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Music ] in KIDS 글 쓴 이(By): chang (장상현) 날 짜 (Date): 1994년06월06일(월) 15시16분11초 KDT 제 목(Title): 음악의 천사, 남자의 악마. 만약 당신이 조선말기에 살고 있다고 가정하자. 그리고 당신이 자신의 이름도 쓸 줄 모르는, 가난한 시골 아낙네라고 생각해보자. 당신은 매일 같이 농사일과 부엌일로 쉬지도 못한다. 그리고 시댁식구와 남편을 위해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당신에게 어느날 꿈이 야망이 생긴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더구나 그 꿈은 요새말로 스타의 꿈, 즉 서울가서 최고의 예술가가 되겠다는 허황된 꿈이라면... 한 여인이 있었다. 배운것도 가진 것도 없고 키도 작고 얼굴도 이쁘지 않은 시집살이 4년째의 시골 여인이 우연히 판소리를 듣게 되었고, 그녀는 꿈이 생긴 것이다. 최고의 명창이 되어 서울의 무대에서 갈채를 받는 꿈... 어느날 밤 그녀는 그녀의 부엌과 그녀의 식구를 버린채 읍내로 도망을 쳤다. 그 곳에서 어느 무당의 조수가 되어 약간의 무가를 배우다가 근방에 상당한 실력의 소리꾼이 있음을 알게된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돈이 없었다. 뒷조사를 통해서 소리꾼에게 노총각 동생이 있음을 알게 된 그녀는 그 동생과 결혼을 한다. 식구가 된 소리꾼에게 소리를 배우게 된 그녀는 놀라운 재능을 보여준다. 원래 판소리는 아주 어려서 배우지 않으면 대가가 될 수 없으나 그녀는 스물이 넘어서 배우는데도 훌륭한 소리를 가지고 있어서 몇 년 만에 스승의 실력을 뛰어넘어 버렸다. 그 소리꾼이 더이상 가르칠게 없다고 하자. 그날 그녀는 남편을 버리고 떠났다. 이제 그녀의 두 번째 남편도 그녀에게는 쓸모가 없는 사람이므로... 이제는 서울에 가서 명창에게 배워야한다. 그녀는 돈많고� 늙은 부자의 첩으로 들어갔다. 그녀가 원하던 재산이 모이자 그녀는 이 세번째 남자도 그날로 버리고 서울로 갔다. 서울에서 그녀는 송만갑 정정렬등 명창에게 지도를 받으며 일취월장. 드디어 당대 최고의 여자명창이 된다. 그녀의 아름다운 목소리에 많은 사람이 반해서 찾아왔으나 그녀의 용모에 실망하여 돌아갔다는 이야기가 전해질 정도로 그녀의 목소리는 훌륭했다고 한다. 오직 남자 명창들에 의해 주도되던 판소리계에 최초의 여자 명창이 탄생된 것이다. 물론 그전에도 여자 소리꾼이 있었으나, 남자 명창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오히려 더 높은 인기를 누린 여자는 그녀가 최초였다. 그녀는 화중선 즉 꽃중의 선녀라고 불렸다. 이제 그녀는 꿈을 이뤘다. 최고에 오른 것이다. 자신의 예술을 위해 자기 주변의 모든 것을 파괴한 대가로, 그리고 그녀는 혼자였다. 밤에 가끔 혼자 밤하늘을 보며 울고, 우습지도 않은 얘기에 크게 웃어대는 그녀를 동료들은 걱정스레 바라보았으나, 그녀는 더이상의 남자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 일제시대에 일본에 위문공연을 가야했던 화중선은 건강을 해쳤다. 게다가 그녀는 정체불명의 약을 복용하고 있었다. 어느날 그녀는 동료에게 "만약 몸을 망쳐 더 이상 소리를 하지 못한다면, 차라리 죽어버리는 것이 낫다." 라고 말을 하였다. 일본의 규슈를 떠난 여객선에 그녀는 올라 탔지만 내리지는 않았다. 그후로 아무도 화중선을 다시 보지 못했다. 나는 그녀의 SP복각판을 듣고있다. 그녀가 행한 일에 대해서 비판도 찬사도 하고싶지 않다. 앞에서 말했듯이 우리는 그녀가 있었던 상황에 처해보지 못했으니... 어쨌든 그녀의 음반은 남아있고 많은 음악인들이 그녀를 찬양하고 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서편제는 장난이다, 진짜 소리꾼들의 삶에 비하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