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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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UD ] in KIDS
글 쓴 이(By): cookie ()
날 짜 (Date): 2004년 2월  7일 토요일 오전 04시 05분 51초
제 목(Title): 쇼팡님의 머드 관련 글 인용..


http://www.ddanzi.com/new_ddanzi/135/135cu_034.asp

(전략)
다시 1990년대로 돌아가자. 인터넷이 국내에 최초로 들어오고 BBS가 인기를 끌 
무렵 한쪽에서는 '머드'라는 희한한 것이 등장했다. 이 머드라는 것은 지금까지 
봐왔던 어떤 것과도 다른 무엇인가가 있다는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머드에 
빠진 사람들은 외모부터 확연히 달랐다. 며칠 동안 감지 않은 듯 지저분한 
머리에 면도도 하지 않고 외모에는 관심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이 많았다. 산 
속에서 도를 닦다 온 사람처럼 수염을 잔뜩 기르고 장발을 하고 다니는 사람도 
있었다. 좀처럼 수업에 나타나지도 않고 시험 볼 때면 갑자기 나타났다가 
사라지는가 하면, 같은 학과 사람인지 아닌지 아는 사람도 없어 의문의 
사나이로 불리는 경우도 있었다.

그들은 머드에 완전히 빠진 사람들이었다. 요즘 말로 하면 머드폐인이다. 보통 
밤새워 컴퓨터에 매달리다가 식당에서나 가끔 얼굴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주변 
사람들과의 교류는 드물었고, 주로 머드에 빠진 사람들끼리 친분관계가 
형성되어 머드족이라는 그룹을 이루었다. 많은 머드족들은 학교생활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으며 학점 미달로 학교에서 쫓겨나는 상황에 처한 
사람들도 속출했다.

대부분 대학에서 쫓겨나면 군대에 끌려가는 상황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이들은 
머드에 매달렸다. 한국의 젊은 남자에게 군대와 대학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대학에서 쫓겨나 군대에 가야 된다면 그 나이의 
사람에게는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머드는 그런 위험을 
감수하게 만들 정도로 이들에게 강력한 중독성을 보였다. 머드의 중독성은 그 
당시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강력했다.

이들을 현실세계로부터 등지게 만든 머드라는 것은 무엇일까? 머드는 텍스트로 
아주 단순하게 만들어진 초보적인 가상현실의 일종이다. 다음에서 머드화면의 
예를 보자.

(* 빵을 먹습니다 에너지가 올라갑니다 *)
(* 괴물을 만났습니다. 공격하시겠습니까? *)
(* 괴물을 공격합니다 *)
(* 괴물이 죽었습니다 새 아이템을 얻었습니다 *)
(* 당신의 좌표는 (100,300) 입니다 *)
 

이것이 그때 유행하던 머드의 일반적인 장면이다. 현재 상황을 설명하는 
메시지가 화면에 올라오고, 화면의 메시지에 따라서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누구를 만났는지, 어떤 행동을 하는지를 메시지를 보고 상상해가면서 그 안을 
돌아다니는 것이다. 그 안의 공간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화면에 나오지도 
않았으며, 사용자의 위치조차 (x,y) 형태로 숫자로 표시되었다.

필자는 궁금증을 갖고 처음 머드를 접하고는 그야말로 깜짝 놀랐다. 이렇게 
단순한 메시지들이 사람을 폐인으로 만들다니? 이 안에 대체 무엇이 있길래 
멀쩡한 사람들을 그 안에 완전히 가두어 버리는 것일까? 초기 머드에는 
실제세계와 비슷한 것이라고는 정말 아무 것도 없었다. 화면은 조잡한 
메시지들로 가득했고, 그 안의 내용도 괴물들을 만나서 싸우는 비현실적인 
허구의 세계였다. BBS는 사람들의 의사소통이나 실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정보교환이 있다고 하지만 머드에는 정말 실제의 세계와 관련되는 것은 
전무했다.

