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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IT ] in KIDS
글 쓴 이(By): Charles ()
날 짜 (Date): 1998년 4월 19일 일요일 오전 03시 05분 14초
제 목(Title): [CAP]월스트리트가 미쳤나






월스트리트가 미쳤나

04/16 09:35

“아니, 10,000이 아니라고?” 

미국 뉴욕 증권시장(NYSE)의 한 브로커는 다우 존스 공업주가 평균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9,000선을 돌파, 9033.23으로 폐장되던 6일 이같이 말했다. 물론 능청을 
떤 것이었지만 그의 말속에는 활황세가 이어져 10,000고지 점령도 멀지 않았다는 
자신 반 기대 반이 짙게 배어 있었다. 

사실 8년 연속 호황을 기록하고 있는 미국 경제는 경제학자들조차 머리를 
갸우뚱거리는 불가사의한 일이다. 흔히 경기는 ‘황소(Bull)’세인데 과열조짐은 
안보이는 너무나도 이상적인 현상이다. 

미국의 각종 지표는 몇년째 온통 장미빛이다. 지난해의 경우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은 3.8%. 9년만의 최고수준이었고 올해도 3%대 성장이 
예상된다. 실업률은 4%선으로 ‘좋았던 시절(good old days· 60년대)’이후 
30여년만의 일이다. 

그런데도 경기 팽창에 따르는 부작용인 물가 불안조짐은 어디에서도 찾아 보기 
힘들다. 지난해 4/4분기 물가상승률은 1.4%에 그치더니 올해 1월에는 아예 0%를 
기록했다. 오히려 생산자(도매) 물가의 경우 지난해 10월이후 현재까지 6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물론 이러한 현상에는 최근 이어지는 에너지 가격 하락이 큰 
몫으로 자리 잡고 있다. 

또한 호경기에도 임금 상승률은 제자리 걸음이다. 매년 신선하게 유입되는 
이민자들의 값싼 노동력 제공이 한 원인으로도 꼽히고 있으나 어쨋든 기업의 부담이 
줄어 경제 활동이 위축될 징후도 보이지 않는다. 첨단 정보산업이 리드하는 건실한 
경제기조속에 인플레 걱정은 없는, 도저히 정통 경제이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꿈같은 상황’이 연속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자연 장세는 터져나갈 수 밖에 없다. 처음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76년만인 
72년11월 1,000선을 돌파했던 다우지수는 96년10월 6,000선을 넘어선후 97년 2월 
7,000, 그해 7월 8,000선을 깨는 숨가쁜 기록 행진을 전개하고 있다. 동남아의 통화 
위기가 확산되던 지난해 10월 27일 다우지수가 사상 최대차인 554.26포인트 빠지는 
폭락세를 보이더니 “미국 경제는 건실하다”하다는 빌 클린턴 대통령의 한마디에 
다음날 원상을 회복하는 괴력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 3일만해도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이날 발표된 3월중 실업률은 전월대비
0.1%포인트 상승한 4.7%였다. 실업률이 오르면 통상 주가는 떨어지게 마련인데 
다우지수는 오히려 이날 한때 9,000선을 때리는 상승세를 보였다. 투자가들에게 
‘적당한’실업률 상승은 경기 과열을 방지하기 위한 통화당국인 
연방준비이사회(FRB)측의 금리 인상 등 긴축정책 가능성이 줄어든 것으로 비춰진 것 
같다는 전문가들의 해설이 이어졌다. 용광로같이 타오르는 활황세에 왠만한 
악재쯤은 흔적도 없이 녹아들고 있다는 표현이 그럴 듯 싶다. 

하지만 지난 연말이나 올 연초만해도 아시아 위기로 인한 염려감이 없지 않았다. 
연말 결산 보고서에서 적자를 낸 기업마다 아시아 타령을 해 우려는 더 증폭됐었다.
아시아에서 사업을 크게 벌이던 컴퓨터회사 오라클과 코카콜라 등이 당시 호들갑을 
떤 대표적 기업들이다. 이로인해 한동안 증시가 8,000선을 오가며 춤을 췄다. 

물론 ‘아시아의 독감’이 미국에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오리건, 
캘리포니아 등 태평양 연안주를 필두로 농축산가 등이 판로 차단및 판매 부진을 
호소했다. 이 지역에 자본을 댄 금융기관과 기업은 손해를 감내하며 황급히 
투자분을 빼가는 소동을 빚었다. 더우기 태국 인도네시아 등에 이어 이들 전체를 
합친 규모보다 큰 세계 11위 무역국 한국이 흔들리자 위기감은 더욱 커졌다. 
금융위기에 처한 아시아국들이 ‘달러 벌이’를 위해 폭락한 화폐가치를 앞세워 
죽기살기로 수출 드라이브를 펼 터이고 이로인해 미 기업의 타격, 무역적자 폭 확대 
등 걱정이 팽배했다. 지난해 10월 한달간 다우지수가 1,000포인트 빠진 사실이 
이러한 위기감을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요동쳤던 우뢰소리에 비해 결과는 재채기정도였다. 위기로 인한 미국의 
정확한 손익계산서를 산출하기에는 아직 이른 시점이지만 막상 닥친 이 지역의 
여파가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의 붕괴와 엇비슷한 수준이라는 안도감이 대세를 
이루기 시작했다. 또한 위기가 철옹성같던 아시아의 시장 개방을 촉진하는 등 
호기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졌다. 초반 성장 둔화를 우려하던 목소리들은 사그러 
들었다. 이때가 대략 1월말께. 다우지수는 다시 미친듯이 뛰기 시작했다. 올해 
3월27일 8,500선을 돌파한 지수는 불과 10일만에 500포인트를 더하며 9.000벽을 
넘어섰다. 

