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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oreaUniv ] in KIDS
글 쓴 이(By): minjok (Hong S.B.)
날 짜 (Date): 1996년10월19일(토) 22시06분41초 KST
제 목(Title): [안암총학] 고연제 폐막제에 관련해서.


고연제 폐막제의 기획의도

'4만 고연인이여 시대를  선도하는 지성으로 우뚝서라' 라는 기조로  일주일
간 진행된 '96  고연민족해방제는 비록 잠실에서의 정기 체육전은  성사되지 
못했으나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한 행사들로 치루어졌습니다. 체육제  중심의 
행사가 아닌  다양한 문화행사와  학술행사들로 고연민족해방제라는  의미를 
세워내려 한 것은 그를 통해 시대 속에서의 대학인의  역할과 삶을 고민하는 
진정한 고연제의 의미를 채워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올해의 고연제
는 예년의 정기 체육전 없는 고연제가 불명예스럽게 보이기  보다는 더욱 빛
날 수 있다는 것을 밝혀내고 싶었기 때문에 많은 준비를 하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전체적인 기조 속에서만 폐막제를  기획하기에는 부족함이 있
었습니다. 작년 고연제 폐막제에서 지적된 문제점은  '왼손잡이'의 지적처럼 
바로 고연제의 향락적이고 특권의식적인 문화였습니다. 매년  제기된 기조들
은 훌룡한 문장들로 형상화되고 있었으나 실제 행사들은  그야말로 고대, 연
대생만의 집안잔치로  끝났던 것입니다.  국민들과 함께 하면서  실천적으로 
검증되지 못한 이념들은 고연인들만이 가지는 것인양  오히려 더욱 특별해질 
뿐이었습니다. 

때문에 폐막제에서는 고연제가 고대 주변 지역 주민들  속에서, 더욱 나아가
서 다른 대학인들 속에서 그 자리를 찾아나가는  모습을 보이고 싶었습니다. 
그를 위해 폐막제를 비롯한 고연제 기간 내 행사들을  한계례 신문 신설지국
과 안암지국,  조선일보 안암지국을 통해 1만  장의 신문 간지로  알려냈고, 
얼마 안되지만 떡과 막걸리를 준비해서 그 마음을  나누고자 했습니다. 또한 
폐막제에서 한몫 잡아보려고 온 듯 보였을지도  모르는 대운동장의 포장마차 
3대는 민중 연대의 관점에서 북부지역노점상연합에 공식적으로  요청해서 모
신 분들입니다.

폐막제 기획을 하면서는 고대, 연대생보다는 지역주민분들을  염두에 두었던 
주민학우노래자랑 순서가 바로 그러한 의도를 담고자 했으며,  그 안에서 주
민분들이 생각하시는  8.15 이후의 학생운동에  대한 견해를 듣고자  했습니
다. 
그리고 그 뒤에 사랑의 폐막제와 2부 순서가  있었습니다. 2부에서는 말그대
로 고연제 폐막제이니  만큼 고연제를 정리하면서 한편으로는  범고연인한마
당에 참여했던 율동패의 공연과 함께 연세대  96학번형들을 모시고 연세대의 
상황을 들어보고, 가능하면  주민분과의 질의, 응답시간도 가져보려고  했습
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대동놀이가 있었습니다. 

행사당일 모든 순서는 기획안과 동일하게 치루어 졌으나,  고대 지역 주민들
의 참여는 8월  10일에 있은 통일희망나누기 고대지역주민큰잔치에 비해  훨
씬 적었습니다. 8. 15의 여파에다 준비 과정에서  주민분들의 참여를 유도하
는 노력의 부족에서  기인하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여하튼  결국 주민참
여행사 중심의 기획은 빛을 바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폐막제속에서의 사랑

사랑의 폐막제를 기획하게  된 문제의식의 출발점은 4만 고연인의  한마당인 
고연제 폐막제에 고대, 연대 학우들의 참여를 보장할  행사가 없다는 것이었
습니다. 
그러한 고민에서 떠올랐던  것 중 하나가 8. 15의 연세대였습니다.  며칠 간 
갇혀있으면서, 하루에 한 끼 정도 김밥으로 끼니를  달래며 사람들은 초조와 
불안에 직면했고, 좁은  강의실 안에서 수많은 페퍼포그의 소리와  헬기소리
를 들으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채 가만히 시간이 가기만을  기다리던 
때였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여학생위원회에서 제기한 자본주의에서  성을 상
품화했다는 모 TV프로그램을 연세대 전쟁터 안으로  유입시켰습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여학생위원회와  왼손잡이의 지적처럼 누군가가 상품화되고  있
다는 생각을 하지않았고, 그런 큰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습니
다. 힘든 나날 속에서 건전한 웃음과 화합의 장이었음을  그 속에 있었던 그 
누구도 부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 순간에는 강의실 바로  옆 창
으로 수 십 대의 헬기가 요동치고 있음을 잊고서 웃을 수 있었습니다.

의도와 다른 결과에 대해서 반성과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학우들의 참여를 보장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기획이, 오히려 성의  상
품화를 부추긴 측면이 나타난 것에 대해 총학생회는  4만 고연인에게 반성과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리고 이번 일이 조그만 계기가 되어  건전한 대
학 문화를 창출할 수 있도록 했으면 합니다. 

그러나 이 행사를  직접 보지않았던 학우들을 위해서 몇가지 정정해야할  사
항을 말씀드립니다. 

