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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IT ] in KIDS
글 쓴 이(By): Charles ()
날 짜 (Date): 1997년07월24일(목) 15시53분13초 KDT
제 목(Title): 하인리히 뵐의 An der Bruecke..



 Heinrich Boell의 원문전집 중에서 초기의 작품을 실은 책 한 권을 

 빌려왔다. - 빌어왔다인가? - 독일어를 공부한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보았을 An der Bruecke (다리에서:At the Bridge)도 여기에 

 실려있다.

 ..

 Heinrich Boell의 주요한 소재가 되는 시기는, 적어도 초기의 작품에

 관한한 2차세계대전 직후이다. 따라서, 그의 단편을 읽다보면, 전후

 독일의 피폐한 상황과, 그러한 극한에서 존재의 다양한 모습을 생생하게

 그리게 된다.

 ..

 An der Bruecke 역시 전후의 독일을 그리고 있지만, 어떤 심오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은 아니고.. 간단하게 줄거리를 말해보면, 어떤 사람이

 (전쟁에서) 다리를 다쳐서 직업을 얻기를 새로 생긴 다리에 앉아

 다리에 지나가는 사람들의 수를 세는 일을 맡게 된다. - 참고로 말하면

 1인칭시점으로 전개된다. - 매일매일 대충대충 일하다가, 조금씩..

 다리 건너 아이스크림집에서 일하는 아가씨를 사랑하게 된다. 하루에

 두번을 지나가고 한번에 2분이 걸린다고 하니, 4분 밖에 못보는 것인데,

 이 사람, 끝까지 사랑을 고백하지 못한다. 그런데, 어느날 위에서 감사를

 나오는 것이다. 이 사람이 제대로 세고 있나 못세고 있나를 보려고.

 이 사람은 이 날은 굉장히 신경써서 눈을 부릅뜨고 사람수를 센다. 그렇지만,

 딱 하나만큼 틀리는데, 그러니까, 그 여자를 세지 않은 것이다.

 이 사람의 생각으로는,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이 세어져서, 통계 속에서

 더해지고 곱해지고 나누어지고 한다는 생각이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

 그가 너무 민감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웬지 나로서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사랑이라는 숭고하고 지극히 인간적이어야할 것이, 통계와 일련의 숫자놀음

 속에서 인간성을 잃고, 너무나 객관적이고 기계적이 되어버리는 것은 분명..

 공포스러운 일일 것이다.

 ..

 그런 점에서 본다면,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은 더 큰 시험에 닥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Negroponte가 주창하고 있는, 모든 것이 디지탈인

 세상은 .. An der Bruecke에 등장하는 주인공에게는 지옥일 것임에

 틀림없다. 우리의  모든 생각과 모습과 성격과, 아니 우리의 모든 것들이

 digitize되고 어느 하드디스크에 저장이 되어 필요할 때 꺼내어지는 그러한

 세상은  편하기는 하지만,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

 그래서, 나는 사진을 찍고, scanner에서 scan을 해서 파일로 만들어 저장

 할 때나, 누군가에게서 email을 받아 folder에 끼워 놓을 때마다, Heinrich

 Boell의 An der Bruecke가 생각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

 그나저나 우리 교수는 이런 얘기 들으면 별로 안 좋아하겠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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