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KoreaUniv ] in KIDS 글 쓴 이(By): minjok (Hong S.B.) 날 짜 (Date): 1996년10월04일(금) 00시38분56초 KDT 제 목(Title): [안암총학] 고연제는 10월 둘째주에 합니다 올해 고연제는 10월 둘째주에 반드시 합니다. 찌는듯한 더위로 밤잠을 설쳤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차가운 대지 위에 낙엽 이 흩날리는, 어느새 완연한 가을날씨입니다. 2학기 개강도 했고 우리 옷차 림도 두툼해지고 넉넉한 한가위 연휴도 꿈결같이 흘러갔습니다. 다른 해 이 맘때 쯤이면 누가 뭐래도 민족고대인과 통일연세인들만은 손꼽아 기다리는 가을의 연례행사도 있었을 것입니다. 파랗고 높은 가을하늘 아래 드넓은 잠 실벌에서 서로 어깨걸고 응원가로 목이 터지기도 하고, 고대와 연대 곳곳에 서 벌어지는 다양한 행사도 참여하고, 독수리 상이나 호상 아래 선후배 함 께 모여 정다운 뒷풀이도 벌이고... 바로 고대, 연대양교의 자랑스런 전통 인 「고연제」입니다. 새내기들은 진정한 민족고대인이 되는 4가지 관문의 마지막 자리로, 선배들은 작년의 추억과 아쉬움을 기억하며 그 진정한 의미 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 보는 자리로, 졸업생들도 모처럼 후배들과 함께 만나 영원한 고대인임을 가슴에 새기는 자리로 고연제를 기다려 왔을 것입 니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손꼽아 기다려 온 고연제 개최가 올해는 결코 순탄치만 은 않았습니다. 매년 고대와 연대가 한번씩 번갈아 고연제를 주최하는데 96 년은 연세대가 주최하는 해입니다. 그런데 연대의 학교측에서 올해 체육제 (고연전)를 폐기하겠다고 발표했던 것입니다. 올 여름 한총련의 통일투쟁에 대한 정권의 유례없는 탄압과 이에 대항했던 청년학생들의 투쟁과정 속에서 8.15 범청학련 통일축전이 열렸던 연세대가 전쟁터를 방불할 정도로 심한 물리적 피해를 입었습니다. 연대 학교당국은 학교에 이러한 어려움이 있는 데 '잔치'를 벌이는 것은 지금의 상황과 분위기에 맞지 않다는 것을 이유로 체육제 폐기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러한 연대 학교당국의 결정은 매우 부당합니다. 고연제는 학교측이 생각 하듯이 고대와 연대의 친목을 위해 술 마시고 즐기는 단순한 잔치가 아니지 않습니까? 일제시대 억압된 우리 민족에게 희망을 심어준 초창기 체육제의 시작으로부터, 80년대 이후에는 암울했던 군사독재정권 하에서도 한번도 폐 기되지 않고 오히려 불의에 항거하는 투쟁의 장으로 승화되었던 고연제의 역사가 그 의미를 생생히 말해주고 있습니다. 또한 현재 연세대의 어려움도 한 학교의 물질적 어려움으로 한정지을 수 없는, 통일에 대한 순수한 열정 이 탄압받는 모순된 이 사회 속에서 진정한 고연제의 의미로 함께 극복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그런데도 연대 학교측은 고연제 본연의 의의를 왜곡하면 서까지 고연제 개최를 반대하고 있는 것입니다. 연대 학교측이 이러한 결정을 내린데에는 학교 상황의 어려움뿐 만 아니라 여러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하고 있습니다. 8월 연세대 항쟁 이후 연대 안에 서는 다른 어느 대학보다도 학생회에 대한 탄압이 심합니다. 이 탄압의 여 파는 고연제에도 미쳐서, 연대학교측은 기간 고연제 논의에 총학생회의 참 여를 허용하지 않았고, 그 과정의 공개도 하지 않았습니다. 고연제는 학교 만의 행사가 아닌 4만 고연인 모두의 행사이므로 그 개최여부에 당연히 학 생들의 의견이 반영되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들의 대표체인 총학 생회가 학우들의 의견을 모아서 그 논의과정에 참여해야 하는 것인데도 연 대 학교측은 총학생회를 철저히 배제시키는 비민주적이고 독단적인 자세를 보인 것입니다. 그리고 고대 학교측으로부터 청와대와 경찰로부터 고연제를 개최하지 말라는 모종의 압력을 받고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왜 정권에서 고연제를 하지 못하게 할까요? 올 여름부터 자행되고 있는 공안탄 압의 칼바람이 사회의 모순과 불의의 폭압에 떨쳐일어서 왔던 양대 사학이 힘을 모으는 것을 두려워하고 방해하려 한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습니다. 이러한 학교당국의 부당한 고연제 폐기 입장에 반대하고 정권의 학생자치권 탄압 음모를 분쇄하기 위해 고대와 연대 총학생회는 올해 체육제를 비롯한 고연제를 반드시 성사시키기 위해 노력하기로 결의했습니다. 양교총장님 면 담을 통하여 입장철회를 요청했고 고연제 성사를 위한 양교총학생회 합동기 자회견을 했습니다. 