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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IT ] in KIDS
글 쓴 이(By): Charles ()
날 짜 (Date): 1997년09월28일(일) 15시46분47초 ROK
제 목(Title): 목마른 계절..



 

         .. 지금도 앞으로도!! 꿈 없이는 살 수 없다. 눈에 보이고
            손으로 잡을 수 있는 현실만이 전부라면 인간은 살아갈 
            가치가 없는 무엇일 것이라고 확신한다..
                                                - 전 혜린..


 

 나의 사무실의 좌측켠, 책꽂이에 꽂혀 있는 책들 중에서..  지난 겨울 한국에

 갔을 때 읽었던 전 혜린의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는 요즘도 가끔씩

 읽어보고는 하는 편이다.. 면면이 담긴 그 섬세한 감수성과.. 나 같이 공학을

 공부하는 사람 - 공돌이라고는 하지 않겠다. - 으로서는 경이롭게만 보이는

 어휘와 표현으로.. 비단 나의 일에 신선한 자극이 될 뿐만 아니라, 점차 잃어가고 

 있는 어려운 한국말 표현들을 되새기는 데에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되는 듯 하다..

 어쩌면.. 내가 어렸을 때에, 가끔 우리 집에 와서 전 혜린과 그의 책에 대한

 이야기들을 하면서 감상에 빠지던 외사촌 누나에 대한 느낌이 남아 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이야 아줌마가 됐겠지만..

 ..

 50년대의 이야기니까.. 사실은 수십년 전의 일이지만..  많은 부분이 그 당시
 
 (독일에서의) 유학생활에서 비롯된 여러 가지 것들에  얽혀 있는 만큼..나로서

 는 가끔씩 훑어 볼 때마다.. 묘한 통시적인 감흥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것이

 다.. 오늘 문득 지나쳐 읽은 한 부분의 내용이 가슴에 와 닿는다... 아마도

 전 혜린 아줌마가 나와 같은 나이에 쓴 글이기에 더욱 그러하리라..

 ..

 '여자'라는 부분만 제외하고는, 내가 나에게 되뇌이는 말들.. 나의 일기장에 곰곰

 적어넣는 느낌들과 놀랍도록 흡사함을 느낀다.. 한국말 연습하는 셈 치고 한번

 옮겨 보자... 

 .........
 .........

 (전략)..
 
 .. 오랫동안 나이를 생각해 보지 않았다. 지금 내 나이 29세, 그러니까 액년이

 다. 그러나 올해 나는 특별히 재앙이나 불행을 겪지 않고 지났다. 만성적 재앙

 으로 침체를 들 수 있을 뿐이다. 직업이나 모든 면에서 올해는 무 발전의 해였

 다. 꽤 미신가인 나는 올해초부터, 소위 9자가 든 올해를 두려워하면서 무슨 

 카타로스트로프를 예상하고 있었으나 아무 일도 안 일어났다. 어느 해나 마찬가

 지로 평범하게 흘러갔다. 연령의 중량도 지금 내 펜에 쓰이는 대상으로서만 비

 로소 내 의식의 표면에 떠 오를 정도로 매우 바쁘고 피곤한 한 해였다. 생각해

 보니 피로가 심해진 것이 올해의 특징인지도 모르겠다. 수레에 끼워진 바퀴처럼

 자기 자신이나 주위에 대해 신선한 흥미를 잃고 타성처럼 회전하고 있었던 생활

 이 � 단적으로 말해서 내 일년간의 생활이었던 것 같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 도대

 체 커다란 흥미가 없어지고 만 것 같다. 이것이 내가 삼십대 여인으로 되어가고 

 있는 징후일 것이다. 전과 비할 것 같으면 나 자신의 본질이나 현실이나 미래에

 별로 강렬한 호기심이 안 일어나고, 말하자면 일종의 자기에 대한 권태기 - 어느

 정도의 포만과 반복이 주는 탄력 상실의 시대 ..... 이러한 징후는 확실이 이미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이 나이를 잊고 사는 생활, 바쁜 일과로 찬 직업생활, 자

 기에 대한 호기심의 고갈, 미래에 대한 강렬한 흥미의 결여, 과거에 대한 냉담과
 
 비감상주의..... 이런 여러 징후가 삼십대라는  선의 전후로 여자에게 수반하는

 보편적인 만성의 징후가 아닐까 생각한다... (중략).. 

 ..

 음..가을인가보다.. 자러 가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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