덩달아 미국 경제에 대한 믿음은 더욱 확고해졌다. 달러화도 강세를 지속하며 
독보적인 세계 기축 통화로서의 위상을 새삼 확인했다. 금과 같은 ‘준비통화’의 
역할을 하고 있는 달러는 국지 위기때마다 강세를 보여왔다. 전후 베비붐세대의 
적극적인 투자와 기술진보에 따른 생산성 향상으로 다우지수가 향후 10~15년은 더 
견실한 성장을 할 것이라는 낙관적 보고서도 이맘때쯤 나왔다. 

하지만 불안은 정작 내부로부터 터져 나왔다. ‘믿기지 않을 정도로 너무 좋은(too 
good to be true)’ 현실에 대한 반작용 같은 되짚어보기였다. 진단 결과는 경기가 
과열 양상은 아니지만 「버블(거품)」속에 파묻혀 있지 않냐는 걱정이 주조를 
이뤘다. 즉 천정부지로 치솟은 주가가 정상적인 기업 가치를 뛰어 넘고 있다는 
시각이다. 증시와 통상 반비례 관계에 놓인 채권시장도 호황인 점이 이러한 분석에 
무게를 더해 줬다. 이와 관련, 금융 위험지역인 아시아와 중남미를 빠져 나온 국제 
유동자금이 미국 시장에 몰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안전지대’인 유럽의 증시도 
동반 상승하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구조적 문제점에서 찾고 있다. 바로 미국에서 열기가
사그러 들기는 커녕 해를 더하며 기세를 올리고 있는 인수·합병(M&A) 붐이다.
다우지수의 9,000 돌파는 씨티은행의 모기업인 씨티코프와 살로몬 스미스 바니를 
비롯, 증권 투자금융 중개를 주업으로 하는 트래블러스그룹간의 초대형 합병 소식에 
힘입은 것이었다. 전세계 100여개국에 1억명의 고객을 둔 세계 최대 금융기관인 
씨티그룹이 탄생하게 됐다는 기대감에 양사 주가가 폭등세를 보인 것은 물론 
메릴린치, JP 모건 은행 등 금융 관련주들이 합병 가능성에 덩달아 뛰었다. 이날 
씨티코프와 트래블러스가 간단히 챙긴 주식가치만해도 현 우리의 외환보유고보다도 
많은 300여억달러. 합병소식을 전하는 미 언론들은 당초 거래규모를 700억달러라고 
전했으나 시시각각 오르는 가치로 인해 이를 고쳐 부르느라 곤혹을 치뤘다. 

이처럼 앉은 자리에서 자산가치가 치솟으니 주주들의 M&A요구는 광적일 정도이다.
기업의 착실한 경영으로 생산성 향성, 수익성 증대를 가져오는 경영인보다는 
'짝짓기'를 잘하는 회장, 사장이 우대받는 기현상도 일고 있다. 경영에도 
'한탕치기'가 등장한 셈이다. 지난해 전세계 M&A 거래규모가 1조6,000억달러에 
달했는데 이중 미국은 8,790억달러로 절반을 넘게 차지하고 있다. 또한 M&A 업종도 
방위산업, 제약업, 쓰레기처리업 등 무차별적으로 이뤄진다. 경제 전문 포츈지 등이 
미 투자자들에게 거품 붕괴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하는 것도 결코 기우같지 않다. 

이와 직, 간접 연관을 맺고 있는 부분이 ‘저팬 팩터’이다.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인 일본의 동요가 미칠 파장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와 중남미와는 비교할 
수조차 없다. 예상되는 전세계적인 금융 대공황에서 공멸 가능성이 크다. 당장 
자금난에 빠진 일본이 2,900억달러에 이르는 미 재무부 채권(TB·사실상의 미국채) 
매각에 나설 것이고 일 기업은 8,000억달러에 달하는 해외자산을 대거 매물로 
내놓아 한껏 부푼 거품을 일시에 터뜨릴 지 모른다. 미국이 일본과 공동으로 엔화 
방어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위기국면으로 치닫던 일본 경제는 일단 진정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돈의 세계에서
미래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이 세계에는 국익이나 친구라는 개념은 없다. 오직
'머니'(money)만이 말을 하기 때문이다. 

윤석민·뉴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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