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MIT ] in KIDS 글 쓴 이(By): Charles () 날 짜 (Date): 1998년 4월 16일 목요일 오전 01시 27분 55초 제 목(Title): 10년 뒤 한국과학은 없다 10년 뒤 한국과학은 없다 찬바람 흉흉한 대덕연구단지 르포… 기술경쟁시대 무엇으로 싸울 것인가 (사진/방황하는 국가의 두뇌. 실업에 대한 공포보다 연구 의욕 자체를 잃게 만드는 풍토가 서럽다.) 대덕연구단지 지역에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으로 불어닥친 구조조정 물결이 이곳 연구소에까지 밀려드는 것이다. 정부출연 연구기관이나 민간기업 연구소나 마찬가지다. 현재 이곳에 들어선 연구기관은 모두 49개, 이중 24개가 정부출연 연구기관, 나머지 25개가 민간기업 연구소들이다. 여기에 대학교가 3개, 관련 공공기관이 7개다.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약 1만7천여명, 이중 연구원이 1만명이 넘는다. 최근 천안이나 광주 등에 새로운 연구단지들이 만들어지고 있으나, 대덕연구단지는 규모에서나 내용에서나 한국 제일이라고 할 수 있다. 단지 면적만 해도 대전시 유성구(옛 충남 대덕군) 일대 8백40여만평에 이른다. 5년, 10년 뒤가 걱정이다 정부의 기획예산위원회는 4월8일 ‘정부출연연구기관 경영혁신 추진지침’을 발표해 33개 과학기술계 연구기관의 기구와 인력을 연구에 필요한 최소한으로 줄이기로 했다. 내부적으로는 연구사업 예산을 10% 가량, 인원도 10∼15% 가량 줄일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과학기술부는 올 초 산하 18개 연구소에 대한 예산 중 인건비를 모두 52억원(총액 대비 4.08%)을 줄였다. 이번 정부 지침으로 비용과 기구, 인력 등 세가지 주요 부문의 감축 방침이 모두 확정된 셈이다. 이에 따라 연구단지 안 정부출연 연구기관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유성구 신성동에 위치한 민주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익노련(전국공익사회써비스노동조합연맹) 산하 과기노조(전국과학기술노동조합)의 이성우 위원장은 “현재 대덕연구단지의 정부출연 연구소들은 민간기업에서 거의 다루지 않는 기초과학 분야에 연구를 집중하고 있다”며 “5년, 10년 뒤에나 꽃을 피우는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를 단기적인 효율성 논리로 보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 감축은 결국 응용과학과 산업기술 분야에 악영향을 주므로, 정부 지침대로라면 한국은 IMF가 끝난 뒤에도 기초과학과 응용과학 양면에서 후진국에 머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투자확대 약속 대신 사택철거 소문만 횡행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위상의 변화를 보여주는 사건이 또하나 있었다. 정부는 지난 2월18일 정부조직 개편을 통해 연구단지 안 관리사무소 문을 닫았다. 본래 34명이 근무하던 사무소가 폐쇄되면서 과천의 과학기술부 행정관리담당관실 2명이 그 업무를 대신하고 있다. 연구단지 전체의 관리, 승인 업무를 맡고 있는 사무소는 지난 3월19일 짐을 싸가지고 서울로 올라갔다. 예전엔 관리 인력이 너무 많다고 했지만 지금은 너무 줄어 연구단지 담당 공무원들이 연구단지에 가보지도 못하고 있다고 한다.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 확대는 김대중 정부의 약속이었다. 