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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oreaUniv ] in KIDS
글 쓴 이(By): guest (鄭 相 熙 ) <163.152.90.96> 
날 짜 (Date): 2000년 10월  9일 월요일 오후 07시 55분 23초
제 목(Title): 고대신문에서 본 부끄러운 글



 
    
 


◇ 지역경찰관이 고대생에게 보내는 편지

마음과 마음이 이어질 때 
작은 질서 소중히 여기는 고대생 됐으면… 

 

 

고대생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는 청량리경찰서 제기파출소에서 근무하는 순경 
김지훈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제가 이렇게 글을 쓰게 된 사연은 근무하면서 고대생들과 마주칠때 
“이건 아니데” 라는 안타까움을 호소하기 위해서입니다. 

저는 제가 선택한 경찰이라는 직업을 천직으로 생각하고, 여러 사람들의 고민과 
문제에 도움이 되는 것을 감사히 생각하며 일하고 있는 신출내기 경찰관입니다. 첫 
부임지에 명문사학 고대가 있다는 것도 무척 뜻깊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리 파출소는 사거리에 위치해 고대생들이 등하교시 파출소를 지나면서 파출소 앞 
신호등이 설치된 횡단보도를 많이 이용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 신호등 
적색신호 시에도 고대생 10명이면 7명 가량은 신호를 지키지 않는 실정이었습니다. 

요즘은 단속강화 탓인지 많은 학생들이 신호를 지키고 있지만, 신호를 위반한 
학생들을 단속하다보면 상식 이하인 학생들을 만나게 돼 유감입니다. 얼마 전 
파출소 앞 횡단보도에 홍파 초등학교 학생들이 등교하기 위해 신호등 앞에 
서있는데 고대학생들이 적색 신호를 무시하고 길을 건너 이를 단속하려하자 “이런 
X같은 경우가 어디 있냐? 당신, 내가 고대 다니니까, 자격지심에서 일부러 그러는 
거지?” 하며 참기 힘든 욕설과 고함을 지르며, 초등학생들 앞에서 위반사실의 
정당성을 토하더군요. 

이런 학생을 만나는 것은 행운(?)입니다. 어제는 관내 순찰시 횡단보도에서 혼자 
신호를 위반하고 길을 걷는 학생에게 위반사실을 고지하고 스티커 발부를 하려 
했더니, “신호를 지키는것은 법이 아닌 규율이며, 난 학생이므로 돈이 없어 
못낸다. 맘대로해라” 등의 항의로 시작해 신고를 받고 출동하려는 경찰차 
유리창을 부여잡고 출동하지 못하도록 공무방해도 하시더군요. 당신은 위반하지 
않느냐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항의도 하시더군요. 물론 저 또한 민간인 신분 
때 위반을 해서 교통스티커를 발부 받기도 했고 학생신분을 들먹이며 양해를 
구하기도 했지만 통하지 않았습니다. 그때 저는 잘못을 인정했고 더 이상 이유를 
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교통신호를 위반하는 대다수 고대생들은 초등학교, 아니 유치원생들도 지킬 
줄 아는 횡단보도 적색 등화시 길을 걷지 않는 것조차 모르는 것 같습니다. 
단속하려고 하면 자신의 잘못은 시인하지 않고 고대 학생증을 보여주며 
큰소리치고, 신호등을 기다리는 것이 지루하니 중간에 서서 수신호나 하라는 둥 
신호기 체제를 바꾸라는 둥 스티커를 발부하는 경찰관의 자세가 마음에 들지 않아 
스티커 발부를 못 받겠다는 등의 말로 저희에게 항의합니다. 

여러분! 고대생은 특권계층이 아닙니다. 

제가 근무하는 제기동 136번지 주민들은 고대생들이 심야에 술에 취해 벽에 소변 
보는 것 때문에 곤욕이라고 합니다. 물론 여러분들은 취중에, 또는 젊었을 때의 
한때라 생각하겠지만 동네주민들은 이젠 너무 지긋지긋하답니다. 

우리 경찰도 과거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고 많은 경찰관들이 과거를 부끄러워하며 
달라지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도 경찰 관련 비리사건이 터질 때마다 숨고 싶을 
정도로 부끄럽습니다. 극소수의 사람들로 묵묵히 일하는 대다수의 경찰관들이 
비난을 받는 것처럼, 여러분들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전 고대를 아끼는 마음으로 이렇게 호소하는 것입니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가장 
기초가 되는 것은 양심이며 또 잘못을 시인할 줄 아는 진정한 용기입니다. 잘못된 
것에 대해 항의하는 것은 젊은 당신들의 진정한 용기요, 칭찬 받을 행위이지만 
유치원생들도 아는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려는 일부 학생들의 그릇된 행동은 
배움의 터전인 고대 전체를 먹칠하는 것입니다. 

여러분 저는 대한민국 경찰을 사랑하는 까닭에 제 생활방식과 근무자세를 올바르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진정한 민족의 사학임을 자부하는 
고대의 구성원이 되려면 작은 질서라도 소중히 여기는 마음과 잘못을 시인하는 
진실성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청량리경찰서 제기파출소 순경 김지훈도 양심껏 올바른 잣대와 정의수호라는 
사명감으로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소신껏 일하는 경찰관이 되겠습니다. 가끔 제가 
근무하는 제기파출소로 놀러오십시요. 따스한 커피 한 잔과 비좁고 남루하지만 
편안한 쉼터가 될 수 있는 소파를 제공하오니 어려워말고 한번씩 들리십시오. 우리 
제기파출소는 여러분의 친구이며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김지훈(제기파출소 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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