머드 안에서 할 수 있는 것들도 그 전에 알려진 피씨게임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인터넷으로 연결하여 여러 사람들이 함께 게임을 
한다는 점뿐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결론적으로 사회성으로 연결된 것이다. 
머드의 중독성은 바로 전투와 결합된 강력한 사회성에 있다. 사용자들은 그 
안에서 괴물을 잡고 전투를 하며 자신의 힘을 키운다. 시스템에 따라 
사용자끼리도 싸울 수가 있고, 힘이 강한 상대는 싸워서 상대방의 아이템을 
빼앗을 수도 있었다. 따라서 그 안에서 권력의 서열 같은 것이 형성된다. 힘이 
강한 상대는 사람들이 우러러 보거나 부러워하는 대상이 된다. 함께 협동을 
해서 싸워야 되는 형태에서는 동지간의 전우애까지도 만들어진다.

사람은 전쟁과 전투를 통해 강한 사회성을 형성하도록 진화된 동물이다. 사람뿐 
아니라 침팬지들도 정글에서 집단을 형성해서 이웃집단과 끊임없는 잔혹한 
전쟁을 치룬다. 사회성과 결속력이 강한 집단은 다른 집단에 비해 전쟁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이 더 높았다. 이렇게 전투와 전쟁을 통해서 사회성을 얻도록 
진화되었기 때문에 인간에게 있어서 전투와 관련된 사회성은 지극히 본능적인 
것이다. 따라서 가상세계에서 전투와 사회성을 결합하게 되면 그 효과는 
극대화된다. 

전쟁이나 전투가 벌어지는 환경에서는 사람의 사고와 생각자체가 평상시와는 
다르게 전투모드로 바뀌게 된다. 그리고 그런 일이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상황에서는 사람들과의 관계도 앞으로 언제 있을 지 모르는 싸움에 대비할 수 
있도록 형성되게 된다. 강한 자는 강한 자대로, 약한 자는 약한 자대로 그에 
맞는 사회관계가 형성된다. 강한 자는 그 안에서 누리는 권력과 부러움을 받고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노력하고, 약한 자는 좀더 강해지기 위해서 그리고 
강한 자의 위치로 오르기 위해서 온갖 노력을 다하게 된다. 이러한 사람의 
성향은 동물적인 본능에 의한 것이다.

이러한 강력한 사회성으로 유지되는 매트릭스에 한번 갇히면 그 안에서 빠져 
나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안에서 사회적인 관계가 형성되었을 때 
파급되는 심리적인 효과는 다양하다. 일단 안정적인 관계가 이뤄지면 그 
가상세계 안에서 익숙한 사람들을 만나면 굉장히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게을리하게 되면 누군가 다른 사람이 앞서나가거나 자신의 위치가 
위협받을까 큰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그 안에서 자신의 위치를 지키기 위해서 
다시 노력하게 되고 주변 사람들로부터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게 
된다. 이런 세계에서 빠져 나온다는 것은 자신을 버리는 것과 같기 때문에 
좀처럼 실행하기 어렵다. 그리고 그 세계에서 빠져 나갔다가도 얼마 못 가 다시 
돌아오곤 한다.

다시 허구의 세계에서의 매트릭스로 돌아가서 이 머드의 의미를 살펴보자. 
머드는 완전한 허구의 세계이며 현실과는 아무런 관련성이 없는 완벽한 
가상세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중독성은 온라인 게임을 포함한 현존하는 
모든 형태의 중독성이 있는 것들과 비교하더라도 최상급이다. 이는 결국 
사람들을 매트릭스에 가두는 힘은 그 외형이나 실제세계와의 유사성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은 사회적인 관계를 만드는 세계를 실질적으로 의미 있는 것으로 인식한다. 
완벽히 허구의 세계이더라도 사회성이 갖춰진 세계라면 사람들은 그곳에 갇히게 
된다. 머드와 같이 그곳이 완전히 허구의 세계라는 것을 모두가 아는 
상황에서도 강력한 사회성으로 얽혀지면 사람들은 그곳을 빠져 나오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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