김대중 대통령은 지난 2월10일 오전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창립 32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새 정부는 앞으로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예산을 포함해 모든 재정·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세계무역기구 체제로 인해 앞으로 6∼7년 뒤 국경없는 경쟁시대가 왔을 때 낙오하지 않고 선진국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의 획기적 발전을 이뤄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구조조정 바람은 민간연구소에 더욱 거세게 불고 있다. 대덕연구단지 안의 한 아파트 단지의 풍경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를테면 서로 가까운 가 아파트와 나 아파트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가 아파트에는 현재 상황이 아주 안 좋은 ㄱ, ㄴ, ㄷ연구소 직원들이 주로 살고, 나 아파트에는 그나마 상황이 나은 ㄹ, ㅁ, ㅂ연구소 직원들이 주로 산다. 최근 가 아파트엔 갑자기 이사가는 주민들이 늘었다. ㄱ, ㄴ연구소가 연구원들에게 거저 제공하던 사택을 모두 팔겠다고 내놓은 것이다. 이들 연구소 직원 사이에는 당장 이사하지 않으면 사택 철거반이 들이친다는 근거없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반면 나 아파트쪽에는 가 아파트처럼 썰렁한 풍경이나 흉흉한 소문은 없다. 다만 ㅂ연구소가 순차적으로 사택을 내다 팔기로 할 것이라는 소문이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들 뿐이다. 연구단지 안에서 상황이 괜찮은 편이라는 ㄷ연구소의 박아무개 선임연구원은 이 연구소도 올 기술개발 투자예산이 당초의 반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처음에 40억원으로 잡혔던 것이 28억원으로 줄었다가 다시 20억으로 줄어들 예정이라는 것이다. 본사가 여러해째 적자를 보고 있어 “돈 안 되는” 연구소부터 구조조정에 착수했고 최근엔 연구소 사택 5백채를 모두 팔기 위해 내놓았으며 이사 이상 임원들의 연봉을 깎았다. 인원조정도 뒤따를 게 분명하다. 당장 돈 안 된다고 잠재력까지 포기 “당장에 상품이 되는 소프트웨어쪽 연구는 그런 대로 갑니다. 그러나 대형·장기 프로젝트나 장비를 들여와야 하는 신규사업들은 무조건 안 됩니다. 무엇보다 문제는 연구원들의 사기입니다. 지원이 잘 안 되니 의욕이 없고, 연구비가 내려와도 너무 위축돼 있어 자신있게 사용하지 못합니다. 이런 상태에서는 새 아이디어나, 기술, 상품이 나올 수가 없습니다.” (사진/대덕 연구단지. 구조조정에 따른 예산과 연구인력 감축으로 미래의 경쟁력을 위한 중요 연구과제들까지 속속 중단되고 있다.) ㄱ연구소는 현재 연구단지에서 가장 상황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연구소 김아무개 연구원은 대낮부터 텅빈 연구실에서 한숨만 내쉬고 있었다. 그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해부터 인원을 줄여 올 3월 말까지 연구원 숫자를 지난해 초의 1/3로 만들었다. 연구의 양대 축이던 시멘트와 세라믹 중 후자의 연구를 완전히 포기했기 때문이다. 본사의 중심사업을 시멘트에서 세라믹으로 옮겨가려던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부가가치나 잠재력면에서 보면 단연 세라믹이 낫지만 세라믹은 당장 매출이 작기 때문이다. “회사가 당장 문을 닫을 지경이니 축소하는 거야 어쩔 수 없다고 본다. 그러나 그동안 세라믹에 투자한 비용이나 불황이 지난 뒷날을 생각해서라도 최소한의 인원과 설비는 남겨둬야 한다. 그러나 회사는 싸그리 정리하고 말았다”고 안타까워했다. 유성의 한 술집에서 만난 ㄴ연구소 이아무개 연구원은 세차례의 구조조정에서 살아남은 게 천운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 과정에서 연구원의 1/3이 회사를 떠났거나 공장 엔지니어로 갔다. ㄴ회사는 96년까지만 해도 반도체 사업을 위해 새로운 연구팀을 구성할 정도로 활력에 넘쳤다. 