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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쓴 이(By): taurus (Siegfried)
날 짜 (Date): 1999년 9월  9일 목요일 오후 02시 19분 41초
제 목(Title): [수필21] 멋진 남성들의 멋진 사랑 얘기.


멋진 남성들의 멋진 사랑 얘기

유안진

남성은 에로틱하나 여성은 로맨틱하다고 흔히 듣는다. 그래서 남성의 사랑엔 진실이 
없고 흑심만이 있을 뿐이라고도 듣는다.
 그러나 여성은 로맨틱한 분위기를 더 좋아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보다도 
'사랑' 그 자체를, 사랑이란 어휘를 더 사랑하고, 연인을 가졌다는 ' 그 사실' 
만으로도 황홀해지고, 누군가로부터 '사랑받고 있다는 정감' 에 혼자서도 
도취된다고 한다.
 그래서 여성은 사랑하는 사람과 말없이 걷던 푸른 숲길을, 마주 앉아 향기로운 
차를 마시던 예쁜 찻집을, 한 송이 꽃을 건네받던 그 황홀한 순간을오래오래 못 
잊어 한다. 아니 잊지 않으려 안간힘을 쓴다. 혼자 있는 시간이면, 이 눈부신 
기억을 황홀히 떠올려 음미하고 새김질하면서, 찬란하게 비춰보고 ,닦으며 녹이 
슬까 겁낸다.
 그 이상의 것은 오히려 징그럽게 , 구역질나게 느껴지고, 죄악시조차도 하게 되는 
것은, 여성의 기질이 얼마나 탐미적이고 비극적인가를 느끼게 하지 않는가.
 여성은 누구나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사랑이 비극성을 내포해 주기를 기대하지 
않을까? 성공적인 완성보다는 비극적 미완성으로 기막히게 아름다운 여운을 남겨 
주길 기대하지 않을까? 아니 애당초부터 짝사랑의 기질을 다분히 갖고 있다고 
보아도 괜찮으리라. 그래서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을 신비의 상자 속에 보관하여 
인생의 소중한 보배로서 원할 때 떨리는 손으로 뚜껑을 열어 꺼내 보며 도취하고 
싶어지리라.
 대학 때 교양영어 시간에 '레드' 라는 단편을 읽었다. 참으로 괜찮은 
주인공(남자)이 혼자 있는 부인 집에 유숙하게 되었는데, 이 부인은 집에 없는 
남편 렏를 세상에서 제일 가는 남성으로 늘 얘기했다. 그러나 주인공은 집으로 
돌아온 레드를 보고는 너무나 실망했다는 얘기였었다. 이 부인처럼 여성은 남자를 
사랑하되, 그의 실체보다는 자신이 꿈꾸는 이상형의 보자기로 씌워서 사랑하는 게 
아닐까?
 어쨌거나 이따금씩은 남성에게서도 예술적인 멋진 사랑의 모습과, 여성이 
기대하는 사랑보다 더 멋진 사랑을 보여주는 사랑 얘기도 발견하게 되니, 세상의 
여성들이여, 그리 실망은 하지 않아도 좋으리라.
 조선시대의 홍순언은 멋진 사랑을 보여준 멋진 남성이다. 그는 중국에 통사로 
갔다가 곤경에 처한 중국 소저에게 천금을 그냥 주어 곤경에서 구해주고도 그녀의 
정조를 범하지 않았으니 , 이 어찌 멋진 남성이 아니랴.
 우리는 소설 '벙어리 삼룡이'를 안다. 삼룡이는 벙이리이나, 아씨를 얼마나 
사랑하는가. 냉가슴을 앓아 썩이면서도 그리도 순수하게 , 한 올의 불티도, 
그을음의 흔적도 없이 아씨를 사랑했으니, 또한 멋진 사랑을 보여준 남성이리라.
 여고 적 어린 나이 때부터 지금까지 나는 만나본 적 없는 작가 알퐁스 도데를 
좋아하고, 그가 쓴 '별'의 주인공 양치기 목동을 , 그의 아픈 사랑을 얼마나 
사랑해 왔던가. 여고적 국어 시간에 알퐁스 도데의 '별'을 배우면서, 뤄브롱 
산록의 아름다운 풍경과 , 눈과 마음이 뤄브롱 계곡물같이 맑을 양치기 목동과, 
그와 같은 남성과의 무구한 사랑을 내 얼마나 꿈꾸었는지. 마른 건초더미에 앉아 
