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KoreaUniv ] in KIDS 글 쓴 이(By): taeho (고태호) 날 짜 (Date): 1994년12월04일(일) 20시00분34초 KST 제 목(Title): 연대 방문기 오늘은 12월 4일, 기업 공채가 있는 날 찹잡한 마음으로 시험장으로 갔다. 왜냐면 공부를 안했기 때문이지. 시험장소는 공교롭게도 Yonsei 대학. 오늘 어제만큼 추웠다. 내가 시험친 강의실의 응시율이 정확히 50% . 텅 빈 느낌에 더더욱 찬기를 느끼며 시험을 치렀다. 1교시 9:30 - 11:30 TOEIC(이거 철자 맞나?) listenig 100 문제 - 글쎄 들리는 것 빼고는 다 찍었다. 그게 몇개 안되니 문제다 reading 100문제 - 해석되는 것은 제대로 썼다. 2교시 11:50 - 12:30 상식 아는 게 없었다.수업시간에 다 배운 건데 기억나질 않았다. 12시 30분 - 기다리던 점심시간. 회사에서 나눠 준 식권을 들고 부리나케 학생식당으로 갔다. 앗, 내 앞으로 줄이 글쎄 100명이 있는 거였다.(사실 세보지 않았다) 하여튼 내가 서 본 밥줄 중에서 제일 길었다. 밥 생각이 뚝 떨어졌다. 식당구석에 있는 매점으로 가 요플레 하나를 샀다. 분명히 블루 베리인가 뭔가 하는 건데 흰색이다. '잘못 샀군. 딸기를 사는 건데.' 한숱가락 쿡 찍었다. 아니 이게 뭐냐. 보라색 시럽이 흰색 바탕에 확연하게 드러나지 않는가 한 번 더 저었다. 좀 진해진다. 또 저었다. 더 진해졌다. 저을 수록 진해졌다. 신기했다. 마치 내 앞에서 마술이 일어나는 듯 마냥 저었다. 그렇게 수저를 돌리다가 누군가가 식판에 돈까스를 들고 와 옆자리에 앉았다. 가만 보니 한식만 있는 게 아니었다. 배식창구 왼쪽은 육개장, 오른쪽은 돈까스. 전부 왼쪽으로만 줄을 서있었던 것이다. 그냥 앞 사람따라 서 있다가 앞사람이 한발 가면 따라 가기만 하는 것이다. 배식창구는 보지도 않은 채. 이때다. 기회는 왔다. 돈까스라도 먹어야지. 얼른 창구로 달려갔다. 앉아서 밥을 맛있게 먹으면서 계속 줄서는 바라보았다. 식당 아저씨가 "돈까스도 있으니까 두 줄로 서요 " 하고 외쳐댔다. 하지만 모두들 들은 건지 육개장이 먹고 싶은 건지 좀처럼 줄이 흐트러지지 않았다. 아저씨는 무안한 듯 들은 척도 않는 사람들을 향해 더 크게 외쳤다. "돈까스 있어요, 돈까스. 돈까스 드실 분은 이쪽으로 서요." 그러자 좌중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무언가를 발견한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하나둘 대열을 이탈하더니 급기야 우르르 하는 소리가 들렸다. 식당 문앞에 서 있던 맨뒤쪽 사람들이 식당 테이블을 가로지르며 달려나오는 것이었다. 순식간에 줄 하나가 둘로 바뀌었다. 잠시 동안의 소란은 곧 잠잠해졌다. 아무일 없었듯이.... 씁쓸했다. 왜냐구 ? 글쎄 세상살아가는 우리 모두 이런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지.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이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채 남들 하는 대로 무작정 길을 가는 게 아닌가 라는 일종의 서글픔이랄까. 멍하니 앞만 보며 방향성 없이 하루하루 보내고 있는 내 모습같기기도 하고. 하루를 정신없이 바쁘게 보냈으나 도대체 무엇때문에 바빴는지 모를 때 느끼는 허탈감에 젖었다. 바쁘게 사는 게 최선의 방법인 줄로만 알았던 나의 인생관이 얼마나 그릇되었던가 깨달았다. 방향없는 맹목적인 추구. 난 그렇게 살아왔다. 고대보드에 처음 글을 올리는 kids 막내 taeh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