그러다 1년 만에 80여명으로 이뤄진 새 연구팀은 공중 분해됐다. 20여명은 본사로, 20여명은 공장 엔지니어로, 20여명은 회사를 그만두고 학교로, 20여명은 다른 일터로 떠났다. 98년 들어 처음 배정된 연구개발비는 1백10억원, 지난해보다 40억원이 줄어들었다. 특히 손댄 지 얼마 안 돼 적자상태인 ○○사업부의 연구비가 가장 크게 줄었다. 인원도 40명 선에서 12명으로 줄었다. 이 회사는 올 가을에도 또한번의 구조조정이 예상되고 있다. 이 연구소에는 이런 말이 돈다고 한다. “본사에서 한둘이 잘리면 연구소에서는 서넛이 잘린다.” 앞으로 3∼4년간은 새 연구는 없다는 얘기도 공공연하다. “3∼4년 뒤엔 새 기술이나 새 상품도 없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투자 최적기 알아 줄 경영자가 없다 대덕연구단지 안에서 가장 상황이 괜찮다는 ㅅ, ㅇ연구소. ㅅ연구소는 인원을 줄이지는 않았다. 연구개발비도 지난해의 7백여억원에서 5백여억원으로 상대적으로 적게 줄었다. 다만 신입사원을 뽑지 않아 ‘사실상’ 인원을 줄였고, 연구 분야를 줄여 결실을 앞둔 의약, 정밀화학, 환경 등에 집중했을 뿐이다. 이 연구소 김아무개 팀장은 “지금이야말로 연구개발이 필요한 시기며, 최적기라는 것을 모두 안다. 그러나 그런 장기적 안목을 가진 경영자가 이 나라에 별로 없다. 의약의 경우 적어도 10∼15년의 연구 뒤에야 상품화할 수 있는 성과가 나올까말까 한데, 지금 누가 그런 투자를 하겠는가”라고 말했다. 합성수지, 촉매, 유기화학, 의약 등을 주로 다루는 ㅇ연구소는 연구개발 투자비가 지난해와 같은 1백억원 수준으로 유지됐다. 연구인력도 줄지 않았으며, 오히려 2∼3명 늘었다. 아직까지는 현상유지 정책을 쓰고 있다. 그러나 내부 구조조정이 끝나는 한두달 뒤면 이 연구소의 구조조정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황아무개 파트장은 “당장은 어려우니 경영진의 판단에 따를 수밖에 없다”며 “그러나 연구소의 구조조정은 구제금융사태가 지난 뒤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정도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른 연구소의 장아무개 박사는 현재 대덕연구단지 기업 연구소들의 평균적인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해와 비교해 사람은 1/5에서 1/4 가량, 연구개발비는 1/3에서 반 정도 줄었고, 새로운 장비·설비 구입은 거의 중단됐습니다. 매출이 작거나 몇년 뒤 성과를 낼 수 있는 연구는 거의 내쳐졌고, 이미 상품이 나왔거나 당장 상품화할 수 있는 분야에 인력과 예산이 집중됩니다. 게다가 연구원들의 사택은 팔려고 내놓았고, 보너스는 깎인 데다 그나마 제때 나오지 않습니다.” 또다른 연구원은 연구의 문서화를 걱정했다. 정부출연 연구기관이나 민간기업 연구소 할 것 없이 오랜 악습으로 알려진 페이퍼워크 중심 연구가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다. 끝없는 업무연락과 보고체계 속에 놓인 우리 관료·기업체계에서는 날, 주, 달, 분기, 해마다 써내야 하는 보고서가 산더미같다. 게다가 실험장비와 연구비가 충분치 않으니 연구원들이 생색나는 페이퍼워크에 몰두할 것이라는 우울한 예측이다. 지식격차 줄여야 한국경제 생존 가능 지난해 11월 한국에 IMF의 위기가 눈앞에 다가오고 있을 때 한 경제신문은 미국의 컨설팅회사인 부즈 앨런해밀튼의 ‘한국보고서’를 보도한 적이 있다. 그 내용 중 한대목. “한국은 호두까기 속에 낀 것과 같다. 멀찌감치 앞서가는 선진국과 바짝 뒤를 쫓는 후진국 사이에서 독자적 생명력을 잃어가고 있다. 특히 과학기술을 포함한 지식부문에서 선진국과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이 지식 격차를 어떻게 줄이느냐 하는 것이 한국경제의 생존 열쇠가 될 것이다.” 대전=김규원 기자 ▣ 후회하지 않는 대학생활을 위한 10가지 제언 ▣ ▣ [98새내기 정보탱크] 절찬리 판매중...주문:710-0501~2 ▣ 한겨레21 1998년 04월 23일 제204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