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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oreaUniv ] in KIDS
글 쓴 이(By): greenie (  푸르니 )
날 짜 (Date): 1996년06월12일(수) 17시49분00초 KDT
제 목(Title): 5.29.1996


   글을 쓰기 시작한 건 한 주가 지났지만...  우선 감정의 물결이 지난 뒤
올리는 것과, 나름대로 다시 읽고 다듬을 시간을 갖는 것이 더 나을
것이란 생각에 지금--아직도 다듬어지지 않은--글을 올립니다.

   이미 충분히 긴 글이 되어 있고, 핵심적 내용은 언급되었기에 더 지루하게
덧붙이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 글은 좋다 나쁘다의 판단 차원이 아니라, 그 사건 자체를 살펴보고,
이유를 생각하며 예방의 길을 제시하고자 하는 세 가지가 염두에 두어지고
쓰여졌습니다.  글 하나 더 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내년 유월을 웃으며
맞을 수 있는 하나의 작은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      *      *      *      *      *      *      *      *      *      *

   제가 알고 있는 당시 상황은 이렇습니다:

   1996년 5월 29일 수요일 늦은 저녁 이화여자대학교내에서 대동제 마지막 
행사중 400명가량으로 추산되는 고대생들--비고대생일 가능성이 있는 인원 포함--
이 집단적으로 물리력을 행사, 폐막제 진행을 의도적으로 방해하고, 그 과정에서
십여명의 이화여대 (지킴이) 학생들이 부상을 당했으며, 그 가운데 한 명은 
팔골절상을 입어 이대목동병원에 6월 3일 현재 입원중임.

   여기서 '고대생들'에 대해서는; '공감되는 추론에 기인하여 1~2학년 남학생이
다수로 여겨지는, 400명 가량의 고대생들' 정도로 무리없이 구체화시킬 수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비고대생들'에 대해서는; '당 물리력 행사에 참가한 고대생들에 
비하여 소수라고 추정되는 비고대생들' 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호각 신호와 그에 응한 집단 행동이 목격되었고 그 일부는 장갑을
준비해 있던 상태였습니다.

  *      *      *      *      *      *      *      *      *      *      *

   어떤 행동에는 이유가 있을 거라는 가정은 무리가 아닐 것입니다.  그 전제
아래서 위 행동의 이유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1. 두 가지 측면--그 행동유발요인과 행동감소요인--이 무엇이며,
   2. 다른 이유들과,
   3. 예방책(전자 < 후자)을 살펴 봅시다.


   1-1. 행동유발요인.
   물리력 행사를 통해 해소되는 욕구를 생각해 봅시다.

   i. 억제된 욕구의 물리적 표출을 통한 욕구해소의 쾌감.
   그 가운데 공격욕구와 억압감의 표출으로 표현되는 욕구표출이 있을 
것입니다.  공격욕구를 본능적이라고 한다면 후자는 사회적으로 받는 것이겠지요.
현 사회에서 공격적 행동은 남성들에게서 많이 보여지고, 그에 대한 관대함도
남성에게 더 큽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나이라면 이것을 인지하고 있을 
것입니다.  또한 사회적인 압박의 대표적인 것으로는 입시에 대한 중압감을 들 
수 있습니다.  위의 두 문장은 그 행동이 왜 주로 '1~2학년' '남학생'에 의해서 
행해졌는 지 설명해 줍니다.
   
   ii. 억제된 반사회성의 표출을 통해 느끼는 욕구해소의 쾌감.
   1~2학년때는 특히 새로운 정보 유입의 시기입니다.  수험생의 위치에서
벗어나 '자유인'이 되고, 학과공부의 범위를 벗어나 사회 전반이나 역사 등
넓어진 시야를 갖게 되는 시기입니다.  여기서 많은 학생들이 왜곡되고 편향된
교육, 작은 교육의 깨달음을 얻게 되지요.  빛의 회절처럼, 수험의 틈을 통과한
젊음은 퍼져가는 방향을 쉽게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폭음이나 이성관계의
끊임없는 추구처럼 극단적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선배들이 마련해
준, 익명성이 (어느 정도는) 보장된 반사회성으로 대표되는 '무언가 벌이고
싶은' 욕구 표출의 장이 봄에 마련된 것입니다.  참가한 사람들에겐 그것이
사회적 정통성을 인정받았으면서도--물론 한정된 범위의 사회--반사회성의 표출이
주가 되는 행사가 되고, 반집단의 집단 속에 있으면서 소속감과 욕구해소를 
동시에 느끼는 기회가 되는 것입니다.


