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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쓴 이(By): taurus (Siegfried)
날 짜 (Date): 1999년 9월  1일 수요일 오후 02시 06분 57초
제 목(Title): [수필16] 구 두


구두

계용묵

 구두 수선을 주었더니 뒤축에다가 어지간히 큰 징을 한 개 박아 놓았다. 보기가 
흉해서 빼어버리라고 하였더니, 그런 징이래야 한동안 신게 되고 무엇이 어쩌구 
하며 수다를 피는 소리가 듣기 싫어 그대로 신기는 신었으나, 점잖지 못하게 
저벅저벅 그 징이 땅바닥에 부딪치는 금속성 소리가 심히 귓막에 역했다. 더욱이 
시멘트 보도의 딴딴한 바닥에 부딪칠 때의 그 음향이란 정말 질색이었다. 
또그닥또그닥 -- 이건 흡사 사람이 아닌 말발굽 소리다.
 어느날 초어스름이었다. 좀 바쁜 일이 있어 창경원 곁담을 끼고 걸어 오려니까, 
앞에서 걸가던 20 내외의 어떤 한 젊은 소녀가 이 이상히 또그닥거리는 구두 
소리에 안심이 되지 않는 모양으로 슬쩍 고개를 돌려 또그닥 소리의 주인공을 
물색하고 나더니 별안간 걸음이 빨라진다.
 그러는 걸 나는 그저 그러는가 보다 하고 내가 걸어야 할 길만 그대로 걷고 
있었더니, 얼마쯤 가다가 이 여자는 또 뒤를 한번 힐끗 돌아다본다. 그리고 자기와 
나와의 거리가 불과 지척 사이임을 알고는 빨라지는 걸음이 보통이 아니었다. 
뛰다싶은 걸음으로 치맛귀가 웅어하게 내닫는다. 나의 이 또그닥거리는 구두 
소리는 분명 자기를 위협하느라고 일부러 그렇게 따악딱 땅바닥을 걷는 줄로만 
아는 모양이다. 
 그러나 이 여자더러 내 구두 소리는 그건 자연이요, 고의가 아니니 안심하라고 
일러드릴 수도 없는 일이고, 그렇다고 어서 가야 할 길을 아니 갈 수도 없는 
일이고 해서, 나는 그 순간 좀더 걸음을 빨리 하여 이 여자를 뒤로 떨어뜨림으로써 
공포에의 안심을 주려고 한층 더 걸음에 박차를 가했더니 그럴게 아니었다. 도리어 
이것이 이 여자로 하여금 위협이 되는 것이었다. 내 구두 소리가 또그닥또그닥 
좀더 재어지자 이에 호응하여 또각또각 굽 높은 뒤축이 어쩔 바를 모르고 걸음과 
싸우며 유난히도 몸을 이러내는 그 분주함이란 있는 마력은 다 내보는 동작에 
틀림었었다. 그리하여, 또그닥 또그닥 또각또각 한참 석양 노을이 내려 비치기 
시작하는 인적 드문 보도 위에서 이 두 음향의 속모르는 싸움은 자못 그 절정에 
달하고 있었다. 나는 이 여자의 뒤를 거의 다 따랐던 것이다. 2,3 보만 더 내어 
디디면 앞으로 나서게 될 그럴 계제였다. 그러나 이 여자 역시 힘을 다하는 
걸음이었다. 그 2,3 보라는 것도 그리 용이 따라지지 않았다. 한참 내 발뿌리에도 
풍진이 일었는데, 거기서 이 여자는 뚫어진 옆 골목으로 살짝 빠져 들어선다. 
다행한 일이었다. 한숨이 나간다. 이 여자도 한숨이 나갔을 것이다. 기웃해 보니 
기다랗게 내뚫린 골목으로 이 여자는 휑하니 내닫는다. 이 골목 안이 저의 집인지 
혹은 나를 피하려고 빠져 들어갔는지 그것은 알 바 없으나, 나로선  이 여자가 
나를 불량배로 영원히 알고 있을 것임이 서글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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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서점에서 좋은 책을 찾았을 때의 느낌을 주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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