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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oreaUniv ] in KIDS
글 쓴 이(By): koko ( FreeKids)
날 짜 (Date): 1995년04월17일(월) 11시47분05초 KST
제 목(Title): 버릇없는 회색주의자의 하지만, 진실의...




  # 정말 아껴주고 싶었던 후배들에게......

    *  요즘들어 나르 슬플게, 분노케 하는 일들.....   *
    *                                            *
    *  후배를 볼 낯이 없다는 것, 선배님들 역시.....  *


  요사이 후배들과 친해질 수가 없다.

난 그들에게 아무런 도움을 줄 수가 없다. 대학이, 한 인간을 미리 만들어진 틀에

가둬두고 남보다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한, 지금 돌아가는 사회에서 바라는 모범생

이 되기 위한, 그런 발판을 만들어 내는 깡통 공장이 아니고서는, 나는 그들에게

있어 선배라고 불릴 자격이 없다.  다른 친구들은 모르겠지만, 난, 적어도 선배라 

함은 지식만이 아닌, 재미만이 아닌, 단순한 위로가 아닌, 어떤, 인간으로서 살아

가야 할 진솔한 삶의 방식에 대해서, 그들에게 술을 먹이지 않고도 내가 취하지 

않고도, 두눈 또릿하게 뜨고서 맨정신으로 얘기해 줄 수 있어야, 몸소 행동으로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굳게 믿었기에  더욱 선배라 불릴 자격이 없다.

  세상이 많이 변했다. 시인들은 서정시를 읊으며 가벼운 사랑과 화해를 노래하고

있고, 사람들은 매일 터지는 큰 사건과 생활의 작은 일들에 묻혀 과거를 잊고 살

아가고, 시청앞 광장에 운집했던 많은 청년들도 어디론가 사라지고, 그 가없은 우리

형제 자매들을 벼랑끝으로 몰고간 그 시대의 양심(?)이라던 검찰관들도 어디론가

사라졌다.  나 자신이 모범적인 선배가 되지 못했기에 내가 아닌, 훌륭한 선배님들

을 보여주려고 열심히 찾아 봤지만.....'천재는 죽고 바보는 떠난' 후였다. 

  지난 87년 대선 이후 학생들은  소위 '보통'대학생 세대에 속한다. 혹자는 그들을

정치적 허무세대니, 키치세대니, 주사파세대니 하며 구별하지만, 자기 앞가림은 자기

가 알아서 하는, 용의주도한 더치페이 세대이다. (극히 드물게, 그렇지 않은 훌륭한

학형들이 있었다고 말씀하시는 선배님들이나 후배들이 있을지 모르겠는데, 나는

여기서 그 '극히 소수'를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난 그 훌륭한 분들을 내

초라한 글에서 감히 언급하고 싶지도 않다) 

정치적 허무주의자건, 오렌지족이건, 주사파건, 한 방에서 자고난 후 나갈때는

각자 돈을 내고 제갈길을 가는게 80년대 말 - 90년대 삶의 방식이다. 그리고 우리

는 그걸 다양성의 인정이라는 편리한 이념으로 묵과하고 있다. 그런 우리의 외면

속에서 천재는 죽을 수 밖에 없었고 바보는 쉽게 떠날 수 있었다......


  역사와 민족과 국민 앞에 끔찍한 일을 저지르고도 버젓이 살아남아 호위호식하며

안락을 누렸던, 그리고 누리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한 무리는 독립된 국가의 뻔뻔한

지배층이었던 친일파 정부 관료들이다.  국내.외에서 피를 흘리며 독립투쟁을 했던

사람들과 그 가족들은 여비가 없어, 꿈에도 그리던 해방된 조국으로 돌아오지도 못

한채 저 머나먼 중국, 만주의 판자집에서 추위와 굶주림에 떨며 아무도 알아주지 않

은채 비참히 죽어갈때, 많은 지식인들의 부끄러운 무관심 속에 손쉽게 등극한 친일파

관료들은 따뜻한 식장에서 독립운동가들의 공로를 가로채서 그걸 기념하는 호화만찬

을 벌이고 있었다.  독립운동가들의 후예들이 집에 돈이 없어 학업도 중단한 채 
소년.

소녀 가장으로서 뒷골목에서 맨발로 뛰고 있을 때, 친일파 관료의 자제들은 그 
소년,

소녀가장의 수입중 세금이라는 명목으로 거둬진 돈을 가지고 일본으로, 미국으로 
해외 

유학을 갔다. 그리고,  그 유학파 자제들이 지금 우리의 사회를 이렇게 
살기좋게(?) 

만들었다......

  그런데 지금 그 불행한 일이 되풀이 되고 있다.  우리의 소중한 사람들을 벼랑끝

으로 몰고가선, 끝내 목숨을 빼앗아 버린 그런 사람들이 아직도 뻔뻔스럽게 계속

정부의 관료로서 활동을 하고 있다. 한데...... 우리들은 너무도 쉽게 잊고 있다.