   1-2. 행동감소요인.
   그러면 무엇이 그러한 행동을 억제할 수 있을까요.

   i. 소속감/익명성의 제거.
   그 400명 가량의 학생들에게 '혼자서 운동장을 가로지르며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회를 각각 제공한다고 생각해 봅시다.  집단의 갑옷이란 강한
것이어서, 그 보호가 없어질 때 행동의 유인가(attractiveness) 또한 줄어듭니다.
흔히 쓰이는 '사소한 일에 목숨걸 필요 없다'란 것이죠.  또한 목적을 생각하기 
전에, 어떤 행위를 '함께' 하는 데에서 오는 쾌감도 같은 맥락에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사진기/캠코더/TV카메라가 동원될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궁금해집니다.  분명 그 일부는 알고, 혹은 예상하고 있었을텐데.
아마도 즉각적이고 확실한 보상인 쾌감의 정도가 미래의 가능성 있는 익명성
파괴의 불안감을 능가했다고 보입니다.

   ii. 양심/책임감의 부각.
   거시적인 관점에서 바라봅시다.  개인 양심의 억제력이 그 행동에서 얻는
쾌감보다 크다면 어떨까요.  개인 양심은 한순간에 바뀌는 것이 아닙니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다루기로 했다는 고대 총학의 발표를 접했습니다.
그보다 거시적인 대책이 더 효과적이겠지만, 장기적으로 보아 위의 대책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구체적 상황은 한 학교 일부 학생들이 특정 타대학에서 특정 시기에 벌이는
것이지만, 그 뒤에는 적지 않은 젊은 학생들의 사고방식이 깔려 있습니다.  즉,
'전통'으로 싸여진 다른 표출의 채널이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충분히 일어날 
일임을 뜻하는 것이죠.


   2. 다른 이유들.

   i. 자아감 형성.
   1~2학년때 자아감--self identity--을 형성하는 학생은 많지 않습니다.
즉, 고등학교때와 마찬가지로 일차적 권위에 따라갈 여지를 다분히 지니고 
있습니다.  (특히 남학생들의 경우) 교장선생님보다는 '실권'을 갖고 있는 담임
선생님의 말이 우선 권위를 갖고 있듯, 일단은 가까이 있는 '실제적 권위자'인
선배들의 말에 쉽게 동조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1~2학년생의 참가율과
고학년, 대학원생, 박사과정 학생들의 참가율 차이를 보다 논리적으로 설명해 
줍니다.  (점차 자아감을 형성해 나간다는 건 굳이 언급할 필요 없겠지요.)
   이 '권위'의 의미는 강제적인 것뿐 아니라, 우리가 사전의 어의를 (사전의
권위에 의거해) 받아들이듯, 권위자의 가치(판단)을 나름대로 '주체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포함합니다. 

   ii. 분산된 책임감--diffusion of responsibility.
   정의는 이렇습니다: 특정 행동의 잠정적 책임이 있다고 생각되어지는 다수의
존재로 인해, 특정 상황에서 개인이 그 행동에 대해 느끼는 책임감이 분산되어 
희박해지는 현상(Penguin Dictionary of Psychology).
   익명성이나 군중심리와도 비슷하지만, 생각하고 넘어가는 것이 의미있다고
여겨져 언급합니다.
   다음 사건을 살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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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0   onnury  (난별아저씨) 5.7  235 살인] 30대여자 50분간 폭행 주민들 외면 �

[ TodayKorea ] in KIDS
글 쓴 이(By): onnury (난별아저씨)
날 짜 (Date): 1996년05월07일(화) 05시51분03초 KST
제 목(Title): 살인] 30대여자 50분간 폭행 주민들 외면 �


   주택가 밀집지역 한 가운데서 30대 여자가 신원을 알 수 없는 사람에게
  50여분 동안 모진 폭행을 당하며 "살려달라"고 호소했으나 주민들이 외
  면하는 바람에 숨진 채 경찰에 의해 발견됐다.

