었는데 오디오의 스피커쯤 되는 역할을 합니다.
보통 기타의 앞판은 cedar 아니면 spruce 로 만드는데 둘 다 산지가 어디냐에 
따라서 소리가 달라지고 특성도 조금씩 다르죠. 제 것은 유럽산이라는 것 말고는
구체적인 산지는 모르겠네요. 국내에서는 spruce 가 cedar 보다 더 좋은 소리를 내고
또 더 고급 제료라는 인식이 퍼져있는 듯한데 사실 그렇지는 않고 음향적 특성과
취향에 따른 것일 뿐입니다. 가장 큰 차이라면 cedar 는 spruce 보다 더 빨리 
최상의 소리를 갖추게 되죠. 나무에 어떤 물질이 연주하면서 지속적으로 부서지면서
울림이 더 좋아진다고 하는데 그 부서지는 속도가 spruce 의 경우 더디기 때문에
5년 이상 지나야 제대로 된 소리를 얻을 수 있답니다. cedar 는 그보다 짧고요.
앞판이야말로 제작자의 노하우가 집약된 부분입니다. 앞판 뒷면에 부채살처럼
제작자 특유의 설계대로 지지대를 붙이는데 그것에 따라서 소리가 많이 달라지고 또
나무판이 고른 굵기를 갖는 것도 아니어서 제작자가 나무를 두드려보면서 어떤 
부분은 다른 곳보다 더 얇게 깍기도 하죠. 제 악기의 경우엔 엄청나게 얇습니다.
부서질까봐 불안할 정도로 얇아서 방에 라디오를 틀어놓으면 앞판이 계속 진동할
정도에요. 국내에서 꽤 유명한 모 제작자는 수년전 같은 제작자가 96년에 세번째로
만든 악기를 보고 앞판이 1년도 못버티고 터져버릴꺼라고 했었지만 그때 그 악기는
아직도 멀쩡합니다. 97,8년에 몇번 만져보고 어제 또 만져봤는데 그사이 소리가 더 
좋아졌더군요.(spruce 악기) 그정도까지 변한다니 음이 뻗어나가는 힘은 아직 
그 제것이 그악기를 못따라가는데 제 것 역시 앞으로 진화할 꺼라고 기대합니다.
그리고 제가 쬐끔 아는 어떤 사람이 독일에서 악기제작 마이스터자격증을 따려고
공부하는 과정에서 그제작자에게 연수를 받은 적이 있는데 그사람이 앞판 깍고 
있는 거 보면 자기는 앞판이 터질까봐 무서워서 따라할 수가 없더라더군요. 그만큼
나무의 특성을 잘 알고 자기만의 가공법이 있어야하는 것이죠. 전에 쓰던 악기
(팔아야하는디 살사람이 없네. 라미레즈 3E 모델 살 사람 연락 줘요.) 앞판이
cedar 로 되어있는데 이거에 비하면 엄청 두껍네요.

측,후면은 일명 하카란다라고 불리는 브라질리안 로즈우드로 만들어졌어요. 측후면은
꽤 다양한 나무로 만드는데 마호가니, 로즈우드 등 비교적 단단하고 가벼운
나무로 만듭니다. 그중에서 가장 많이 씌어지는 것이 로즈우드인데 이경우 산지에
따라서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스페니쉬, 인디안, 브라질리안 순으로 쳐주는 
편이죠. 왜냐면 후자쪽이 그만큼 단단하고 음향적 특성이 좋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인디안 로즈우드보다 가공하기가 엄청 힘들고 옹이도 많기 때문에 아주 유명한 
제작자들도 꺼리는 나무이기도 하죠. 프랑스의 한 전설적인(죽었기 때문에) 
제작자는 나무결이 고르지 못하고 어찌 될지 예측할 수 없는 브라질리안 로즈우드를
쓰느니 인디안 로즈우드를 쓰겠다라고 했다네요. (위에서 라미레즈 3E에 관심가지신
분, 라미레즈 3E의 측후판이 인디안 로즈우드에요) 전문가도 브라질리안 로즈우드를 
제대로 감별해내지 못하기 때문인데 하지만 터진 바둑판이 더 비싼 값에 팔리듯
브라질리안 로즈우드도 언제 터질지 모르지만 좋은 목제인 경우 터진 악기가 더
비싼 경우도 있습니다. 인디안 로즈우드도 하카란다라고 불리질 않을만큼 브라질리안
로즈우드는 인도산과 많은 차이가 있는데 하카란다 역시 얼마나 좋은 나무냐에
따라서 가격 차이도 많이 난답니다. 여튼, 측/후판에 단단한 나무를 사용하는 것은
신체와 접촉이 많은 악기이기 때문인데 연한 나무를 사용하면 울림통의 진동이
측/후판을 통해서 몸에 흡수되기 때문에 울림을 반사해내거나 앞판으로 몰아가도록
하는 나무와 설계를 쓰는 거랍니다. 안타까운 것은 그런 하카란다가 이미 반세기 
전에 거의 고갈됐다는 겁니다. 그래서 현재는 합법적으로 구할 수가 없는 나무가
되버렸네요. 브라질리안 로즈우드, 하카란다, 리오팔리산더, 다 같 브라질 산 
장미목만을 위한 이름입니다. 학명도 있는데 까먹었네요. 

