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KoreaUniv ] in KIDS 글 쓴 이(By): pkp (~~~pkp~~~) 날 짜 (Date): 1994년05월28일(토) 02시35분18초 KDT 제 목(Title): // 깊은 강물은 소리나지 않는다 //류영옥/ << 깊은 강물은 소리나지 않는다 >> - 류영옥 - 내가 대학에 입학했을 때, 어머니는 내게 말씀하셨다. "내가 네게 줄 수 있는 것은, 3학년 때까지의 등록금과 달마다 내는 방세 2만원 뿐이다. 쌀은 집에서 날라다 먹어라." 그러나 대학생활이란 것이 어디 등록금과 방과 쌀만 가지고 해결되던 가? 책값, 옷값, 각종 과 행사 및 서클 회비, 그리고 커피값까지....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온갖 종류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나는 어머니를 많이 원망했다. 해마다 농토를 늘릴정도로 부자인 어머니가 이렇게 매정한 것은 수전노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라고. 그 갈등의 고리가 잠시 풀린 것은 2학년 겨울방학 때였다. 집안이 어 려워 우리집으로 복학 등록금을 빌리러 온 동네 대학생에게 어머니는 선뜻 돈을 내놓으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자네는 돈의 귀함과 천함을 모두 알만큼 아는 사람으로 여겨지네. 등록금을 꿔주니 졸업 후 2년 내로 갚게. 안 갚아도 좋으나 그 때 불쌍 해지는 사람은 돈을 못 받는 내가 아닐세. 지금의 자네 처지와 돈을 비 는 심정을 잊어버린 자넬세." 내 어머니는 자상하거나 인자한 분은 아니었다. 공들여 싼 도시락, 리본을 들여 예쁘게 땋은 머리, 털실로 짠 스웨터, 이런 것들은 나와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자취 생활을 하면서, 밑반찬을 싸들고 딸을 방문 하는 다른 어머니들을 볼 때마다 나는 그것이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른 다. 우리 어머니도 다른 엄마들처럼 자식을 사랑하는 걸까. 이런 의심 을 품기까지 했었다. 밤새 산길을 걸어서 이고 오신 어머니의 동치미 보따리에 목이 멘 그 새벽녘까지는. 내가 강원도 깊은 산골의 탄광 마을에서 자취를 할 때였다. 시골 자 취방이란 것이 허술하기 짝이 없어서 나는 그만 연탄가스에 중독되고 말았다. 보건소로 옮겨져 응급처치를 받았지만 머리는 깨어질 듯하고, 물그릇조차 집을 기운이 없는 것이 무섭고, 외롭고, 난생 처음 어머니 가 그리웠다. 늦도록 훌쩍이다 까무룩이 잠이 든 새벽, 두런거리는 소 리와 낯익은 목소리에 문을 밀쳐보니 거기 머리에 보따리를 인 내 어머 니가 하얀 달빛 아래 서 계셨다. 연락을 받고 부랴부랴 충청도에서 길 을 떠나오셨건만, 평창에서 막차를 놓치는 바람에 다음날 새벽차를 기 다리시지 못하고 밤새 산을 넘으셨던 것이다. "애가 타서 여관잠을 잘 수가 있어야지." 서리가 하얗게 내린 동치미 보따리를 풀면서 말씀하시는 늙은 어머니 무릎에 엎드려 나는 엉엉 소리내어 울었다. 지금도 나는 부모를 원망하 는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해준다. '깊은 강물은 소리나지 않는단다. 자 식이 그 깊이를 모를 뿐이지' 라고. 어린 시절 우리 동네엔 할아버지 거지가 한 명 있었는데, 온몸이 꽁 꽁 얼어 주로 우리집으로 찾아들곤 했었다. 이른 아침마다 식구들이 밥 상을 받고 둘러앉은 방에 부랑자를 불러들이는 것에 불만을 품고 내가 한 번 심하게 대들었던가 보다. 좀처럼 눈물이 없으신 어머니께서 글썽 거리며 하신 말씀이 지금도 생생하다. "너도 자식을 낳아보거라. 남에게 모질게 대할 수 없음도 그 화가 자 식에게 행여 끼칠까 두려워서고, 좋은 일을 하면서도 밑바닥 마음으론 이 공덕이 자식에게 쌓여지길 빌게 되는 것이 어미의 심정이다." 어머니의 영향 때문이었을까. 이십대 중반 몇년간 나는 보육원 시설 에서 봉사생활을 한 적이 있었다. 결혼을 안하겠다는 딸을 근심스러워 하던 어머니였으나 정작 내가 그 생활을 포기하고 결혼할 남자를 데려 가자 무겁게 말씀하셨다. "너는 네가 떠나온 애들에게 평생 못 벗을 빚을 졌구나. 너를 엄마라 고 부르던 그 애들에게 진 빚을 잊지 말고 살아라." 생활에 불만이나 교만이 생길 때마다 나는 어머니의 그 음성이 생생 이 기억되어 고개를 숙이곤 한다. :) ~~~~~~~~pkp~~~~~~~~~~~~~~~~~~~~~~~~~~~~~~~~~~~~~~~~~~~~~~~pkp~~~~~~~~~~~~ ^_^ 키즈의 아저씨 pkp palindrome ^L^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