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yungHee ] in KIDS 글 쓴 이(By): sinavro ( 슈리~~) 날 짜 (Date): 1999년 12월 1일 수요일 오전 09시 23분 56초 제 목(Title): [퍼온글] 겜방에서 생긴 일.. 학교 후배가 올려놓은 글을 퍼온 건데요, 함 읽어 보세요.. 재밌습니다.. 인터넷 게임방에서 있었던 일. 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얼마 전 신림동의 한 인터넷 게임방에 인터넷을 하러 들어갔습니다. 잠시 후, 제 옆으로 스무 살 정도로 보이는 여학생 둘이 들어 왔습니다. 제 옆의 자리가 하나밖에 없어서 한 학생은 제 옆에 앉고 다른 학생은 조금 떨어진 곳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요것들 싸가지가 밥맛이었습니다. " 누가 먼저 꼬시나 내기다!" 하면서 서로 컴퓨터 앞에 앉았거든요. 한 이십 분쯤 지났을까? 기지개를 켜다가 무심코 옆 컴퓨터의 화면을 슬쩍 보게 되었습니다. 옆자리의 여학생은 하이텔에서 비방을 만들어두고 채팅을 하고 있더군요. 상대방 남자가 보낸 글이 닭살이었습니다. 전부는 자세히 못 봤지만 아래와 비슷한 내용이었습니다. 남학생 : 전 대구/25/대딩이예요. 남학생 : 사랑에 대해서 아세요? 남학생 : 정말 아름다운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해요. 남학생 : 사랑해 보신 적 있으세요?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뭐 채팅 하다가 처음 만난 여학생과 사랑을 운운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기엔 대구에 산다는 남학생이 너무나 가련해 보였습니다. 제가 슬쩍 옆 여학생의 얼굴을 보았습니다. 오우 마이 갓! 외모로 사람을 평가해서는 안됩니다. 특히 여자의 경우는 더욱 그렇죠. 뭐 못생긴 게 죄가 됩니까? 태어날 때부터 그렇게 태어났는데, 못생긴 것도 서러운데 그걸로 평가받는다는 것은 말도 안되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서울에 살며, '79년 생이고 대딩이라는, 제 옆에 앉은 여학생은 외눈박이라도 용서할 수 없을 지경으로 생겨먹었습니다. 들창코가 기본이며 눈은 콩알만했습니다. 뚱뚱하지는 않았지만 뺨과 이마는 사포 대신 쓸 수 있을 정도로 오돌도돌 했습니다. 잘만하면 대패 대신으로도 쓸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여기까지는 괜찮습니다. 아무리 사람이 못생겼다고 채팅도 할 수 없는 건 아니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상대방 얼 굴이 안 보인다고 이빨까면 됩니까? 하고 싶지도 않은 기지개를 또 켜는 척 하면서 슬쩍 옆의 모니터를 훔쳐보았습니다. 남학생 : 저는 사랑에 굶주려 있어요. 남학생 : 당신의 외모는 어떻죠? 옆 여학생 : 저는....남들이 좀 귀엽다고 그래요. 옆 여학생 : 예쁘다는 소리도 가끔 들어요. 저 글을 보는 순간 저는 닭소름이 돋았습니다. 와아~ 야부리도 저만하면 수준급이구나. 너가 귀여우면 엄청해나 이영자는 천사다 천사! 하도 황당해서 입을 크게 벌린 채로 인터넷을 하는 척 했습니다. 다시 10분 정도 지나고 나서 또 모니터를 봤더니 더욱 가까운 사이가 된 것 같았습니다. 대구에 사는 남학생은, 그 여학생의 예쁘다는 소리에 서울로 올라오려고 하는 중이었습니다. 남학생 : 지금 네 시니까 서울에 가면 아홉 시쯤 될 거예요. 올라가도 될까요? 어디서 만나죠? 전 월요일 새벽 차로 다시 내려오면 돼요. 이때. 