여학생위원회에서는 모 TV의  프로그램을 비판하면서 사랑의 폐막제가  그것
과 한치도 다를바 없이 진행되었다고 했습니다. 모  TV의 프로그램에서 성의 
상품화를 가장  극명하게 드러낸 지점은  바로 출연자들의 사회적인  지위와 
외모의 꾸밈이라고  생각합니다. 자본주의사회에서 성을 상품화하기  위해서
는 그야말로 자본주의의  법칙에 맞는 상품이 되어야 하고,  여학생위원회에
서 제기한 것처럼  사람의 가치관이나 인격이 아니라 외모로 대변되는  상품
가치화와 자본의  지위가 그  맹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폐막제에서는 
그런 꾸밈이 전혀 없었고, 평소의 모습 그대로의  모습으로 진행되었기에 한
치의 차이정도는 존재하고 있다고 봅니다. 
또한 여학생위원회에서는 여학우들을 세워놓고, 남학우가 선택하게  하는 것
은 사회의 이분법적인  성역할과 무엇이 다른가라고 제기했습니다. 마치  총
학생회에서 여학우들을  인형처럼 세워놓고, 남학우들에게 선택하도록  기획
한 것처럼 들리는데, 그럼 실제 당당히 남자를  선택한 여학우들은 총학생회
에서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변수이자 방송사고였을까요.

왼손잡이는 고연제의 다른 행사에는 참여하시지 않으셨나 보군요.

왼손잡이의 글을 보면 이런 말들이 있습니다. 
'몇가지 행사만이 있는듯  없는듯 대부분의 학우들의 무관심 속에서  치러졌
다.'
'폐막제에는 연대, 고대  학우들 약700명이 참여하여 다른 주관행사들의  분
위기와는 다르게 즐겁고 대중적으로 치러지고 있었다.'
작년 고연제 자료집과  비교해봐도 한두 가지 행사가 늘어났음이  분명한데, 
있는 듯 없는 듯은 어떠한 근거에서 이야기하는  것인지요. 홍보의 부족이라
면 분명히 반성해야할 것입니다. 하지만, 포괄적으로  행사는 늘어났으되 고
연제의 분위기가 뜨지  못했다는 점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면 문제의  원인
은 무엇이며, 고연제 분위기를 띄웠어야 할 책임은  어디에 있는지 겸허하게 
되돌아보아야 할 것입니다. 

또, 다른  주관행사와 분위기가 다르게  즐겁고, 대중적으로 치루어  졌다는 
것은 다른 주관행사가  앞서 제기한 것과 마찬가지로 학우들의 무관심  속에
서 치러졌다고 이야기 하고 싶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 8요일'이라는 영
화 상영에 1000여명의  학우와 고대 지역 주민들이 모습이였습니다.  연세대
에서 진행된 '범고연인한마당'에는 800여명이 참여하였습니다.  방송제 또한 
4. 18 기념관을 꽉 메워 진행되었습니다. 정신대 문제를  다룬 연극 '노을에 
와서 노을에  가다'는 250여명의 학우들이  참여했지만 정신대 최초  증언자 
'김학순 할머님'과 함께  하며 그 어떤 행사보다 진지하게  진행되었습니다. 
학생운동 대토론회에는 정말로 다양한 견해를 갖고  있는 학우들이 참여하여 
인원은 비록 60여명에  지나지 않았지만 5시간에 걸쳐 열띤 토론  속에 진행
되었습니다. 왜 이런 점은 지적되지 않는지요. 


총학생회는 이중인격자인가

고연제기간에 정신대('일군  성노예'가 제대로 된 표현이라고  한다.)문제를 
다룬 연극 '노을에 와서 노을에 가다.'가 10월  11일 4.18기념관 대강당에서 
총학생회 주최로 상연되었습니다. 이 연극은 원래  여학생위원회에 제안되었
던 것인데, 여성해방제  준비로 여력이 안되는 여학생위원회에서 이  연극을 
총학생회에 다시 제안하였습니다.  당시에 총학생회에서는 이 연극을 할  것
이냐의 여부에  대한 꽤 치열한 토론이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이  시기에는 
고연제 행사가 거의  확정된 단계였기에 새로운 행사를 준비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이 있었고, 외부 단체 초빙 연극이기에 상연을  위해서는 예상에 없던 
새로운 재정이 필요했으며,  그것은 2백만원이라는 학우들의 학생회비가  투
여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때 폐막제를 기획한  바로 그 사람이 
이 사업의 중요성을 고집했고, 폐막제를 주최한 바로  그 총학생회에서 결국
은 연극 상연을  결정했습니다. 이것이 단순히 여성문제에 대해  총학생회가 
모양새만을 갖추겠다는  형식적인 접근이었다면 9일  영화 '제 8요일'  상영 
후, 10일  방송제가 끝난 후 연극관람을  절절히 외쳤던 한  총학생회간부를 
여러분은 4.18 기념관 로비에서 볼 수 없었을 것입니다.  물론 아주 많은 학
우들이 연극을  관람할 수 있도록 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러기에 이  자리를 
빌어 이 행사의  주관이었던 법대 여학생회에 죄송함과 감사의 말씀을  드립
니다. 

마치며

행사를 기존 모  TV프로그램과 달리 창조적으로 고민하지 못하고,  사회자의 
멘트를 명확히  설정하지 못하여, 의도와는 달리  성을 상품화한 점이  있는 
것에 대해 반성과  사과의 말씀을 4만 고대, 연대 학우들에게  전합니다. 또
한 총학생회가 거듭날  수 있도록 따끔한 비판을 제기한 여학생위원회와  왼
손잡이에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제기된 문제점  외에도 대학 문
화에는 많은  반성과 비판의 지점이 있다고  봅니다. 진정으로 건전한  대학 
문화는 그 창출 주체와  대상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닌 우리  모두가 주체라고 
생각합니다. 그랬을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많은  문제점들을 정확히 분석
하고, 문제점들을 겸허히  수용, 반성하여 진정 시대를 선도할 대학  문화를 
창조하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의 힘을 모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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