그런 사실을 까맣게 망각한채(알면서도 무관심한채),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 하고

있다.  우리의 정치적 무관심과 회색주의가 훌륭한 선배들을 죽였고, 우리의 적당

한 타협이  그나마 남아있던 훌륭한 선배들을 벼랑끝으로 내몰았다.  

 ......이제......그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훌륭했던 선배들은 더 이상 세상에 존재하지 않으며, 만약 이 한국사회에 성공리에

존재하고 있다면, 그는 과거의 훌륭했던 선배는...... 아닐 것이다......

후배들이 지향해야 할 선배들은, 이젠 신화이다. 아직 20년도 채 흐르지 않았는데

어느새 화석이 되어버렸다. 이따금 새롭게 희망을 갖게 하는 몇몇 사람들이 나오

지만, 그들도 마지막엔 취업과 출세라는 허울로 사회에 물들어 가고, 후배들에겐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킨다. 


  요즘, 봄철이라 점심나절이 나른하다고들 한다.

하지만, 이 봄날 오후를 나른하게 썩히는 것은, 실은 봄바람 탓이 아니다......

점심후에 사우나에 가 낮잠을 자는 김부장..... 비싸게 산 컴퓨터로 오직 바둑게임

에만 활용하는 오차장...... 밀린 원고가 쌓여있는 책상위에서 대책없이 졸고있는

이과장...... 커피한잔 마시고 배를 두드리며 오지도 않는 잠을 청하는 
한대리......

바로 이런 사회의 중견들이 봄의 나른함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내고 있다. 

그들이 바로, 나른한 봄을 만들어 황금같은 시간을 썩히고 있는 것이다.

.....이제...그들은 더이상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그 모습은 우리 선배들의 모습일 수도 있고, 어쩌면 우리 자신의 모습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생산적인 일을 하지 않고 있을 때에도, 이 땅덩이 어느 구석에서는

부끄러운 우리의 몫까지 땀을 흘리며 열심히(?) 착취당하고 있는 사람들이 반드시 

있다. 내가 글을 써서 30만원을 벌었다면...원고지 값 500원...연필 값 200원....

잡지사까지의 왕복 버스비 640원.....

그리고 나머지 29만8천6백60원의 부가가치는 어떤 불행한 사람들의 잃은 몫이다.

하지만, 나 역시 그들에게 담 넘어로 동정의 돈을 몇푼 던져줄 뿐...... 애써 그

담을 허물려고는 하지 않는다......나 역시 후배들이 본받아야 할 선배는 정말 

아닌 것이다.....


  #내가 후배들에게 할 수 있는 말......

  나의 후배들은 이제 새로운 길을 혼자서 찾아야 하는 무거운 책임을 지고

있다.  세상은, 학교는, 선배는 더 이상 후배들에게 정답을 가르쳐 주지 않는다. 

오직 모든 것을 직접 경험해보고, 그것에 대해 철저히 인식한 후에야만이  그걸 

완벽하게 극복해 낼 수 있다는 것, 이 진리 하나만이 내가 후배들에게 말해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론이다. 섣부른 지식이나, 외관좋은 이슈나, 통찰이 없는 맹목

적인 추종은 결국에 가선, 자신을 정신적으로 파멸시킬 뿐이다. 흔히들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사귀는 것이, 많은 과외활동을 하는 것이 그런 방법인양 착각하

던데......

어떤 모임으로 부터의 친절하고도 논리적인 유혹은 받아들이지 마라. 자신의 뚜렷한

이슈가 없이는 그 대중에 휩쓸려 가기 마련이고......결국 너는 허탈해져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게 될 것이다. 특히 쉽게 성취한 자리일 수록 더 허탈해지게 마련

이다. 모든 것을 너의 살아있는 머리로, 뜨거운 가슴으로 직접 뼈저리게 체험해보고

그 후에 그걸 얻도록 노력해라. 그래놓고 보면 아무리 사소한 것을 얻었다 할지라도

그지없이 사랑스럽고 귀하게만 여겨질 것이다. 


  # 다시 한번 더......

극히 드물게, 그렇지 않은(타협하지 않고서 의연히 살아가는....)훌륭한 학형들이 

있다고, 있었다고 말씀하시는 선배님들이나 후배들이 있을지 모르겠는데, 

나는 여기서 그 '극히 소수'를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난 그 훌륭한 분들을 

내 초라한 글에서 감히 언급하고 싶지도 않다.   내가 말하려는 사람은 

그 '소수'가 아닌,  일말의 양심의 가책을 느껴야 할, 그 소수를 제외한 

우리들인 것이다. 물론 나는, 여러분이, 이제는 사라져버린 '소수'에 속했으면 

하고 바라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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