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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oreaUniv ] in KIDS
글 쓴 이(By): landau ()
날 짜 (Date): 1994년10월04일(화) 20시43분56초 KDT
제 목(Title): 불청객의 고연전 관람기.



난 정말 그럴 줄은 몰랐다. 이렇게 이상한 동네는 첨 봤다. :)
아니 운동경기를 보러 왔으면 운동을 봐야지, 사람들이 도대체 의자에 엉덩이
붙일 생각은 안하고 전부다 일어서서는 경기내내 응원만 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전부터 언제고 꼭 한번은 고연전을 구경하고 싶다고 생각해왔는데
다행히 이번에 재키고동의 회장님의 호의로 몇년만의 소원을 풀게 되었다.
(저는 팔촌 이내에 고대나 연대 간 사람이 하나도 없거든요. 흑흑~~)

응원석에 있으면서 제일 황당했던 것은 사람들이 전부 다 일어나 있기 때문에 복도와
좌석의 역전 현상이 일어나서 다니는 사람은 복도로 다니는 것이 아니라
의자들을 밟고 다녀야 한다는 기막힌(!) 현실이었다. :P

난 정말 그럴 줄은 몰랐다. 솔직히 내가 고연전을 구경간 것은 운동을 보기위해
간 것이 아니라 그 분위기와...그 멋있는 응원을 보러 간 것이지만 (저는
지금까지 그런 응원을 한 번도 못해 봤거든요.) 어쩌다가 골이라도 들어가거나
하면 한 번 씩 응원하는 것인 줄 알았지, 그렇게 네다섯 시간씩 줄기차게 응원
하는 것인 줄은 정말 몰랐다.:)

그래도 그 열기 넘치는 분위기는 나 같은 제 3자 조차도 흠뻑 빠져 들게 만들기에
충분했던 것 같다. 처음 한두곡의 응원가를 따라 부를 때 머릿속에 조금
남아 있던, '내가 지금 남의 학교 응원단에 와서 뭘 하는 거지?' 하는 생각은
금방 날아가 버리고 남은 시간 내내 나는 주변의 누구에게도 결코 밀리지않을
정도로 열심히 응원했다고 자부할 수 있으니까. ^_^

고연전의 분위기는 나 같은 국외자까지도 열광하게 만드는 그 무엇이 있음이
틀림없다고 난 생각한다. (그러니까 아조씨 같은 원로(?) 까지도 발악적인
응원을 하시지. 그걸 봤어야 했는데...하하하...)

한가지 아쉬웠던 것은 아무리 응원이 흥겨워도 경기는 보았어야 했는데 고대응원에
도통 무식했던 나로서는 노래와 몸짓을 따라 하기도 바빠서 경기를 제대로
구경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주변의 고대생들은 이미 어느정도 숙달들이 되어서인지
잘만 응원하면서도 볼 거 다 보던데 나는 행여 일사불란한 응원에 나만 헛짓할까
걱정스러워서 도무지 경기장을 쳐다볼 수가 없었다. 다행히 나중에는 요령이
좀 생겨서 주변의 응원이 갑자기 잠잠해지면 그것이 결정적인 순간이란 것을
포착했기 때문에 축구에서 골 들어가는 장면이나 슛하는 장면은 다 봤다.

또 하나 이상했던 것은 생각보다는 고대의 응원이 소리가 약했다는 것이다.
앰프가 좋아져서 그런 지는 몰라도, 그 옛날 사람들의 맨 목소리만으로 연대의
앰프 공세를 능가했다던 종교적 내지 광신적 응원의 전설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품질 좋은 앰프소리만이 요란했다. (여기서 소리가 작았다는 것은 제 기대에 못 
미쳤다는 이야기이지 연대 보다 작았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오해 없으시길.) 

하이가네 노구를 이끌고(?) 그 엄청난 양의 응원을 따라 하는 것은 아무리
고연전의 분위기에 젖어들었다 해도 내게는 아주 어려운 일이었다. 나중에는 동작이 
자꾸 응원단보다 반박자 정도씩 늦어지고 목도 잠긴 것이 느껴졌는데 
내 주변의 고대생들은 여전히 힘이 넘치는 듯 팔팔했다. 우...그 놀라운 스태미너..
다섯시 조금 못 되어서 경기가 끝났을 때 나는 아쉬우면서도 피곤한 몸이 더이상
노동(?)을 안해도 된다는 데 안도했는데, 거기가 끝이 아니라 일곱시 정도까지
경기장에서 계속 응원을 겸한 뒷풀이가 이어진다는 통키 회장님의 설명을 듣고
하마터면 기절할 뻔 했다. 세상에 그러면 11시부터 시작해서 간간이 하프타임 때나
좀앉고는 8시간이나 줄창 그 열렬한 응원을 한다는 말이 아닌가?

그리고 내가 보기에는 고대에서의 응원은 여학생들이 더 발악적(?)인 것 같다.
드물지 않게 여학생들이 "악~~~~~!" 하고 소리를 지르면서 응원을 하던데
남자들 보다 더 열심이더라고....:)

그리고...고대의 응원가.... 재미있고 인상적인 것이 많았는데 (난 대학입학이래
응원가란 것을 첨 불러 보았다.) 내가 제일 기겁을 한 것은 '엘리제를 위해서'
였다. :P 전부터 그런 이름의 응원가가 있다는 것은 나도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그 곡의 원곡은 슬픈 노래인지라 나는 설마 고대응원가의
엘리제가 내가 아는 엘리제 하고 같은 곡이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었다. 그런데 막상
들어 보니까 의외로 내가 아는 바로 그 엘리제 임에도 불구하고 고대를 대표하는
응원가가 되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는 좋은 곡이었다. 

