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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oreaUniv ] in KIDS
글 쓴 이(By): Gentle (Single)
날 짜 (Date): 1995년03월28일(화) 01시18분47초 KST
제 목(Title): '저.. 바람난 중학생 같죠 ??'




  대학 1 학년때, 머리털나고 처음으로 한 소개팅이었다.

  연대앞에서 하숙하고 있던 나에게 하숙집 누나가 시켜준 소개팅..

  그땐 아직 미팅도 못해본 나였기에 무척 부푼 기대를 안고 약속 장소로 갔다.



  연대앞, 독다방 맞은편 건물 지하에 있는 'Hot-Line'이라는 까페..

  작년인가.. 다시 가본 연대 앞에는 이미 그 까페의 흔적이 사라진지 오래 된것

  같았다.

  항상, 자신의 기억과 관련된 것들이 하나씩 하나씩 사라져 가는 것을 보는 마음은

  왠지 모를 서글픔과 허전함을 안겨다 준다..

  마치.. 그 기억들이 서서히 나의 몸 밖으로 사라지는 것처럼..



  어두컴컴한 지하 까페에는 테이블 몇개와 그 앞에 피아노가 하나 있었다.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각 테이블 위에는 두어권의 연습장이 놓여져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겉에는 '낙서장'이라고 적혀있고..



  지금 기억으론 내가 꽤 일찍 나갔던것 같다..

  주문도 안하고 혼자서 기다리며.. 그 낙서장을 읽던 기억이 나니까..

  사람들의 생각만큼이나 다양한 낙서들..

  이쁜 글씨.. 마구 휘갈겨 쓴 글씨.. 가끔씩 보이는 시 한수..



  그러다가 하숙집 누나와 자그만하고 귀여운 여자아이 하나가 들어왔다.

  그 누난 뭐가그리 즐거운지.. 나보다 더 들떠 있더구만..

  이런 저런 통성명이 끝나고 그 누난 약속이 있다며 바로 나갔다..



  하하.. 이제 둘만 남았다..

  처음 하는 미팅.. 아니 소개팅..



  그래.. 처음이라는 것.. 무엇이든 처음에 대한 기억은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내가 이렇게 자세히 기억하고 있는것만 봐도..



  우물쭈물 하고 있는 나에게..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 "저.. 바람난 중학생 같죠 ??"


  하하...

  그래요.. 진짜 바람난 중학생 같아요..

  가슴까지 올라오는 분홍색의 멜빵바지를 입고, 화장기 없는 얼굴..

  동글동글한 눈.. 장난기와 호기심이 가득한 밝은 표정..



  그녀는 지금쯤...

  애기 엄마가 되어 있겠지..



  이런 기억들이 하나씩.. 하나씩.. 잊혀져 간다..

  없어진 'Hot-Line' 까페처럼...





                나의 시작속에 나의 끝이..

                    Gen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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