   5일 새벽 1시께 경기 안산시 사동 133 삼호당 약국 뒤 주택가 빈터에서
  강순덕(34. 전자 회사원.사동 1321)씨가 신원을 알 수 없는 30대 남자
  에게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폭행을 당한 뒤 쓰러져 있는
  것을 한 주민이 뒤늦게 경찰에 신고해 병원에 옮겨졌으나 이미 숨진 상태
  였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부검 결과 강씨는 폭행당하는 도중 목을 눌려 질식
  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강씨가 자신의 집에서 1백m 떨어진 빈터에서 이날 자정 무렵
  부터 50여분 동안 30대 남자한테 폭행을 당하며 `사람 살리라'는 비명을
  질렀으나, 이 소리를 들은 일부 주민들이 3~4차례씩 밖을 내다보았을 뿐
  외면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현장에서 경상도 말씨를 쓰는 스포츠형 머리를 한 30대 남자가
  여자를 폭행하고 달아났다는 말에 따라 달아난 30대 남자를 수배하고 있
  다.  안산/홍용덕 기자

*한겨레에서..
<<
   위의 사건은 '분산된 책임감'의 전형적인 예입니다.  비슷한 사건이 미국에서
있었습니다: 손님들로 가득한 술집의 당구대 위에서 한 여성이 불량배들에게
윤간을 당했고, 경찰도 오지 않았습니다--그 여성이 윤간을 당한 뒤 처음 신고할
때까지.
   이 글에서 논하는 사건과는 조금 성격이 다른 예이지만, 그 바닥에는 분산된
책임감이 공통적으로 있다고 보입니다.  팔이 부러지는 일까지 생겼지만... 
책임감은 오히려 거기 참여하지 않은 선배들이 더 느끼는 것 같습니다.


   3. 예방책--행동감소요인을 행동유발요인보다 높이는 방법.

   i. 가장 먼저,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합니다.  사진촬영 등의 신원파악 방법을
마련하고 '알려' 예방적 차원과 행위자의 경우 책임을 물어 물리력 행사에의
유인가를 줄여야 합니다.  여기서 책임 추궁이란 자칫 미시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지난 일을 들추는 것이 아니라, 내년의 더 심할 수 있는 사고를 예방하는 첫 
걸음입니다.

   ii. 물리력 행사집단의 윤리가 아닌, 일반적 개인/사회윤리에의 동조를 
유도해야 할 것입니다.  즉, 2-i에서 언급한 권위자들이 진지하게 행동을 
고려해야 하며, 복종자/동의자들에겐 보다 이르고 강한 정도의 윤리의식 고양이
필요합니다.  이것은 총학의 단위로는 효과적 유도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분명 어느정도 성취가능한 것이고,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관점에서 더욱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의 선을 넘어, 보다 큰 정도의
교양이 바래집니다.

  *      *      *      *      *      *      *      *      *      *      *

   그곳에 있지 않았다고 우리와 무관한 일이 아닙니다.  정도와 모습이 다른 
비슷한 일들이 주변에 있을 것입니다.  그 '뒤에 있는 것'을 봅시다.  '뭐
그러다 말겠지,' '알아서 잘들 할 거야,' '또 시작이군,' ...  아주 엷어진...
분산된 책임감의 모습입니다.  모든 사회현상을 두 눈을 부릅뜨고 볼 수는
없지만, '계기'를 전환점으로 만드는 능력을 우린 지니고 있다고 믿습니다.


                                                we share the same biology
                                                 regardless of ideology...

                                                          푸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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