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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쓴 이(By): yjpark (박 영진)
날 짜 (Date): 1993년03월30일(화) 14시37분26초 KST
제 목(Title): 옛날 돌아이 얘기

이 이야기는 최병호라는 친구에게 들은 옛날 학교에서 있었던 재미있는
이야기입니다. 최병호가 대학 2학년때, 벌써 군에 갔다온 선배들이 여럿
있었고, 이 선배들은 술을 대단히 좋아하는 사람들이었읍니다.
최병호는 제 동기인 74학번이고, 이 선배들은 71학번이었지요.

하루는 공대 잔디에 밴치에 최병호가 앉아 있었읍니다. 그 때가 아침이었는데,
한 선배가 (이름은 생각이 안나는군요) 지난 밤에 마신 술이 아직 깨지도 않아
비틀 비틀거리며 최병호를 보더니 잘 되었다 하면서 최병호 무릎을 베게 삼아
취한김에 또 다시 잠이 들었읍니다. (최병호를 여러분이 만나보면 알겠지만,
살이 통통하니 올라 베게로 그만입니다.) 잠시 잠을 자던 이 선배형,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최병호에게 다급하게 말하는 것입니다.

"야, 병호야! 큰일 났다. 글쎄 내가 죽었어, 내가..."

최병호는 눈만 껌뻑거릴 수 밖에요. 자다 놀란 선배형을 진정 시키고 진상을
알아보니.

이 선배님, 글쎄 술마시고 잠든 꿈 속에서 또 술을 마신거라요. 그래 비틀거리며
집에 들어가니 어머니께서 또 잔소리.

"너는 또 술이냐. 맨날 술만 처 먹고..."

이 선배님, 언제나 듣는 잔소리 듣기 싫어 자기 방에 재빨리 들어가 잠을
잤읍니다. 그런데 잠을 자다 보니 누가 서럽게 우는 것이 아니겠읍니까.
잠결에 들어 보니 아니 글쎄 자기 어머니가 자기 이름을 부르며 우는 것이었읍니다.
눈을 슬며시 떠 보니 자기는 병풍 뒤에 누워있고, 병풍 건너편에 어머니 우시는
소리가 들렸읍니다.

"아이고.... ㅇㅇ야.... 네가 죽다니... 아이고..."

잠을 자던 이 선배님, 정신이 번쩍하고 든겁니다. 술을 무리하게 마시더니
드디어 저세상으로... 아,아, 이거 큰일 났다. 난 아직 장가도 안갔는데.
글쎄 이렇게 놀란 이 선배님, 놀라 그만 꿈이 깬거지요. 아직 정신을 못차리고
최병호에게 아까 말한 것처럼 "야, 병호야! 큰일났다..." 이런겁니다.

옛날에는 이런 돌아이(?) 선배들이 많았지요. 물론 내 동기들도 돌아이들이
꽤 있지만... 하지만 인간성이 넘치는 사람들입니다.

박 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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