별을 쳐다보는 주인댁 따님, 아름답고 고귀한 스테파네트 아가씨가 자기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잠이 든 모습을 다만 황공스런 감사로 바라보며, 아가씨가 잠이 
깰까 오히려 염려하여 앉아서 밤을 새우는 목동은 모든 여성이 갈망하는 멋진 
사랑을 아는 남성이니, 오랜 동안 나는 이 목동의 청순한 사랑이 떠오를때마다 
눈꼬리가 젖어들곤 했었다.
 나는 또 위고의 '노트르담의 꼽추'를 읽고 주인공 콰지모도 꼽추를 멋진 남성으로 
사랑하여왔다. 노트르담 사원의 종루지기 콰지모도, 그 흉한 외모로 어찌 그리 
순진한 정성을 쏟아 집시 아가씨를 돌보았을까 ?
 시대가 아무리 변했어도, 아무리 자본주의 사회라 황금이 제일이라 해도, 그래서 
여성도 많이 영악해졌다 해도, 이렇듯 멋진 남성과의 멋진 사랑을 꿈꾸지 않는 
여성이 그 누구이랴.
 사랑이란 어휘는 아름답다. 그러나 모든 사랑이 아름다운 것은 아니리라. 
아름다운 사랑을 운영할 줄 아는 사람들의 사랑만이 멋진 사랑이며, 아름답다 
하리니.
 첫사랑은 누구에게나 반수면 상태같이 몽롱한 환상이며, 그 환상이 데려다 주는 
아지랑이 아롱대는 봄볕 밝은 세상이며, 어지럼증 같은 꿈길을 걷는 기분이리라. 
그러나 환상과 기분이 그럴 뿐이지, 첫사랑의 실제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은 
것. 그러나 여성은 비록 악마와의 첫사랑일지라도 첫사랑은 언제나 제 마음대로 
이렇게 꾸미고자 하고 실제와는 너무 다른 환상으로 떠올리고 싶어하는 것.
 손을 대면 깨질 듯한 목이 긴 유리잔에 장밋빛 포도주 로제를 마시면서 말없이 
건네 주던 눈빛을 안간힘 다하여 잊지 않으려고, 되살려 내려고 애쓰는 여성들의 
로맨틱한 기질이여, 그래서 성급한 남성, 경솔한 남성들에게 너무 쉽게, 너무 
하찮은 일로 실망하게 되는 것을.
 사랑의 실패, 그것은 철없던 나이의 풋사랑이든, 아프고 아픈 짝사랑이든, 실패로 
끝났다는 비극성 그 한 가지만으로도 얼마나 예술적인 인상을 풍겨 주는가 말이다.
 여기에 더하여 , 사랑의 실패는 10 년 또는 20 녀쯤은 그의 정신연령을 성숙시켜 
주게 되니, 사랑은 모름지기 실패할수록 향기로운 예술이며, 높은 정신연령에 
이르는 길이 된다 할까 ?
 그래서 멋진 남성이 못 된다고 판단하는 남성들은 모름지기 사랑의 실패를 경험해 
보는 것도 유익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굳이 변심한 애인을 미워할 필요도, 
더더구나 보복할 필요도 없어지리니, 세상은 참으로 평화로워질 수 있으련만.
 불행스럽게도 세상엔 사랑하기 전에 먼저 감정의 손익계산을 따져 보는 연인들이 
더 많을 듯. 따라서 그 어떤 사랑에도 절대로 실패를 경험하지 못하며, 실패할 
필요도 없는 사람들이 더 많으니, 그래서 우리 사회가 이토록 삭막하고 유치한 
것일까 ?
 그런 여성들이여, 실망하지 말자. 세상에는 그럼에도 위고나 도데처럼 멋진 사랑 
얘기를 소망하여 쓸만큼 멋진 남성들도 간혹은 있으니-- 만약에 콰지모도나 양치기 
목동, 홍순언이나 벙어리 삼룡이 같은 멋진 남성들이 더 많아진다면 , 진정 세상은 
멋진 예술의 향기로 가득하게 되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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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서점에서 좋은 책을 찾았을 때의 느낌을 주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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