옆 여학생이 다른 컴퓨터 앞에 앉은 친구에게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 야~ 이 새끼 지금 올라온다는 데 어떡하지?" " 오라구 해. 벗겨먹자." " 오케이!"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어...만약 대구 사는 남학생이 올라오면 보나마나 통신과 채팅에 대해서 무한한 실망과 회의를 느낄 것이 틀림없었습니다. 남의 일에 간섭하는 것은 옳지 않지만 저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 남학생에게 세이를 날렸습니다. ## 전송 메시지 : " 저 괜히 끼어 드는 것 같지만 다시 잘 생각해 보시죠." ## 전송 메시지 : " 괜히 서울 올라와서 돈 날리고 몸 버리지 마세요." ## (From:남학생 )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래서 제가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나는 지금 신림동의 인터넷 게임방에 와 있는데 옆자리의 여학생이 무지하게 생겨먹었다. 괜히 올라와서 몸 버리고, 돈 날리지 않는 것이 육체적, 정신적 건강에 도움되고 오래 살겠다는 것이 제가 말해 준 내용의 요지였습니다. 그랬더니 이 자식은 속고만 살아왔는지 이렇게 말하더군요. ## (From:남학생 ) '실제론 귀여운 아이인데 혼자 꿀꺽하시려는 건 아니죠?'## 세상에 이렇게 싸가지 없는 녀석이 있을까요? 소매치기 있다고 경찰에 신고했다가 도둑놈으로 몰리는 사람과 비슷한 느낌일 겁니다. 그래서 성질을 부렸죠. ## 전송 메시지 : " 맘대로 하세요 만나던지 말던지! 하지만 저는 지금까지" ## 전송 메시지 : " 살아오면서 공룡껍데기 같은 피부에, 들창코에, 하마 입에" ## 전송 메시지 : " 콩알 눈 여자애가 귀엽다는 소리는 듣도보도 못했습니다." ## 전송 메시지 : " 게다가 턱에 커다란 점에, 여드름도 잔뜩 있고...어휴~." ## 전송 메시지 : " 만약 이 여자애가 귀엽고 예쁘다면 당신은 변태겠죠." 이쯤 알려주니까 대구의 남학생이 조금 믿어주는 것 같더군요. ## (From:남학생 )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저는 다시 인터넷을 했습니다. 잠시 후에 옆의 여학생이 같이 온 여학생에게 말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 야. 이 새끼가 정말 내가 예쁘냐고 물어보는데? 아유~ 재수 없어!" 그 말을 듣고 저는 속으로 웃었습니다. 다시 기지개를 켜는 척 하며 온 몸을 배배 꼬면서 슬쩍 옆의 모니터를 쳐다보았더니, 남학생 : 정말 귀엽구 예쁘신 분 맞아요? 남학생 : 지금 대기실에서 제보가 들어왔는데요. 님이 무지하게 못생겼으니 조심하라고 그러거든요. 채팅실 죽순이에다가 핵폭탄이래요. 설마 사실이진 않겠죠? 옆의 여학생은 꿈에서도 제가 옆에서 꼰질렀다는 것은 모를 것이었습니다. 제 컴퓨터 화면은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떠 있었고 화면에는 " 딴지 일보" 가 보였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98 새롬 데이타 맨을 밑에다 작게 띄워놓고 인터넷 익스플로러로 감추어 두었습니다. 허리 운동을 하는 척 하면서 옆 여학생의 얼굴을 살펴보았습니다. 얼굴 색이 벌겋게 변한 것이 한 눈에도 열 받았다는 것을 알수 있었습니다. 여학생 : 아니 누가 그래요? 전 채팅해서 누구 만나본 적도 없는데요? 여학생 : 아마 우리가 비방에서 채팅하고 있으니 누가 장난치는 거 아니에요? 그 사람 누구예요? 남학생 : 그래요? 님이 들창코에다가 턱에 커다란 점이 있다던데 사실이에요? 여학생 : 아니에요. 틀려요! 