그다음은 지판인데요, 당근 흑단이죠. 저가의 악기를 보면 갈색의 지판이거나 
흑단인척 검은색 도료를 칠한 나무를 사용하는데 지판은 기본적으로 흑단이어야
합니다. 다른 나무와 비교할수 없을만큼 단단하기 때문이죠. 바이얼린이나 첼로
역시 흑단을 씁니다. 그건 줄이 진동할 때 단단한 목질에 의해서 목아지로 흡수되지
않고 더 지속적으로 울리게 하기 위한 겁니다. 줄이 양쪽에 기대어있는 상,하현주도
주로 뼈 아니면 상아를 사용하는 이유도 마찬가지죠.

마지막으로 칠입니다. 프렌치 폴리쉬라고 쉘락칠한다고 말하는데 국내 악기는 약
200만원대 이상의 악기에서 적용됩니다. 우레탄이나 라카칠은 외부와 나무를 완전히
차단해버리지만 쉘락칠은 자연산이어서 (어떤 나무에 사는 벌레의 분비물이라나
뭐라나) 나무의 음향적 특성에 더 좋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칠하는 작업에만 한달
넘게 소요되기 때문에 저가형 악기에선 쓰이질 않습니다. 바르지 않고 문질러서 
말리고 또 문질러서 말리고 해야하거든요. 제 악기도 사실 한달 정도 더 빨리 
왔어야 했는데 제작가양반이 얼라를 낳는 바람에 칠을 못해서 늦어졌답니다. 끔찍한
예기지만 얼라 피 한 방울만 섞어줬으면 영화처럼 레드기타가 되는 거신디...

그밖에도 훌륭한 헤드머신 이야기도 하고 싶은데 제작자냥반도 사다가 붙인
거시므로 생략.

다행히 클래시컬 기타는 아주 유명한 연주자가 사용하고 또 아주 유명한 제작가가
만든 악기라도 1억원을 넘는 경우는 못봤습니다. 그건 아마도 악기 수명이 100년을
넘지 못하기 때문에 명기가 역사를 갖지 못하기 때문인 것같습니다. 게다가 바이얼린
처럼 유명하지도 못하고요. 따지고 보면 기타가 바이얼린보다 좋은 나무를 사용하고 
제작과정도 더 복잡한데 그보다 싼 건 좀 억울한 일이긴 하네요. 연주하는 사람으로
써는 다행이긴 하지만. :) 제 악기는 역사성도 없고 유명연주자가 써주는 악기도 
아닌데 그럼에도 구지 해외에서 주문한 이유가 있다면 그건 국내 제작가를 믿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꽤 기술 좋은 제작가들이 몇 있긴 하지만 일단 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할만큼 풍부한 경험이 없고 또 목제를 구하는 경험도 한계가 있고요. 
국내에서도 cedar 나 rosewood 가 있지만 자연건조하는 경우도 없고 또 악기만들만큼
굵은 나무도 없고 무엇보다 좋은 나무가 나질 않으니까요. 해외 제작자들은 숲을 
돌아다니면서 나무 구분하는 것부터 배운다는데 우리 제작자들은 해외로 출장가서 
도매상한테서 사오는 정도일 뿐이죠. 그런 과정에서 얼마나 나무에 대한 지식을
갖을 수 있겠어요?

사실 제가 요즘 전기기타를 한대 사려고 한달정도 알아봤는데 그과정에서 참 우스운
경우를 발견했네요. 바이얼린도 마찬가지지만 브렌드 가치에 의한 가격상승이 유명
연주자가 사용해줌에의해 결정나는 것이 일반적인데 전기기타도 그렇긴 하지만 
대량생산 악기라서 그보다 브랜드 자체의 가치가 가격상승에 많은 역할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대충 따져보면 재료값은 50만원도 안될 것같은데 200만원이
넘는 악기가 생기는 거고 그 150만원쯤의 차액이 바로 상표값인 거죠. 유명연주자의
시그너쳐모델인 경우는 그보다 더 비싸고요. 거기까지는 이해를 하지만 진짜 우스운
것은 그런 악기에도 나무를 뭘 썼느냐를 엄청 따진다는 겁니다. 울림통도 없는
악기의 바디가 뭘로 만들어졌냐는 둥 지판이 뭐냐는 둥...  제 생각엔 그보다
픽업 만드는 기술과 엠프가 소리를 더 좌지우지 할 것같은데 말이죠. 게다가 고가의
클래시컬기타에 사용되는 목제는 최소 50년을 자연건조한 나무를 쓰는데 전기기타에
그런 잘 건조된 마누를 쓸 이유도 없거니와 그렇다면 좋은 나무를 썼다고 해도
그것이 좋은 나무라는 의미도 별로 없는 겁니다. 할로바디 전기기타도 마찬가지고요,
알아보니까 제대로 된 할로바디는 또 없더군요. 그래서 결국 중고를 살까해요.
2,300만원대의 최상급 브랜드의 전기기타가 거의 반값에 나오는 걸 보고 또 웃었죠.
꼭 기타가 아니어도 어쿠스틱 악기면 좋은 악기일 수록 중고가 더 비싼 경우도
있는데 말입니다. 저도 전기기타로 연주된 음악을 훨씬 많이 듣고 좋아하지만 아마도
전기기타에는 좋은 소리와 음악이 있을 수는 있지만 명기는 없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가끔씩 녹음을 하는데 조만간에 이악기로 신곡레퍼토리를 대충 완성해서 
들려드릴께요. 한 7분쯤 되는 곡인데 자꾸만 중간에 빠른 스케일 나오는 부분에서
손가락이 넘어져서리 녹음을 못하고 있어요. 그부분만 따로 녹음해서
부쳐버릴까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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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수 놓인 그길엔, 끈적한 바람이 불고있었다.
그바람이 시원하다고, 나는 눈을 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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