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IT ] in KIDS 글 쓴 이(By): guest (ilyong) <HMSL.MIT.EDU> 날 짜 (Date): 2000년 1월 15일 토요일 오전 08시 42분 03초 제 목(Title): 눈잡이 어제는 늦은 오후까지 눈이 내렸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눈은 제법 덩치가 나가는, 그래서 다른 것에 비해 조금 느리게, 폴~ 폴~ 그렇게 내리는 눈이다. 이런 눈을 손에 담기위해선 손을 내밀고 조금 기다려야 한다. 그 기다림이 그리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 그런 눈을 좋아한다. 눈은 자신의 무게를 지탱하지 못하고 내 손위에서 두세 조각으로 떨어져 나가기 일수다. 이런 눈을 완벽한 형태 그대로 잡기위해선 어느정도의 기술의 필요하다. 물리학으로 설명하자면 눈이 손위에 닿는 시간을 최대한 늘려 손바닥으로부터 눈으로 전달되는 반발력을 최소화시키는 것이다. 물론 내가 눈을 손에 담는데 익숙해진건 이런 사실을 알기 훨씬전의 일이다. 한 두번의 경험으로 난 이미 눈을 잡는데 달인이 됐기때문이다. 누구나 자신이 가장 아름답게 여기는 그 무언가를 꿈꾸며 살아간다. 꿈꾸던 무언가가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을 느낄 때 우리는 오히려 두렵다. 깨뜨리고 싶지 않고, 처음부터 잘하고 싶은 마음이 우리를 두렵게 한다. 모두가 처음부터 잘하고 싶어한다. 모두가 능숙한 눈잡이를 꿈꾼다. 능숙한 눈잡이가 되기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하는 일이있다. 주머니에서 꼼지락 꼼지락하고 있던 손을 앞으로 쑥~ 내미는 것이다. 눈들이 자신이 내민 손위에서 몇번 부서져나가는 것을 지켜본 후 능숙한 눈잡이가 될 수 있다. 이미 능숙해져버린 눈잡이는 어쩌면 자신의 손위에서 부서졌던 눈들을 아름답게 꿈꿀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