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IT ] in KIDS 글 쓴 이(By): Charles () 날 짜 (Date): 1997년09월04일(목) 06시49분25초 ROK 제 목(Title): 칼럼 / 한국은 영원히 일본에 뒤지는가� 박기상의 세상읽기/8월의 생각하는 한국과 일본 우리에게 8월은 언제나 일본 미워하기의 달이었다. 올해는 갖가 지 일로 정신없는 국내상황 때문에 상대적으로 일본에 대한 적대 감 높이기 현상은 적었다. 오히려 올해들어 공해상에서는 우리 선원이 일본해상경찰에 붙 잡혀가도 정부는 속수무책이었고 사회단체 역시 무관심(?)하였다. 일본대사관 앞에서 반일단체 회원이 머리띠를 두르고 소리치는 눈에 익은 모습도 볼 수 없었으며 망언규탄대회도 없었다. 그러나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빨간 마후라’에서 시작된 청소년 문제가 일본만화 탓으로 돌려지더니 정작 수사를 받은 것 은 한국의 대표적 만화가였다. 희생양을 찾는 우리의 잘못된 습성 때문이다. 일본은 이러한 의미에서 우리 사회의 잘못된 현상을 외면하고 변명할 수 있는 훌륭한(?) 희생양이다. 예를 들어 일본의 저질문화 가 청소년을 오염시킨다고 성토하지만 그러한 저질문화를 모방하고 도입한 것은 우리의 보도매체이고 한국인이다. 오늘도 텔레비전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옷차림과 입놀림·몸놀림 을 하는 10대 가수를 등장시켜 청소년을 유혹하지 않는가. 최소한 우리가 미워하고 싶은 일본은 우리보다는 한 수준 높은 단계의 발 전된 국가라는 점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 솔직한 태도다. 영해 설정 기준을 둘러싸고 벌였던 한일간의 외교마찰을 잠정적 으로나마 해결(?)해 준 일본의 한 지방법원 판사가 상징적인 일례 다. 즉 일본의 하마다 지방법원 판사는 일본이 설정한 직선기선을 침범하였다는 죄목으로 체포돼 기소되었던 한국어선의 선장을 공 소기각 결정으로 석방하였다. 이유는 간단하다. 일본이 일방적으로 설정한 직선기선은 국제조 약인 한일협정의 내용과 상치된다는 것이다. 민주적 사법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조그마한 지방법원 판사의 이러한 결정에 정부당국 은 고마움이라도 표시하여야 하나? 민주주의는 제도만으로 완성되 는 것이 아니다. 민주주의적 제도를 확립하려는 의지와 민주주의적 가치를 인정하 는 의식이 뒤따르지 않으면 결코 이룩되지 않는다. 민주주의는 맹목 적인 애국심과 국민감정에 앞서야 하며 정부가 국민의 기본권에 대 하여 관용적이지 않는 한 민주주의는 발전할 수 없는 제도다. 일본은 이러한 기준에서 최소한 자국 내의 민주주의는 실현하였다 고 보아야 한다. 만일 한국의 지방법원 판사가 일본과 대립적인 국가 사업 추진이 법정신에 반한다고 하여 부정적인 판결을 내렸을 때 여 론이 어떠하였을지를 상상해 본다. 얼마 전 이완용 후손이 땅 찾기 사건에서 승소하자 여론이 비등하 였다. 이러한 태도 역시 매국노를 법적으로 청산하지 못한 책임을 전가하고 외면하게 하는 잘못된 것이다. 일본에서 역사적 사실을 왜 곡하고 망언을 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은 즐비하다. 자국이기주의에 빠져 한국의 국가이익과 상치되는 정책을 펴는 것 을 주저하지 않을 것도 분명하다. 그러나 이러한 일본의 행태를 논리 적으로 반박하고 정책적으로 대응하지 않는것은 정부의 책임이다. 일 본의 반성만을 촉구하는 것은 너무나 궁색하다. 국민으로 하여금 반일감정을 고취시키고 반일집회나 하도록 하는 것은 정책이 아니며 국제적 호응을 얻기도 어렵다. 자라나는 2세에게 일본은 우리와 더불어 살아야 할 이웃이라고 가르치다가 갑자기 8월 에는 우리의 원수로 부각시켜서야 되겠는가. 한국인 박찬호는 일본인 노모나 이라부와 비교하여 훌륭하다고 즐 거워할 것이 아니며 일본축구는 브라질에 크게 졌으니 한국의 적수가 못된다는 주장도 말아야 한다. 국내문제나 국제문제를 불문하고 좀더 냉정하고 이성적이며 집요한 대응이 참으로 요구된다. 또한 주체적인 시각과 생산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상대방을 비난하 고 음해하여 생존을 도모하기보다는 자신의 수월성을 보여주어야 한 다. 그러나 정반대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 슬픈 현실이다. 최근의 색깔논쟁에서 보듯이 정치인은 여전히 북한을 한국정치의 변수로 기능하게 하고 있으며 외환 위기를 걱정하는 것도 기업인과 국민이지 정치인이나 관계당국은 아닌 것 같다. 이러한 수준에서 맴 도는 한 우리는 영원히 일본의 적수가 못된다. 박기상/연세대 법대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