여학생은 우겨보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분명히 있는 점을 없다고 하더군요. 그러자 남학생은 저에게 세이를 날려왔습니다. ## (From:남학생 ) '점 없다는데요? 어떻게 된 거죠?'## 그래서 제가 다시 알려줬습니다. ## 전송 메시지 : " 나이키 농구화 신었구요. 이스트 팩 검정가방 맸어요." ## 전송 메시지 : " 확인해 보세요." 저는 이번엔 가방을 뒤지는 척 하면서 옆의 모니터를 살폈습니다. 남학생 : 님이 항상 농구화에 이스트 팩 검정가방 메고 다닌다는 데요? 여학생 : 헉. 아마도 여학생은 놀란 것이 틀림없었습니다. 친구와 둘이서 속닥속닥 대더니, 대기실의 대기자 아이디를 살피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서로 이야기를 주고 받았습니다. " 아는 아이디 있어?" " 안 보이는데..." " 도대체 어떤 새끼야?" " 혹시 사당동 걔 아냐?" 그러면서도 대구의 남학생에게는 끝까지 우기기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여학생 : 제가 이스트 팩 가방을 메고 다니는 것은 맞지만 폭탄은 아니에요. 호호호~ 폭탄에 당하고만 살아 오셨나봐. 호호홋~ 닭살의 연속이었습니다. 여차하면 대구 남학생이 올라오지 않을 기색을 보이자 이번에는 애교 & 아양 작전으로 나가려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점심에 먹었던 뼈다귀 해장국의 뼈다귀가 목구멍에서 넘어오려는 것을 꾹 참았습니다. 정말 꾸욱! 참았습니다. 대구 남학생이 다시 제게 세이를 보냈습니다. ## (From:남학생 ) '웬만하게 생겼으면 그냥 올라가도 되지 않겠어요?'## ## (From:남학생 ) '간다고 했다가 갑자기 안 간다면 그것도 좀 그런데요.'## 저도 남학생 한 명 살리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습니다. ## 전송 메시지 : " 서울 올라오실 돈으로 같은 과에서 제일 못생긴 여학생에게" ## 전송 메시지 : " 꽃다발이나 사다주시죠. 그리고 증조 외할아버지가 갑자기" ## 전송 메시지 : " 위독하시게 됐다고 하시면 되잖아요." 마지막으로 지갑을 뒤지는 척 하면서 모니터를 또 훔쳐보았습니다. 그 남학생은 제가 일러준 대로 급한 일이 생겼다면서 못 올라오겠다고 하는 중이었습니다. 여학생은 연신 " 시팔~ x 같은 새끼네~" 어쩌구 욕을 하면서 모니터를 쳐다보며 성질을 부리고 있었습니다. 제가 가방하고 핸드폰을 주섬주섬 챙겨서 일어나면서 새롬 데이타 맨의 화면을 최대한 크게 해놓고 글자 크기도 늘려두었습니다. 그리고 최후 의 일격으로 옆 여학생에게 세이를 날렸습니다. ## 전송 메시지 : " 남을 속이면 못써요. 우헤헤~ 캬하핫~ 냐하핫~! 신난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제가 일어나는 소리를 듣자 옆 여학생의 친구가 제 자리로 와서 앉았습니다. 저는 돈을 내러 계산대 앞으로 갔습니다. 거스름돈을 받은 후 인터넷 게임방의 문을 열고 나가려는 데, 뒤에서 " 잠깐만요!" 하는 앙칼진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혹시 머리 죄다 뜯기고 나이 어린 여학생 두 명에게 몰매 맞지 않을까 무서워서 잽싸게 토꼈습니다. 그 후로 저는 그 여학생이 보내는, 욕설이 가득 담긴 메일을 가끔씩 받고 있습니다. 지금 생각해봐도 잘한 짓인지 못한 짓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E-mail Address sinavro@nownuri.net ~~시나브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