그 다음에 내가 가장 맘에 들었던 응원가는 '레이몽드 서곡' 아냐...레이몬드 던가?
노래도 신나고 좋았지만 앞부분에 '빰빠암~' 하는 데서 고대 모자를 벗어서 흔들어
대는 그 순간 주변의 응원석을 둘러보니 온 고대 응원단이 순식간에 진홍색으로
뒤덮이는데 그 모습이 나에게는 뭐라 말하기 어려울 만큼 인상적이었다. 
(그 진홍색을 크림슨 이라고 한다지요? ) 며칠 지난 지금도 그날의 여러 기억 중에서
'레이몽드 서곡'을 부를 때의 그 강렬한 진홍빛이 제일 선명히 떠오른다.

나는 다행히 통키 회장님이 신경 써 주신 덕에 진홍의 고대 모자 하나와 입실렌티
(이렇게 읽는 것 맞지요?) 라고 씌여진 응원가 집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에
같이 미친듯이 모자를 흔들어 댈 수 있었다. :)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모자를 얻는
것도 늦게 간 사람에게는 간단치가 않은 듯... 거기다가 나 같은 손님까지 
얻어갔으니. 하하하... 나중에 재키고연전 모임도 따라 갔었는데 거기에 오신
wafrog 님이 고대모자와 응원가 집을 가지고 있는 나를 보시고선

"얘는 고대생도 아닌데 있을 건 다 있네?"

정작 와프로그 님이나 아조씨 님이 모자가 없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조금 미안 
하기도 하다. :P 지금도 그 모자와 응원가 집은 고연전 구경 기념으로 내 방 책상 
안에 보관되어 있다. 

그리고 고대 응원단의 모습도 내가 보기에는 아주 좋았다. 복장도 한국전통식을
따르면서도 결코 낡았다거나 촌스럽다는 느낌을 주지 않게 잘 만든 것 같다.
꼭 고대생들이 나를 초대해 주어서 그러는 것이 아니라 마치 밤무대 댄서 같은
연대 응원단의 복장보다는 (특히 여자 응원단원의 복장에서) 화려하면서도
도를 넘지 않는 고대쪽의 복장이 더 멋있었다. 그리고 단상 아래에 있는 양교
응원단원 저학년들을 비교해 보니까... 아마 이삼년후에는 고대 응원단 쪽이
여성단원 수에서도 미모에서도 연대 쪽을 능가하지 않을까 생각되었고 최근 들어
고대 여학생의 미모가 급격히 발전하고 있다는 전설이 빈말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_^

한가지 곤란했던 것은 (연대 응원도 그런지는 잘 모르겠는데) 응원동작에 옆을 
찌르는 것이 많아서 내 옆에 계시던 통키 주장님이 무지 고생을 하셨다는 사실이다.
내가 원래 동작이 좀 큰편인데다가 익숙치 못한 동작을 따라 하다보니 'sister act'
같은 응원가에서 옆으로 팔을 뻗는 동작이 나오면 계속 통키님을 찌르게 되는 
것이었다. 결국 나중에는 찔리다 찔리다 못한 주장님이 (사실...팔을 휘두르다가
팔꿈치로 강타를 한 적도 한 번 있었다.) 자리를 바꾸어서 원래는 란다우- 회장님
-trash 님의 순서였던 것을 란다우-trash님-통키님 순서로 바꾸어 버리셨다. 
크크~~~ *)

결과적으로는 그 순서 바꿈이 아주 현명했던 것 같다. 제일 마지막에 고대가 
축구에서 3번째 골을 넣으면서 실질적으로 승리를 확정 짓는 순간 나까지 흥분을 
하고 고대 응원단은 완전히 광란의도가니로 빠져 들었는데, (나는 그 때 팔짝팔짝
뛰다가 어디에 부딪혔는지 오른쪽 무릎에 멍이 들었다.) 나하고 트레시님이
너무 기쁜 나머지 포옹을 해버린 것이다.하하하... (참..사람을 이리 도취시키다니)
아마 통키님이 두 사람 사이에 있었다면 두 덩치 사이에서 압사 당하셨을 것이다.
그런 걸 고래 포옹에 새우등 터진다고 하던가? :P

이긴 편을 드는 것은 정말 기분 좋은 일이다. 아마 내 평생에 단 한번 뿐일 고연전
구경에서 내가 응원한 고대가 승리를 거두었다는 사실은 나에게 참으로 다행스런
결과였다. 그리고 내가 응원한 경기는 하나도 지지 않았거덩. :) 

고연전을 구경한 날은 아마 두고두고 오래 기억될 듯 싶다. 그 열광적인 응원..
전교생이 하나로 뭉치는 그 단결력.. 자신의 모교에 대한 애정.. 집으로 돌아
오면서 대학시절에 한번도 그런 경험을 하지 못한 내가 약간은 서글퍼졌고
아울러 불청객을 마다 않고 따뜻이대해 주신 재키고동사람들 특히 통키 회장님이랑
트레시님에게 고마운 마음이 일었다.

레이몽드 서곡을 부를 때 진홍빛으로 물들던 그 선명한 기억...
통키님과 트레시님의 따듯한 친절..
지금도 내 서랍속에 있는 고대 모자와 응원가집..

모두 잊지 않고 오래오래 기억하겠읍니다. :) 

그럼 이만 총총... 

            앞으로의 모든 고연전에서 항상 승리가 고려대와 함께 하기를 빌면서  
                                   ---  landau (fermi@power1.snu.ac.kr)

         유치원 퇴학생, 병역 기피자, 화류계 생활 30년, 학생을 빙자한 건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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