또한 고대에서는 공안탄압 분쇄와 고연제 성사를 위한 규탄집회를, 연대에서는 학우들과 함께 고연제 성사, 학생회 징계철회 등을 안건으로 하는 비상학생총회를 개최하는 투쟁을 전개했습니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연대 학교당국은 입장을 바꾸기는 커녕 학생회 사업을 책임지는 간부들을 무더기로 징계하고, 총학생회가 자체적으로 준비하고 있 는 고연제 사업에 대해 예산지급을 허용하지 않는 등 오히려 학생회에 대한 탄압과 고연제 개최 저지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러하기에 연대 총학생회와 학우들이 여러 방법으로 노력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올해 체육 제의 개최가 더욱 힘들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또한 고대와 연대의 학사일정 상의 문제로 10월 셋째주에는 고대, 넷째주에는 연대의 중간고사 가 있고 10월 거의 모든 주에 잠실운동장이 이미 사용예약이 되어 있으며, 11월 달로 고연제를 넘기게 되면 과와 단대, 총학생회 선거일정과 겹쳐지게 되고 계절상으로 야외에서 행사를 진행하기 어려워 지는 점 등으로 인해 더 이상 체육제 성사를 위해 고연제 일정을 미룰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런 여 러가지 사정으로 인해 결국 학교측의 입장철회와 참여가 없더라도 고연제를 10월 둘째주에 개최하기로 연대 총학생회와 합의하였고 체육제는 아쉽지만 올해는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90년대 들어 고연제의 의미가 많이 퇴색되고 변질되었다고 많이 이야기 합 니다. 대학체육의 순수한 아마추어리즘이 사라지고 점차 기존 대중스포츠처 럼 박제화되고 상업화되는 고연전. 80년대 선배들이 체육제에서 고연제로 확대시켰던 치열한 문제의식들은 잊혀지고 다시 체육제 중심으로 축소되면 서 내용은 별로 없고 흥청망청 술만 마시는 일주일간의 고연제. 그리고 지 역주민들과 함께 시대의 울분과 정을 나누었던 본래의 의미는 남아있지 않 고 악습이 되어버린 폐막제에서의 기차놀이 등의 난동 등등. 이런 것들로 인해 매년 고연제가 끝날때마다 우리 스스로의 비판과 씁쓸한 자조만이 남 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그러나 고연제는 분명히 4만 고연인의 자랑스러운 전통입니다. 출발이 순수 하고 올바른 전통이라면 현재 어떠한 부분이 잘못되었고 부족하더라도 그것 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힘으로 본래의 의의를 되새기고 잘못된 부분은 뜯어고치면서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더군다나 우리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학교당국의 일방적 입장과 정권의 탄압이 고연제 를 방해하는 것이라면 그런 부당한 탄압에 맞서 더욱더 우리의 올바른 전통 을 지켜내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올해에는 여러 사정으로 체육제를 못하게 되었지만 그럴수록 고연제가 얼마나 소중한 행사이며 고연인의 단결 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보여주어야 하겠습니다. 체육제가 많은 부분 문제가 있어왔던 것이 사실이지만 응원전을 통해 하나 됨의 소중함과 일치감, 고대에 대한 사랑을 느끼는 등의 좋은 점도 있는데, 그러한 체육제가 빠진 고연제는 조금은 아쉽고 소박할 지도 모릅니다. 어떤 학우의 말처럼 '앙꼬없는 찐빵'이라고 생각될 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개최 여부를 둘러싼 그 동안의 문제와 공안탄압으로 인해 총학생회에서의 준비 또한 많이 부족합니다. 그러나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고연제를 4만의 힘으 로 기필코 성사시키는 것, 탄압이 아무리 거세도 그보다 더 강한 고연인의 단결의 힘으로 그 탄압의 손길을 주춤하게 하는 것, 이것이 무엇보다도 중 요한 올해 고연제의 의미가 아닐까 합니다. 10월 7일, 다음주 월요일부터 96년 고연민족해방제가 일주일간 열릴 것입니 다. 예년과 같은 즐거운 고연제의 분위기만은 아닐 것입니다. 예년처럼 화 려하지도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어느 때보다도 개최의 의미가 우리 자신에 게 달린 것 같습니다. 잠실벌 관중석을 가득메운 응원가와 함성이 없어도 그보다도 더 소중한 것, 고연제의 진정한 의미를 찾고 그것을 주인되어 만 들고자 하는, 또 지금의 탄압들을 내 힘으로 이겨내겠노라는 진지한 결의와 미소가 담긴 여러분의 얼굴을 고연제 기간동안 행사 곳곳에서 발견하게 되 었으면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